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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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여러 가지 라면들.

일본인스턴트 라멘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붙은 이름. 라멘의 '멘'이 어차피 '면'을 뜻하는 것이고 라멘 자체도 중국에서 건너온 거니[1] 라면을 일본어로 볼 필요는 없다. 인스턴트 라멘이 원류지만 일본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으므로 라면을 따로 구분해도 될 듯.

삼양식품이 일본의 묘조식품에서 기술과 시설을 이전 받아서 삼양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한 게 원조다. 처음에는 물론 일본 인스턴트 라멘의 맛과 거의 같았다. 어차피 처음에는 생산설비도 일본에서 들여왔으니 별 수 있나. 처음에는 우리 입맛에는 낯선지라 환영을 못 받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개 개량을 거듭하면서 일본과는 차이가 점점 벌어졌다.

일본 것과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매운맛. 일본 사람들이 신라면 처음 먹는 모습을 보면 겨울에도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인 사람들이 많다. 보고 있으면 좀 불쌍할 정도. 분명히 매울 신(辛) 자로 경고를 했건만.[2] 또한 일본 인스턴트 라멘은 당연히 일본 라멘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닭고기나 돼지뼈 국물 위주로 가지만 한국 라면은 소고기 베이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차이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좋아서 많이 만들고 있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나름대로 만들고 있고, 일부는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다. 심지어 네슬레에서도 나온다! Maggi라는 브랜드까지 있는데 맛은 동남아시아 지향 스타일이라 한국인 입맛에는 좀 별로다. 인도, 말레이시아와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점유율이 장난 아니며, 심지어 말레이시아에서는 Maggi 라면을 쓴 볶음면인 만든 마쥐고랭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러시아에서도 팔도 도시락이 어마어마한 히트를 치면서 큰 시장이 되었다.[3]

이미 꽤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2018년 기준 74.6개로 세계 최고다. 그 뒤로는 베트남(53.9개), 네팔(53.0개) 순이다. 차지했다. 전체 라면 판매량은 약 38억2천만개로 세계 8위다. 물론 1위는 압도적인 인구빨을 자랑하는 중국으로, 전세계 라면 판매량 약 1천 36억 개 중에 38.9%에 이르는 402억 5천만 개가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에서 팔렸다. 중국에 가장 많은 라면을 수출하는 국가는 역시나 한국으로, 1억 달러(1천 181억원)어치를 팔아 대만을 월등한 차이로 제쳤다.[4]

최근 들어서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라면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리포트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라면 소비는 계속 늘어나기만 했는데 2017년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하면서 매출 2조 원이 무너졌다. 다시 2018년에 2조 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라면시장 크기가 3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5]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으로 농심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 라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삼양라면은 80년대 이후부터 농심에 야금야금 시장을 갉아먹히더니 우지 파동으로 결정타를 맞고 2위로 내려앉은 후 회복을 못 하고 설상가상으로 오뚜기라면에 밀려 3위까지 내려앉은 실정이다. 그밖에는 한국야쿠르트팔도라면, 그리고 오뚜기식품, 그리고 풀무원도 라면을 만들고 있다. 편의점 PB 상품들은 대부분 팔도라면 아니면 오뚜기라면이다. 최근 들어서는 오뚜기라면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서 2위까지 올라갔지만 농심을 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기업 이미지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스테디셀러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반대로 기업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진 농심을 넘어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듯.

해장을 위해 많이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2017년에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해장음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콩나물국, 짬뽕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꼽았다.[6] 그런데 짬뽕이나 라면은 전문가들에게는 최악의 해장음식이다. 맵고, 짜고, 기름기 많은 음식은 과음으로 약해진 위에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 차라리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낫다.[7]

면을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이 기본이다.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멘이 제대로 대량생산되고 제품화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가기 된 게 바로 유탕면의 개발이다. 기름을 튀김으로써 다음과 같은 장점을 얻을 수 있었다.

