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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炸酱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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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수 요리. 중국어로는 zhájiàngmiàn, 즉 '자쟝미엔' 정도가 된다.[1] 하지만 한국으로 건너와 나름대로의 길을 걸으면서 정말 흥한 중화요리의 한 종류이자 중화요리의 압도적인 대표 요리이며 배달 음식의 아이콘이다. 중국집에 간 수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최대의 난제이기도 하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에 대한 궁극의 해답은 짬짜면. 중국에서는 그닥 유명한 요리라 보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중화요리 하면 일단 짜장면부터 머릿속에 떠오른다.

춘장녹말, 돼지고기양파를 볶은 소스를 중화면에 끼얹어서 비벼먹는 요리다. 1900년대 초에 인천 부두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싸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으로 시작되었다. 인천의 공화춘이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정말 그 집에서 최초로 만든 건지는 확실치 않고, 그냥 공화춘이 기록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집이다시피 해서... 원래는 중국음식이었지만 일본에서 토착화된 라멘처럼 이제는 중국요리가 아니라 한국요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국 특유의 스타일로 발전해 왔고 다양한 변종들이 나왔다.

'짜장'이라고 하니 짜서 그런 거라고 생각되지 쉽지만 원래는 중국의 자쟝(炸醬, 한자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작장)에서 온 말이다. 이거 때문에 한때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만 올바른 표기법으로 인정하던 시대가 있었다.[2] 그런데 자장면이라고 쓴 곳은 아무 데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일단 짜장면이 중화요리긴 해도 수십 년에 걸쳐서 한국에 토착화된 음식인데 갑자기 단어의 뿌리를 찾아서 자장면으로 써야 한다니 누가 곧이 듣나. 결국 짜장면도 인정하기로 방침이 바뀌었다.

준국 자장몐

짜장면이 중국에 진짜로 있는 음식이냐 없냐를 가지고 티격태격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도 '자장몐'이라는 음식이 분명히 있다. 최초 기원은 베이징이지만 산둥 요리의 일종으로 여긴다. 스타일은 상당히 다른데, 장에 고기를 많이 넣고 자작하게 볶아서 채썬 채소 몇 가지와 함께 올린다. 채소는 오이는 반드시 들어가고 당근을 넣는 곳도 있다. 소스를 끼얹은 듯한 한국식 짜장면이 아니라 고기볶음을 얹은 모양새다. 색깔도 불그스름하고, 소스가 흥건한 한국의 짜장면과는 다르게 장의 양이 적고 뻑뻑하다. 먹을 때도 우리나라처럼 충분히 비비는 게 아니라 대충 섞는 식이다. 한국 짜장면처럼 비벼지지도 않고 고기볶음이 얼룩덜룩 묻어 있는 식이라서 우리식 짜장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뭐 이렇게 장을 조금밖에 안 주나? 하는 생각이 드는 모양새다. 먹어 보면 한국식 짜장면과는 달리 맛이 세지 않으면서도 중국 특유의 향채가 들어가기 때문에 향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드물게 '베이징 짜장면' 혹은 '북경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곳이 있다.

옛날에는 메추리알 한 알, 혹은 삶은 달걀 반쪽이 올라가기도 했고, 오이채나 완두콩이 고명으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이런 고명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부산에서는 짜장면에 달걀 프라이를 얹어주는 곳들도 있는데 특히 한참 먹성 좋을 손님들이 많은 학교 앞 중국집들이 그렇다고 한다. 지금도 부산 지역은 어딜 가나 간짜장만큼은 달걀 프라이가 정석으로 굳어져 있다.

중국에도 한국식 짜장면은 꽤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 한국식 짜장면이 많이 퍼져 있는 건 아니지만 중국인 관광객들 중에 한국에 와서 짜장면을 먹어 보는 사람들이 많고 반응도 대체로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중국 쪽 짜장면이 한국처럼 장의 색깔이 진해지고 맛도 좀 더 달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두 나라 짜장면의 차이는 크다.

집에서 짜장면을 해 보려고 하면 영 맛이 안 나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중국집에서는 거의 압도적으로 사자표 춘장을 쓰는데 이건 대용량으로만 팔기 때문에 가정에서 쓰기는 난감하다.
  • 한동안 기름 때문에 말이 많아서, 특히나 라면우지 파동 때문에 한바탕 난리난 이후로는 식용유를 쓰는 중국집도 많지만 예전에는 돼지기름과 같은 쇼트닝을 많이 썼다. 쇼트닝이든 식용유든 기름을 다량으로 써서 춘장을 거의 튀기듯이 볶아낸다. 중국집돼지기름을 안 쓰고 식용유를 쓰게 되면서 맛이 밋밋해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춘장카라멜색소 함량이 늘어나고 MSG 사용량도 늘었다는 의견도 있다.[3]
  • MSG 투척을 많이 한다. 이건 방송에서도 이미 여러 번 때렸으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설탕을 넣어서 좀 더 달게도 만든다.
  • 두꺼운 을 강력한 불에 아주 뜨겁게 달궈서 재료를 볶아내는 건 가정용 가스레인지로는 잘 안 된다.

