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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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유라멘. 간장으로 맛을 낸 라멘으로 일본 라멘의 기본 중 하나다.

중국어(한자) : 拉面 일본어 : ラーメン(拉麺)[1]

국수 요리의 일종으로 원본은 중국의 탕면 요리. 그런데 에도시대 말 또는 메이지시대 초기에 나라가 외국에 본격 개방되면서 일본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이 항구도시에 차린 음식점을 통해 일본에서 중화요리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중국보다 훨씬 흥했다. 일본 기준으로 볼 때 외국인들은 라멘을 일본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반면 일본 사람들은 라멘을 일본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으며 중화요리의 일종으로 본다. 츄카소바(중화소바)라고 메뉴에 적고 있는 곳도 많다. 중화요리점은 물론 일본인이 경영하는 라멘 전문점에서도 중화소바, 또는 소바라는 이름을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소바라는 말만 보고 메밀국수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

중국어로는 라미엔(拉面)이라고 한다. 원래 일본 라멘 같은 특정한 형태의 요리를 뜻한다기보다는 '손으로 쳐서 만든 국수' 즉 수타면, 혹은 이것으로 만든 국수 요리를 뜻하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일본화된 라멘을 일식라멘(日式拉面) 또는 일본라멘(日本拉面)이라고 부르면서 구분한다. 일본 라멘에 들어가는 국수는 이제는 수타면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라멘이라는 이름을 그냥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도 일본 라멘이 들어와 있다. 아지센 같은 일본의 라멘 체인점은 중국에서도 열심히 장사하고 있다. 중국의 산둥지방의 자쟝미엔이 한국으로 건너와서 짜장면으로 진화하고 전국을 장악한 중화요리가 된 것과 비슷. 자쟝미엔과 짜장면이 차이가 커져서 아예 다른 음식으로 봐도 되는 것처럼 중국의 라미엔과 일본의 라멘도 차이가 많이 벌어져서 이제는 별개의 요리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래도 한국인들이 짜장면을 한식으로 보지 않고 중화요리로 보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라멘을 일본요리가 아닌 중화요리의 일종으로 본다.

우리나라에는 인스턴트 라멘이 건너와서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확 퍼졌다. 이후 일본 음식문화가 다양하게 들어오면서 음식점에서 국물을 내고 조리하는 라멘도 들어와서 빠르게 저변을 넓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스턴트는 라면, 인스턴트가 아닌 것은 라멘으로 구분해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만드는 방법

기본은 돼지뼈와 닭뼈를 고아서 낸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몇 가지 고명을 올리고 내는 것.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기본 라멘도 많이 토착화 되었지만 돈코츠라멘이나 해산물 베이스의 라멘을 비롯, 완전히 일본스러워진 수많은 변종을 낳았다. 우리나라의 라면소고기 국물맛을 주로 추구하지만 일본 라멘 국물에 소고기를 쓰는 경우는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정말 드물다.

라멘집 중에 가게에서 바로 바로 제면해서 쓰는 곳은 별로 없고 대체로 면만 공급하는 곳이 따로 있다. 면은 밀가루소금, 을 주 재료로 한다. 약간 웨이브를 주는 곳도 있고 그냥 국수처럼 곧은 면을 쓰는 곳도 있다. 글루텐을 어느 정도 살려서 면에 어느정도 쫄깃한 맛을 주는 곳이 많지만 역으로 글루텐 구조를 일부러 끊어서 툭툭 끊어지는 식감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하카타라멘이 이런 면을 쓴다.

가게에 따라서 면의 단단함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제조 공정에서 칸스이(간수)를 넣어서 조절할 수 있다. 칸스이 함량이 높을수록 면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또한 삶는 시간에 차이를 주는 방법도 있는데 삶는 시간이 짧을수록 면이 좀 더 단단해지고 덜 익은 밀가루 맛이 난다. 면의 단단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가게들도 많아서, 단단하게(硬い), 보통(普通), 부드럽게(軟らか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거나 좀 더 세분화된 가게들도 있다. 그밖에도 국물의 농도(濃さ)라든가 면의 양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옵션들을 제공하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일본어가 안 되면 점원이 물어보는 게 그저 공포스러울 뿐...