  • 면을 통통하게 만들어도 조리 시간이 짧다. 우라가 흔히 먹는 라면 굵기의 국수를 익히리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 보존성이 좋아진다. 공기 중에 그냥 내놓으면 지방이 산패해서 오래 못 가지만 잘 포장한 상태에서는 오래 간다.
  • 만들기가 빠르다. 국수를 말려서 오래 보존할 수 있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름에 튀기면 몇 분이면 충분하고 그 과정에서 수분히 상당량 빠져서 단단해지니 잠시만 건조하면 바로 포장할 수 있다.

기름 덕분에 국물도 기름지고 고소해지는 것은 보너스.

면발을 꼬불꼬불하게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면을 뽑을 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조절해서 웨이브를 주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 안에 들어가는 면의 밀도를 높일 수 있고 운반 과정에서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기름에 튀긴 면이다 보니 과자처럼 먹을 수도 있다. 적당한 크기로 부숴서 먹을 수 있고,[라면 스프를 조금 넣고 섞어서 먹기도 한다. 이를 '생라면'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오뚜기에서는 '뿌셔뿌셔'라는, 라면처럼 생겨서 부숴 먹을 수 있는 스낵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라면 부스러기를 기름에 튀겨 만드는 라면땅도 있다.


유탕면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호화건면을 쓰는 라면도 있다. 칼국수면이나 냉면 종류가 주로 여기에 해당된다. 기름에 튀기지 않으므로 깔끔하고 국물에 기름이 뜨지 않는다. 하지만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생산 속도가 느리고 끓일 때 거품이 많이 일어서 넘치기 쉽다.

드물게 생면을 쓰는 것들도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으므로 열량이 낮고 조리시간도 짧아지지만[8] 면만 따로 진공포장을 해야 하므로 원가가 확 올라가며 무게도 많이 무거워진다. 또한 포장된 면이 서로 들러붙어 있기 쉬우므로 조리할 때 은근 손이 많이 간다.

스프

여러 가지 재료를 가루로 빻아서 면과 따로 포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소고기맛에 매운맛을 더한 스프가 주종이지만 스타일에 따라서 갖가지 스프가 나온다. 초기에는 스프 하나에 분말과 건더기가 함께 들어 있었지만 요즈음은 안성탕면 같은 저가 라면을 제외하면 건더기와 분말스프가 따로 되어 있는 편이 대세다. 짜장면을 비롯한 중화풍 라면은 여기에 유성스프가 추가되어 있는 것들도 꽤 많고, 좀 비싼 라면들은 분말스프를 두세 가지로 분리하기도 한다. 스프를 분리하면서 어떤 것은 찬물에, 어떤 것은 물이 끓으면 면과 함께, 어떤 것은 조리가 끝나고 먹기 전에 넣으라는 식으로 스프 넣는 타이밍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정말로 그걸 다 따랐을 때와 안 그랬을 때 라면 맛이 큰 차이가 나는지는 의문. 덕분에 조리법만 복잡해졌다. 그냥 비싼 라면 티 내는 거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참고로 soup의 올바른 한글표기는 수프다. 오히려 라면 스프를 진짜 수프와 구분하기에는 더 좋다. 문제는 오뚜기스프. 오뚜기크림스프와 오뚜기라면스프로 구분해야 하나.

스타일별 분류

가장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라면은 역시 소고기맛MSG탕면. 매운 맛을 낸 뜨거운 소고기는 찔끔 넣고 조미료를 듬뿍 때려넣은 국물에 면을 익힌 것. 매운 맛이 별로 없는 것부태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것까자 제품에 따라서 매운 맛의 정도는 가지가지다. 어쨌거나 시판되는 라면 가운데 대다수는 이 범주에 들어간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라면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이 스타일이다.

비빔면은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특화된 라면. 면과 건더기만 먼저 익힌 다음 찬물에 면을 헹구고 물기를 뺀다. 그릇에 면을 담고 비빔장 스프를 넣어서 비벼 먹는다. 심지어 사발면으로도 나와 있다 있는데 물을 버리고 찬물에 면을 헹구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편의점에서 바로 먹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라, 별 인기는 없다. 면을 헹구지 않고 뜨거운 상태로 비벼먹거나 스프를 넣고 살짝 볶아서 먹는 볶음면 종류가 편의점에서 먹기는 더 낫다.