오랜 세월 배달 음식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출출한데 뭐 먹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뭐니뭐니해도 짜장면. 왠지 모르게 이사 갈 때, 특히 짐 풀고 정리하던 도중에 밥 때가 되면 바닥에 신문지 깔고 짜장면을 시켜 먹어야 이사 제대로 한 것 같은 풍습도 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이 다양화되고, 상대적으로 중국음식의 선호도가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라서 요즘은 프라이드 치킨이나 피자에 밀리는 실정이다. 2018년 9월에 제일기획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선호하는 배달음식 TOP 5는 프라이드 치킨, 피자, 짜장면, 족발, 보쌈 순서다.[4] 그런데 다섯 개 중에 짜장면을 제외한 네 가지는 주로 여러 명이 나눠먹는 음식이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다음에 오는 게 4월 14일 블랙데이. 이때까지도 싱글인 사람들은 짜장면이나 먹자... 하는 날. 그리고 한 달 후에까지도 싱글이면 5월 14일 블루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청산가리 먹고 뒤지는 게 낫다고 하는 날이라 카더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보니, 라면이나 즉석식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짜장라면은 이미 라면계의 주류 중 하나가 되어 있고, 냉동식품이나 생면으로 된 것도 나와 있다. 떡볶이 중에도 짜장떡볶이도 인기가 있고, 신당동 즉석떡볶이고추장춘장을 섞는 게 기본 레시피다. 그 비율이 비법 중 하나.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중국집 테이블에는 고춧가루가 있다. 이 때는 곱게 갈은 고춧가루를 쓴다.

종류

간짜장

간짜장.

녹말과 물을 안 넣거나 넣어도 조금만 넣고 양파를 많이 넣은 것. 양파가 수분이 많아서 양파를 듬뿍 넣고 볶을 때 나오는 물을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녹말을 안 쓰기 때문에 보통 짜장보다 색깔이 더 짙고 맛도 더 진하고 짜다. 간짜장의 '간'은 간을 했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어로 마를 건(干)에 해당된다. 즉 물기가 적은 짜장면이라는 얘기. 짜장면은 음식점에서 먹을 때에는 장을 면 위에 부어서 나오지만 간짜장은 이럴 때에도 면과 장을 따로 내 온다. 요즘 들어서는 녹말을 약간 넣어서 색깔도 조금 밝아지고 약간 묽게 만든 간짜장을 파는 곳이 많아졌다. 또한 매장에서는 장을 면 위에 그냥 부어서 내는 곳들도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간짜장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는 게 특징이다.

사천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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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짜장'인데 춘장은 한 방울도 안 들어가고 두반장춘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사천, 즉 쓰촨성에 두반장을 쓴 매운 요리가 많다 보니 붙은 이름이고 쓰촨에는 이런 요리가 없다. 사천짜장에는 해산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쓰촨성은 내륙이라 해산물 요리가 별로 없다. 두반장 소스답게 색깔도 빨갛고 짜장 특유의 구수한 맛 대신 매운맛이 주를 이룬다. 짜장면보다는 오히려 볶음짬뽕에 가까운 맛이 난다. 제대로 안 만드는 중국집두반장을 안 쓰고 국물 없는 짬뽕맛이 나는 정도다.

농심에서 짜장라면으로도 내놓았다. 처음에는 '매콤한 사천짜장면'으로 나왔다가 지금은 '사천 짜파게티'로 바뀌었다. 맛은 여기서 얘기하는 사천짜장과는 거리가 먼, 짜장라면고춧가루로 맵게 한 정도다. 그냥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을 때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는 수준.

유니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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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은 돼지고기를 건더기에 넣은 것. 여기서 '유니'라는 말은 중국어로 잘게 다진 고기를 뜻하는 로우니(肉泥)가 산둥지역 발음으로는 '유니'에 가깝기 때문에[5] 여기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실기시험에는 그냥 짜장면이 아닌 유니짜장면이 과목으로 올라와 있다.

쟁반짜장

쟁반짜장.

쟁반에 담아내는 짜장면. 보통 고기와 해산물, 채소 건더기가 들어있고 면 위에 소스를 끼얹는 다른 짜장면과는 달리 국수와 소스를 한번 볶아서 낸다. 비빌 필요가 없으니 쟁반에 낼 수 있다. 대부분 중국집은 2인분부터 주문을 받으며 1인분 주문이 가능한 곳은 매우 드물다.