토핑으로 가장 널리 올라가는 것은 차슈, 멘마, 파와 같은 것들이며, 반숙한 달걀 반 개도 역시 많이 올라가는 토핑[2]. , 채썬 다시마, 마늘도 종종 등장하는 토핑이며 그밖에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토핑들이 올라가고, 토핑을 선택하거나 추가할 수도 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 닛신식품에서 개발한 치킨라멘이 원조.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이라고 하면 100% 인스턴트 라면이고 일본식으로 생면을 써서 만드는 건 라멘이라고 구분한다. 일본에서는 인스턴트 라멘을 끓여서 파는 음식점은 없다. 한국식 분식집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다들 장인정신이 넘치는 건 아니고, 값싼 라멘집 혹은 라멘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곳 (특히 체인점) 중에는 완제품 형태로 공급되는 농축 스프를 물에 풀어서 끓여 내는 곳도 많이 있다. 싸든 안 싸든 직접 면을 만드는 가게는 많지 않다. 가게에서 직접 면을 만들 정도(자가제면)라면 꽤 비싼 축에 속한다. 어쨌거나, 적어도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을 쓰는 건 기본이다. 아주 싼 집 아니면 국물 정도는 직접 가게에서 고아 내는 곳이 대부분.

종류

삿포로시 <아지노토케다이>의 콘버터미소라멘. 홋카이도는 추운 지역이라서 그런지 버터까지 넣어서 열량을 높인 라멘도 종종 볼 수 있다.

지역별로 가게별로 찾아 보면 밑도 끝도 없는 라멘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가장 기본으로는 국물의 간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 곧 시오라멘(소금), 쇼유라멘(간장라멘), 미소라멘(된장라멘)으로 나눈다. 한 가지 국물 베이스만 있으면 세 가지 라멘을 다 만들 수 있다. 가장 주류는 쇼유라멘이고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홋카이도 쪽은 미소라멘이 유명하다.

Tonkotsu ramen.jpg

큐슈 쪽은 돼지뼈를 푸욱 고아서 허옇고 걸쭉한 국물을 낸 돈코츠라멘이 유명하다. 굳이 따지면 주로 간장으로 간을 하므로 쇼유라멘 계열이겠으나 아예 돈코츠라멘이란 별개의 종류로 본다.

각 지방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재료로 한 독특한 라멘을 파는 곳이 적어도 한 군데쯤은 있게 마련이다. 일본 여행을 갔으면 그 지방 특산 라멘을 먹어보는 게 여행지를 인증하는 한 가지 방법. 때때로 대량의 토마토를 사용하거나 데미글라스 소스와 같은 서양식 소스를 국물에 집어넣거나 하는 괴식스러운 라멘이 등장하기도 한다.

꼭 탕면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물에 찍어먹는 츠케멘이나 식초고추기름을 넣고 비벼 먹는 아부라소바[3] 같은 것들도 있고, 차갑게 먹는 히야시라멘도 있다.

라멘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워낙에 각별해서 하루 종일 죽어라고 라멘만 먹고 다니는 TV 여행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한츠 엔도 같은 라멘 전문 저널리스트들도 있고 라멘 관련 책도 엄청 많다. 일본에서 면 소비가 가장 많은 현으로 꼽히는 야마가타현 쪽은 아사라멘이라고 해서 아침으로 라멘을 먹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때문에 아침부터 문 여는 라멘집도 많다고.[4]

일본 나고야 <미센(味仙)>의 타이완라멘. 이 가게를 원조로 친다.