볶음면은 비빔면과 비슷하게 국물이 별로 없는 라면이지만 비빔면과는 달리 뜨거운 상태에서 먹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비빔면처럼 찬물에 헹궈낼 필요가 없으므로 조리법은 좀 더 간단하다. 이미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라면을 익한 다음 물을 따라내고 스프를 비벼 먹는 방식으로 볶음면을 구현하긴 했다.

짜장면도 인기 좋은 스테디셀러 라면 중 하나. 면과 건더기만 먼저 익히고 물기를 뺀 후 짜장스프(분말 또는 액상) 및 유성스프(기름)를 넣어서 비벼 먹는다. 단, 면을 헹궈서 차게 하지 않으며 춘장스프를 넣고 볶기도 하므로 볶음면 쪽으로 볼 수 있다.

해산물탕면도 제품의 비율은 적지만 스테디셀러. 소고기 대신 뜨거운 해산물은 존나 찔끔 넣고 조미료를 듬뿍 때려넣은 국물에 면을 익힌 것. 매운 건 짬뽕, 가락국수우동에서 모티브를 따온 제품이 많다.

한때 꼬꼬면의 히트로 칼칼한 맛의 하얀 국물 라면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지만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대부분은 단종되었고 꼬꼬면가카새끼나가사끼 짬뽕이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

칼국수는 종류는 적지만 나름대로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보통 기름에 튀기지 않은 넓적한 건면에 멸치국물 또는 닭고기 국물맛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한다. 요즈음은 칼국수처럼 넓적한 면발로 만든 소고기탕면이나 짜장면도 나와 있다. 다만 이쪽은 기름에 튀간 면(유탕면)이다.

그밖에 다른 종류의 면요리 또는 면요리가 아닌 것을 재현한 것들도 여럿 있다. 냉면, 냉모밀도 있고 심지어 스파게티 라면도 있다. 원래는 면요리가 아닌 것으로는 설렁탕, 곰탕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설렁탕이나 곰탕도 원래 소면 또는 당면 사리가 종종 들어가니 아주 뜬금 없는 건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라면도 있는데, 밀가루 면 대신 당면이나 곤약으로 만든 면을 쓰는 게 특징이다.

최근 들어서는 편의점PB 상품을 위주로 라면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나 연예인을 내세운 라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S25의 PB 상품으로 시작했다가 아예 팔도 마크가 붙어서 나온 틈새라면. 틈새라면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이 라면이 공급되었다. 여기에 매운 양념을 추가로 더 넣어 끓였는데 2018년부터는 아예 매장 전용 라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요리

흔한 분식집 스타일 라면.

일본에서는 인스턴트 라멘은 음식점에서 파는 라멘의 인스턴트 버전이고,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사서 집에서 간단히 먹는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멘 끓여서 파는 음식점은 일부 한국음식점 말고는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음식점에서도 종종 볼 수 있고 분식집 메뉴에는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일본은 라멘이라는 음식의 인스턴트 버전에 불과하지만 라멘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분식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다가 아예 하나의 분야로 정착했다. 비록 일본이 원류라고는 해도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9] 가장 기본은 라면에 파 송송 계란 탁. 일본의 음식점 라멘달걀을 반숙으로 삶아서 반을 넣어주지만 우리나라 분식집 라면은 그냥 풀어서 넣는다. 동글 납작하게 썰은 가래떡을 넣은 떡라면, 만두를 넣은 만두라면, 둘 다 넣은 떡만두라면이 일단 분식집 메뉴에 올라 있는 라면 요리의 기본. 해산물을 넣고 고추양념으로 좀더 국물을 맵게 한 짬뽕라면, 콩나물을 넣은 해장라면,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 위에 올린[10] 치즈라면, 소시지를 넣은 부대라면과 같은 변형도 존재한다. 신라면이 압도적인 인기고 싼 값을 무기로 하는 분식집이라면 조금 싼 안성탕면, 심지어는 값싼 PB 상품 소고기면을 쓰기도 한다. 짜파게티 끓여 파는 곳도 은근 있다.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 좋았을 때에는 나가사끼짬뽕을 메뉴에 올린 곳도 있었지만 열풍이 식으면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 진라면의 인기가 조금씩 오르면서 분식집 중에도 진라면 매운맛을 끓여주는 곳들이 보이고 있다.

