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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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을 내는 물질. 화학식으로는 NaCl, 곧 염화나트륨이다.

인간은 물론 많은 생물, 특히 동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물질이다. 삼투압을 조절하고 수많은 체액의 재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위산은 염산을 주 성분으로 하는데 몸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염산의 화학식은 HCl이다. 즉 소금의 Cl 성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에서 아주 많이 쓰는 생리식염수는 체액과 같은 수준인 0.9% 농도의 소금물이다.

고대에는 화폐 기능도 했다. 월급을 뜻하는 영어 salary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온 것인데, 이 말이 소금과 관계가 있다. 어딘가 salt와 관계가 좀 있어 보인다. 로마시대에 군인들이 소금으로 월급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당시에 이미 주화로 받기는 했는데 소금을 사기 위한 수당이 따로 있었던 것에서 온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1]

고대부터 중요한 교역물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암염이나 소금호수처럼 쉽게 소금을 캘 수 있거나, 바닷가에 개펄이 넓게 펼쳐져 있고 햇볕이 쨍쨍한 날이 많아서 소금 만들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면 소금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지만 내륙지방이라든가, 바다가 있어도 개펄 같은 게 없는 곳[2], 궂은 날이 많은 곳, 추운 곳은 소금이 귀했다. 하지만 소금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였으니 없으면 사다가 먹기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소금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소금 교역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만드는 방법

서양에는 말라붙은 호수와 같은 곳에 그냥 소금 덩어리가 노출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 여기서 캐서 쓰는 암염(巖鹽, 바위소금)이 많이 나온다. 이런 소금은 바위처럼 덩어리져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는 것. 물론 곱게 빻아서 제품으로 만들지만 작은 자갈 정도로 굵게 빻은 제품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암염이 없으므로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게 되는데, 많이 쓰이는 방법을 크게 나눠보면 두 가지가 있다.

  • 천일염 : 넓은 공간에 바닷물을 얕게 가둬놓고 햇볕에 말려서 소금을 얻는 방법.
  • 정제염 : 바닷물을 끌어다가 이온교환수지를 통해서 소금만 뽑아내는 방법으로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많은 사람들이 천일염을 우리의 전통적인 소금 제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써 오던 방법은 천일염보다는 오히려 자염으로, 바닷물을 개흙이나 모래에 뿌려가면서 농축을 시킨 다음 이걸 다시 물에 녹여서 깨끗한 액을 만들어 내고, 이걸 솥에 넣고 끓여서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이다. 끓이면서 위에 올라오는 거품을 걷어내는데, 이 과정으로 쓴맛을 비롯한 좋지 못한 잡맛을 내는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천일염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에는 왜염이라고 불렀고, 그래요? 왜염? 자염을 고급품으로 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염 쪽이 과정도 복잡하고, 불도 때야 하며 뜨거운 불 옆에서 계속해서 거품을 걷어내야 하니 품도 많이 들어가므로[3] 당연한 얘기.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압도적인 소금 생산 방법이 되면서 자염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자염이 전통적인 소금 생산 방법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자염도 고급 소금으로 다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천일염보다는 훨씬 비싸고 생산량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서 천일염을 가지고 논쟁도 꽤나 많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특히 열렬하게 '천일염에 대한 환상'을 논박하는 글을 많이 썼다. 천일염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방식으로 전통 방식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도 맞지 않으며, 천일염에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 역시도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천일염으로 얻을 수 있는 미네랄이라는 것도 극히 미미한 양에 불과해서 그 정도로 건강에 의미 있는 양을 먹을 수도 없고. 관점을 달리 해 보면 일종의 불순물에 해당하므로 쓴맛이라든가 그밖에 좋지 못한 맛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좀 비싼 천일염은 만든 다음 몇 년 동안 보관하면서 불순물(간수)을 빼는 작업을 하는데 그게 결국 미네랄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천일염이 다른 소금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헛소리라는 게 천일염 무용론자들의 논리다.

그리고 바닷물이 과연 깨끗한 것인가 하는 것도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염전 근처의 가까운 바닷물을 끌어다가 말려서 쓰는 것일 텐데, 이래저래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차라리 불순물을 제대로 제거한 정제염을 쓰고 미네랄은 다른 식품으로 보충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일염에 있다는 미네랄이래봐야 극히 미미한 양인 데다가 고급품은 장기 보관으로 이를 빼는 작업까지 한다. 천일염이든 정제염이든 소금은 소금이니, 소금은 줄이고 다른 음식이나 영양제로 보충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

예전부터 한국인들은 소금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말이 상식처럼 퍼져 있었다. 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상한선은 2,000mg으로, 이는 소금으로 환산하면 5g 정도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일일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4,546mg였다. 즉, WHO 권장 상한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가 국물을 많이 먹고 김치, 젓갈처럼 염분이 높은 음식을 먹다 보니 이런 거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당시에도 조사 방법의 정확성에 논란이 있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사용한 방법은 24시간 회상법이다. 즉, 설문조사를 통해 하루 동안 섭취한 음식과 양을 물어보는 식이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까지는 정확하게 기억하겠지만 어느 정도 양을 먹었을지를 정확하게 답변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조리 방법에 따라서 같은 음식, 예를 들어 된장찌개라고 해도 소금 함량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핀란드는 표본을 정해서 24시간 동안의 소변에서 검출되는 나트륨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을 썼는데, 이게 훨씬 정확하다.[4]

아무튼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WHO 권장 상한을 초과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덜 짜게 먹는 식습관을 권장해 왔고, 나트륨 과다 섭취의 주범으로 꼽히는 라면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나트륨 함량을 줄여줄 것도 권고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추이를 보면 2012년 4,546mg이었던 나트륨 섭취량은 2014년 3,890mg으로 4,000선 밑으로 내려왔고, 2019년에는 3289.13mg까지 떨어졌다. 3,389㎎인 미국과 3,825㎎인 일본보다 더 적은 수치다.[5] 물론 여전히 WHO 권장 상한선을 1.5배 이상 넘는 수치이므로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은, 나트륨을 먹는 방법이 소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MSG 역시 '글루타민산나트륨'이기 때문에 나트륨을 먹게 된다. 그러면 '역시 MSG는 쓰면 안 돼! '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MSG를 적절한 양으로 사용하면 소금 양을 더 많이 줄일 수 있어서 전체 나트륨 섭취량을 20~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6]

각주

  1. http://www.etymonline.com/index.php?term=salary
  2. 우리나라도 염전은 개펄이 있는 서해와 남해 쪽이 주 산지이고 개펄이 없는 동해 쪽으로는 염전이 없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울진 쪽에 염전이 있었지만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래도 서해나 남해에 비해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고, 이제는 그쪽에서 손쉽게 사다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동해에 염전을 둘 필요가 없다.
  3. 염전 노동도 중노동에 속하지만 자염에 비하면 노동력 대비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4. "“WHO권고 2배라지만 글쎄”…나트륨섭취량 조사법 개선", 연합뉴스, 2014년 5월 18일.
  5. "한국이 짜게 먹는다는 조사의 진실?, 경향신문, 2021년 1월 30일.
  6. "소금에 중독된 입맛, MSG만 활용해도 ‘싱거운 삶’", 한국일보, 2018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