그밖에

  • 삼선짜장: 오징어, 새우와 같은 해산물 건더기를 넣은 것. 옛날부터 중국집에는 기본 짜장면, 조금 비싼 간짜장, 많이 비싼 삼선짜장이 메뉴에 올라 있었으나 요즘은 세 가지가 다 있는 곳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선택권이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이전에는 삼선짜장으로 퉁쳤던 걸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짜장면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 옛날짜장: 사실 별거 없고 감자양파,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넣은 것. 2000년대 초반에 인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옛날'짜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옛날에는 최소한 화교들이 하던 중국집에서는 짜장면에 감자를 넣은 적이 없다고 한다.[6]
  • 육사짜장: 육군사관학교와는 관계 없다. 이름의 유래는 중국어로 실처럼 가늘고 길게 썬 고기를 뜻하는 러우쓰(肉丝)의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름처럼 고기를 실처럼 가늘게 썰어 (肉絲) 듬뿍 넣은 것. 유슬짜장이라고도 한다. '유슬'의 '슬' 역시 '러우쓰'의 쓰(丝)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 물짜장: 말 그대로 짜장을 거의 국물처럼 흥건하게 만들어서 먹는 것. 하지만 진짜 유명한 건 전주나 군산을 비롯해서 전라북도 쪽에서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춘장을 쓰지 않고 마치 잡탕밥에 끼얹는 소스와 비슷한 소스를 면 위에 끼얹어서 낸다. 사천짜장과 비슷하게 짜장이 안 들어가는 '짜장'이다. 전라북도 쪽에서는 유명한 중화요리이고 맛도 있어서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여전히 전라북도 바깥에서는 보기가 거의 힘들다.
  • 짜장라면: 춘장 베이스의 자작한 소스에 비벼먹는 라면. 맛은 중국집 짜장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 때문에 중국집 짜장면과는 다른 맛으로 인기를 끌어서 한국 라면의 한 분파로 정착했다. 짜왕이나 진짜장 같은 좀 더 비싼 짜장라면중국집 짜장면 맛에 좀 더 가깝다.

그밖에

국수으로 바꾸면 그냥 짜장밥이 된다.

경상남도 통영에는 우짜면이 유명하다. 쉽게 말해서 우동(사실은 가락국수)에 짜장 소스를 얹어 주는 것. 우짜면을 파는 집은 보통 가락국수빼떼기죽을 같이 판다. 맛은 그저 그렇다. 여행 중에 먹는 별미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일본에도 짜장면, 혹은 중국의 자장몐 비슷한 요리가 있다. 모리오카 지역의 음식인 쟈쟈멘.[7] 실제로 중국의 작장면에서 파생된, 하지만 일본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진화된 중화요리다. 한국의 짜장면과는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래도 일본인에게 한국의 짜장면을 설명할 때에는 아무래도 '한국풍 쟈쟈멘'이라고 이야기하게 된다. 다만 전국구 대중음식이 된 짜장면과는 달리 쟈쟈멘은 일본인들에게 인지도는 꽤 있지만 모리오카 지역 요리로 인식되어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쉽지 않다.

짜장면을 먹다 보면 처음에는 걸쭉했던 짜장이 어느새 물처럼 흥건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뭔지 방송 프로그램에도 가끔 나올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침' 때문이다. 이빨로 국수를 끊거나 젓가락에 묻은 침이 미량이지만 짜장녹말당분으로 바꾸게 되면 짜장의 점성이 묽어져서 물처럼 되는 것. 전분을 넣지 않는 간짜장은 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흥건해지는 게 싫으면 짜장면을 앞접시에 덜어내서 먹으면 된다. 젓가락에 침이 좀 묻어 있기는 해도 훨씬 덜 묽어진다.

각주

  1. 보통 한글 표기는 '자장몐'으로 한다.
  2. 중국어의 zh는 실제 발음은 'ㅉ'에 가깝게 들리지만 중국어 한글 표기법으로는 'ㅈ'가 되는데, 그래서 '자장면'이 옳다고 본 것.
  3. 건다운의 맛있는 중식 이야기 : ‘옛날식 짜장면은 없다!’, 푸드조선, 2012년 5월 25일.
  4. "통계로 보는 배달 음식", 제일기획 블로그, 2018년 9월 5일.
  5. 산둥지역은 병음 표기 기준으로 'r'(ㄹ)을 'y'(ㅠ)에 가깝게 발음한다.
  6. [백년명가 ③] ‘옛날자장면은 없다’…자장면 A to Z, 일간스포츠, 2009년 4월 29일.
  7. 모리오카에는 한국 냉면이 건너가서 현지화된 모리오카 냉면이라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