라면을 재료로 하는 요리 레서피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분식집에도 있는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라볶이. 떡볶이에 떡 대신 라면사리를 넣은 것이다. 라면샐러드, 라면냉채, 라면골뱅이무침 같은 여러 가지 요리들이 있긴 한데, 대부분은 라면을 사리로 활용하는 요리다. 횟집이나 해산물 요리점에서도 라면을 파는 곳이 있는데, 심지어 전복라면 같은 것도 있다. 이쯤 되면 라면값보다 건더기값이 훨씬 비싸진다.

묘하게 바닷가에서 인기가 많다.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해산물을 넣은 라면을 파는 식당들이 있다. 그리고 어선도 잡은 해산물을 넣고 끓인 라면을 참으로 즐긴다. 워낙 방송에도 많이 나와서 이젠 당연히 그러려니 할 정도. 해산물을 넣으면 느끼한 맛이 줄기 때문에 해산물을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에 가면 라면이 메뉴에 들어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라면들은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전골이나 찌개에 들어가는 사리로도 애용된다. 빨리 익고 고소하고 포만감도 좋다. 일단 부대찌개와 즉석 떡볶이에는 라면 사리가 기본이다시피 하고, 김치찌개, 매운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찌개전골 계통 요리에 라면 사리가 널리 쓰인다. 하지만 라면 사리는 당면이나 우동 같은 다른 종류의 사리에 비해 국물을 엄청나게 빨아들이므로 육수를 더 붓든지 하지 않으면 국물이 남아나지 않는다.

옛날에 자취생들이나 탄광노동자들이 먹던 라면밥이라는 것도 있다. 라면과 고추장, 밥을 섞어서 끓이는 것으로, 요리라 하기보다는 그냥 배채우기용으로 만든 것이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요리. 지금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인터넷에 자료도 거의 없이다. 라면밥으로 검색해 보면 그냥 라면에 밥 말아먹는 얘기가 주로 나온다.

두 개 이상의 라면을 같이 끓여서 새로운 맛의 라면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히트친 게 짜파게티 + 너구리 = 짜파구리. 자매품으로 오징어짬뽕 + 짜파게티 = 오빠게티도 있다. 특히 짜파구리는 <일밤>의 아빠 어디가? 코너에서 김성주 아나운서 아들에게 끓여주는 모습이 나오면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왔고, 영화 <기생충>에 '살치살 넣은 짜파구리'가 나오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청와대에 초청 받았을 때에도 짜파구리가 나올 정도. 사발면 버전으로 정식 상품화까지 했다. 오뚜기는 진짜장 + 진짬뽕 = 진진짜라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편의점에서 두 세 가지를 섞어서 먹는 것도 있다. 한때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게 불닭볶음면 + 참치마요 삼각김밥 + 스트링치즈 조합. 컵라면을 조리한 다음 다 때려넣고 비벼 먹는다.

사람들의 인식은 값싼 음식이지만 묘하게 부자들도 좋아한다. 장거리 구간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두 번의 식사 중간에 간식이 나오는데 보통 라면과 샌드위치가 제공된다. 한국 승객들은 압도적으로 라면을 선택한다. 사실 이 때 주는 샌드위치가 맛이 없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정도면 돈이 많거나 출장이면 회사에서 직위가 꽤 높아야 하는데 여기서도 라면이 인기다. 그러다가 그 유명한 라면상무 사건이 터지기도 하지만... 이코노미 클래스의 경우에도 장거리 노선의 간식으로 컵라면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저가항공사는 유료로 판매하기도 한다. 다만 기내의 압력이 대략 고도 2천 미터 수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물의 끓는점이 낮아져서 라면이 잘 안 익는 문제가 있다. 또한 기체가 흔들리거나 해서 국물이 넘친다면 옷을 버리거나 심하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강남의 모 사우나에서는 1만5천 원짜리 해물라면을 판다고 해서 사진이 올라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닷가에 있는 해산물 음식점 중에는 유난히 그 지역의 해산물을 넣어서 끓인 라면이 인기가 있다. 이들 중에는 재료가 재료인만큼 가격이 만 원이 넘어가는 라면도 있다. 부자들 중에도 종종 라면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쟁

워낙에 인기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라 그런지 인생에 하등 도움 안 되는 논쟁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자주 나오는 것만 모아 보면,

면이 먼저? 스프가 먼저?

