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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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말린 다음 꼭지를 떼어내고 씨를 뺀 후 빻아서 가루로 만든 것. 풋고추도 만들려면 만들지만 보통은 매운맛이 잘 들도록 빨갛게 익은 것을 말려서 쓴다. 맛도 그렇지만 빨간색이 주는 시각적 효과도 있다.

매운맛 좋아하는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향신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추장의 필수 재료이기도 하고, 대다수 김치의 필수 재료고 조림, 볶음, , 찌개, 전골을 비롯해서 정말 한국음식에 쓰이는 범위가 넓다. 떡볶이에는 고추장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리고추장이 아니면 텁텁하기 때문에 쌀고추장은 안 쓰거나 조금만 쓰고 고춧가루와 설탕, 물엿을 주로 사용한다.

조리할 때만이 아니라 먹을 때에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집. 한국의 중국집에는 테이블마다 고춧가루가 놓여 있다. 특히 짜장면에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매운 것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기름지고 느끼한 맛을 매운맛으로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

고춧가루로 빻는 굵기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곱게 빻은 고춧가루는 발그레한 색감을 내고 입자감이 적어 깔끔하기 때문에 육개장, 무생채와 같은 무침에 좋은 반면 굵게 빻은 고춧가루는 재료에 잘 달라붙고 진한 색감을 내 주기 때문에 주로 김치, 겉절이와 같은 곳에 사용한다. 두 가지를 섞어서 쓰는 경우도 많다.

대량생산을 할 때에는 빨리 말리기 위해 열풍건조와 같은 공법을 사용하는데, 고추를 햇볕에 말려서 시간을 두고 자연건조시킨 태양초로 만든 고춧가루는 특히 품질이 좋은 것으로 친다. 고춧가루는 물론 고추장에도 '태양초 고추장'이라는 제품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자세히 성분표를 들여다 보면 정말 태양초는 눈꼽만큼만 들었다. 이쯤 되면 태양초맛 고추장이라고 하는 게 나을 정도. 게다가 고춧가루가 진짜 태양초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그야말로 판매자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는 부분.

눈에 들어가거나 상처에 닿으면 엄청 쓰라리다. 코로 들어가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고문 방법 중에 고춧가루 탄 물을 코로 부어넣는 방법이 있을 정도니. 또한 남의 계획이나 일, 희망을 가로막거나 희망을 훼방놓는 일을 했을 때 '고춧가루 뿌린다'는 표현을 쓴다. 특히 스포츠에서 이미 희망이 없어진 팀이 다른 팀의 중요한 경기에서 덜미를 잡아버렸을 때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또한 이빨 사이에 잘 끼는 데다가 빨간색이 이 사이에서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종종 굴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밥 먹고 나면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거나 손거울로 이에 뭐 안 끼었나 꼭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는 고춧가루에 들어 있는 철가루가 문제가 되었다. 톱니 모양 롤러 사에이 고추를 넣어서 빻는데, 이 과정에서 롤러도 조금씩 갈리면서 철가루가 들어가는 것. 문제가 된 이후로는 자석을 이용해서 철가루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음식점에서는 가격이 훨씬 싼 중국산 고춧가루를 많이 쓴다. 국산과 섞어쓰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중국산 고춧가루 중에 저질이 적지 않다는 것. 속칭 '희나리'라고 하는 덜 익은 고추를 빻아서 여기에 파프리카 색소를 넣어 부족한 빨간색을 보충하는 식인데, 파프리카 색소는 말 그대로 파프리카에서 추출한 거라 해롭지는 않지만 애초에 고추의 질 자체가 나쁜 걸 감추는 목적이라 원래 고춧가루에는 쓰지 못하게 막혀 있다. 이걸 이른바 다대기, 즉 고추양념이라고 들여온 다음 고춧가루 대용으로 써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