다만 오사카 일대는 라멘보다는 우동이 인기가 더 많고 한술 더 떠서 우동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카가와현은 더욱 라멘이 기를 못 편다.[5] 나고야 지역도 얇고 넓적한 국수인 키시멘이 인기가 많아서 라멘은 상대적으로 시들한데, 대신 타이완라멘이라는 엄청나게 매운 라멘이 명물이다. 일본사람들이 맵다는 음식을 한국인들이 먹으면 '이게 뭐가 매워?' 싶을 때가 많은데, 타이완라멘은 한국인 입맛에도 얼얼하게 맵다.

그밖에

2016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은 라멘집이 탄생했다. 도쿄 요요기 우에하라에 있는[6] <Japanese Soba Noodles 蔦(츠타)>가 바로 그 주인공.[7][8] 평소에도 라멘 한 그릇 먹으려면 두 시간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명성을 날려 왔는데 미슐랭 원 스타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세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선정 당시에는 엄청 비싼 곳도 아니었다. 기본인 쇼유소바(말이 소바지 라멘이다)가 2015년 기준으로 850엔이었다. 고급 음식점 위주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이런 저렴한 음식점에 별을 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받은 이후로는 가격이 계속 올라서 2024년 초 기준으로는 한 그릇에 2천엔이다. 츠타는 역사가 짧은 편으로, 2012년에 개점했는데 1년만에 단숨에 줄서서 먹는 집으로 대박을 쳤고, 2015년에 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된 후 이듬해에 1 스타에 입성하게 된 것. 이후 2019년까지 1 스타를 유지했다. 가게 주인인 오니시 유키는 2015년에 36세로 젊은 편인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쟁쟁한 가게들을 제치고 미슐랭 원스타를 가장 먼저 차지한 것도 나름대로 독특한 점. 그러나 오니시는 2022년 9월, 43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9][10]

일본에서는 해장음식으로 인기가 많다. 2018년 아사히맥주의 모회사인 아사히홀딩스의 설문조사 결과 남성들 사이에서는 1위, 여성들에게서는 2위를 차지했다.[11] 우리나라는 인스턴트 라면해장용으로 꽤 인기 있는 걸 보면 나름 통하는 데가 있는 셈이다.

각주

  1. 중국에서 쓰는 한자 '面'와 일본에서 쓰는 '麺'가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麺 자를 쓰지 않으며, 국수를 표현할 때에는 面条, 줄여서 面이라고 쓴다. 드물게 麪 자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麺 자를 쓴다.
  2. 우리나라 국수 요리에는 주로 완숙이 들어가지만 일본은 반숙을 주로 쓴다.
  3. 이름에 '소바'가 들어가지만 중화소바처럼 이것도 메밀은 1%도 안 들어가며 라멘의 일종으로 본다.
  4. 우동 소비량 1위인 카카와현은 아침부터 문을 열거나 아예 24시간 영업하는 우동집들도 진을 치고 있다.
  5. 다만 카카와현에 가 보면 라멘집도 많다. 사누키우동의 본진이다 보니 우동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그렇지, 번화가를 중심으로는 라멘 가게도 많이 포진하고 있다.
  6. 원래는 JR 스가모역 근처에 있었으나 2019년에 이전했다.
  7. "ラーメン店に世界初の一つ星 ミシュランガイド東京", 日本経済新聞, 2015년 12월 1일.
  8. "Use your noodle: Tokyo's ramen fans say Michelin star has been long overdue", The Guardian, 3 December 2015.
  9. "ミシュラン星獲得のラーメン店「蔦」大西祐貴さん、急性心不全で死去 43歳 “猫に咬まれ”は「事実無根」「故人が一番悲しんでいる」", ORICON NEWS, 2022년 9월 23일.
  10. 갑작스러운 오너의 죽음으로 가게는 휴업에 들어갔다가 2023년 2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11. "[日요일日문화]"일본도 해장엔 국물이 국룰"…'노미시메' 이야기", 아시아경제, 2023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