거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오래된 논쟁이다. 중론은 '스프가 먼저'. 그 이유로는 스프를 넣으면 물의 끓는점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서 면이 높은 온도에서 익어 더 쫄깃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본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끓는점이 올라가는 건 사실이긴 한데, 그 정도가 워낙에 미미하다 보니까 면의 맛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는 것. 보통 라면을 끓일 때 필요한 물이 500~550ml 정도인데, 끓는 점 1도를 올리려면 나트륨 32g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저것 다 해서 10g 남짓인 라면 스프를 먼저 넣어봐야 끓는점 올라가는 정도는 미미하다. 단순 계산해 봐야 고작 0.3도 조금 넘는다. [11]

보통 라면 봉지에 있는 조리법을 보면 스프를 먼저 넣으라고 하는 라면은 아주 드물고 보통은 '면과 스프를 넣는다'라는 식으로 쓰여 있다. 오히려 쓰인 순서로 보면 이 더 앞이다.[12] 비율은 적지만 면을 먼저 넣는 게 더 맛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면에 있는 기름이 국물의 베이스가 되므로 이걸 먼저 투입하는 게 더 좋다는 의견도 있고, 면을 먼저 넣은 다음, 스프를 넣으면 일어나는 돌비현상을 이용하는 게 오히려 면을 익히는 데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하여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는 과학의 눈으로 보면 결론을 내기 쉽지만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의 문제는 딱히 결론이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제조사 조리법에서 스프보다 면을 앞에다 쓰는 이유를 굳이 따지면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팔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확 끓어올라 넘치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런데 2021년 초에 '면 먼저 스프 먼저' 논쟁을 아예 뒤엎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이른바 '찬물라면'이다. 찬물에 면과 스프를 다 넣고 끓여버리는 방법으로, 2021년 초에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자세한 내용은 찬물라면 항목 참조. 이런 방식으로 라면을 끓이는 건 이전에도 가끔 매스컴을 탔지만 인지도가 있는 물리학자가 이를 시전하고 찬사를 보내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달걀은 휘저어서? 그대로?

마지막에 달걀을 풀어서 넣을 때, 라면을 한번 휘저어서 달걀이 풀어지게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게 좋은지도 논쟁거리다. 이건 취향에 따라 다른데 라면을 휘저으면 달걀 건더기가 잘게 풀어지고 국물에 달걀맛이 밴다. 그대로 두면 덩어리가 커지고 국물에 달걀맛이 배지 않는다.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취사 선택할 문제. 아예 달걀을 풀어넣지도 않고 그냥 깨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하는데 이러면 국물에 달걀이 거의 풀어지지 않고 덩어리져 익는다. 달걀물을 끼얹은 채 그대로 둘 때에는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위쪽 달걀물이 익지 않는데, 뚜껑을 잠깐 덮어주었다가 열면 갇혀 있는 수증기로 짧은 시간에 달걀이 익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그냥 라면만 넣어서 끓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달걀만 해도 아예 라면의 원래 맛을 버린다고 달걀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파조차도 안 넣고 딱 라면 + 물이다. 반면 역발상으로 아예 달걀을 휘저을 때 스프를 넣어 휘젓다가 물이 끓으면 같이 넣어서 만들어 먹는 라면 조리법도 있다.

면은 괴롭히면서? 그대로?

분식집 같은 곳에서 라면을 끓을 때에는 면을 괴롭히는 곳이 종종 있다. 즉 라면을 끓이면서 면을 집게로 집어서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라면이 차가운 공기에 닿으면서 온도가 확 내려갔다가 다시 물에 들어가면 온도가 올랐다가 한다. 이렇게 하면 면의 탄력이 더 좋아지고 쫄깃해진다는 것. 실제로 KBS의 <스펀지>방송에서 테스트해 보니 인장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은 확인되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는데, 예를 들어 틈새라면은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한다. 면의 웨이브가 풀어져서 오히려 꼬들꼬들한 맛이 떨어진다는 것. 그냥 얌전히 끓이는 게 제일 맛있다는 게 이쪽의 주장.

그밖에

라면 봉지를 가로 두 번, 세로 두 번, 합쳐서 네 번 접으면 스프 봉지 안에 쏙 들어간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라면이 많다. 정리할 때 편하니 참고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식으로 라면을 즐겼는데, 나이가 들고 의사가 건강을 위해서 습관을 바꾸라고 계속 권하는 바람에 결국 야식 라면을 끊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라면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즐겼다고 하니 마니아급이라 할 수 있다. 전담 요리사인 강영석 셰프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 분식집에서 끓여주던 라면 스타일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면과 스프는 따로 익히고 콩나물을 넣고, 달걀모양을 유지하고 노른자가 덜 익는 반숙 정도로 고명처럼 얹고[13] 알갱이 후추를 갈아서 위에 올리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끓여준 라면을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고. 무파마탕면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반면 이명박은 안 먹었고, 박근혜는 아예 밀가루 음식 자체를 안 먹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을 타면 장거리 구간에서는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준다.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구비되어 있긴 한데 여기는 그냥 컵라면에 뜨거운 물 부어주는 수준이고,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으로 가면 제대로 그릇에 담아서 나온다. 이게 무척 인기가 좋다. 그 비싼 돈 내고 타서 라면이라니. 다만 봉지라면을 끓여주는 건 아니고 컵라면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내주는 수준이다. 퍼스트 클래스는 진짜로 봉지라면을 끓여서 달걀까지 넣어 준다고 한다. 문제는 뜨거운 국물이다 보니 가끔 사고가 난다는 것. 예를 들어 라면을 가지고 오는데 갑자기 난기류로 비행기가 흔들려서 그릇을 엎을 수도 있다. 이게 손님한테 쏟아지면 그야말로... 실제로 2014년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천-파리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모델 출신 여자 승객이 다리에 화상을 입어서 억대 소송으로 번졌다. 피해자는 전적으로 항공사와 승무원 책임이라는 주장이고, 항공사 쪽은 승객이 쟁반을 쳤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14] 그냥 뜨거운 국물이 들어 있는 라면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난기류가 언제 어떻게 몰아닥칠 지 어떻게 아나? 이와는 다르지만 라면상무 같은 막장 손놈 사건의 한복판에 있기도 했다. 한편 순항 중인 비행기는 압력이 지상의 70~80%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물이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 즉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부어도 지상애서보다 잘 안 익는다. 라면상무처럼 면이 설익었다고 진상짓은 떨지 말자.

각주

  1. 중국어로는 라미엔(拉面)이다.
  2. 게다가 일본에 수출하는 신라면은 한국 것보다는 덜 맵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수출용은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맛을 조절한다.
  3. 러시아어로는 Доширак, 발음은 '다쉬락'하고 비슷하다.
  4. "1년에 라면 400억개 소비하는 중국, 수입도 급증…한국산 1위", <연합뉴스>, 2019년 11월 30일.
  5. "'세계 1위' 한국 라면시장 빨간불…저출생이 불러온 위기", SBS, 2019년 3월 22일.
  6. "직장인이 꼽은 해장음식 1위는 '콩나물국'... 2위는?", 잡코리아, 2017년 8월 31일.
  7. "술 마신 다음 날 최악의 해장 음식은?", <헬스조선>, 2019년 3월 13일.
  8. 한 번 익힌 다음 포장하므로 조리할 때 면을 푹 익히지 않아도 된다.
  9. 일본라멘도 원류는 중국이고, 일본인들도 중화요리의 일종으로 생각한다.
  10. 먹을 때 적당히 저어 주면 뜨거운 국물에 치즈가 녹아서 독특한 맛을 낸다.
  11. http://flymoge.tistory.com/781
  12. 오뚜기라면은 '스프를 그리고 면을' 넣으라고 쓰여 있어서 스프가 더 앞에 와 있다.
  13. 강영석 셰프가 먹는 모습을 보면 먼저 달걀을 젓가락으로 갈라서 노른자가 국물에 풀어지게 한다.
  14. "모델출신 女승객 '승무원이 라면쏟아 화상'…소송 공방", <연합뉴스> 2015년 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