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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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ening.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상온에서는 고체 상태인 식용 기름을 통틀어 이르는 말. 과거에는 쇼트닝 = 라드유, 즉 돼지기름(돈지)이었지만 20세기 들어서 마가린이 등장하고 소기름(우지), 팜유와 같은 각종 동식물성 굳기름[1]이 쓰이면서 쇼트닝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식물성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함으로써 굳기름으로 만드는 방법까지 개발되면서 더욱 종류가 많아졌다. 이놈들을 이것저것 뒤섞은 혼합 쇼트닝도 나왔다. 굳기름이라고 해도 버터나 코코넛오일과 같은 좀 비싼 녀석들은 쇼트닝이라고 부르지는 않고 아무튼 값싼 녀석들이 쇼트닝으로 분류된다. 마가린도 따로 이름이 있긴 하지만 쇼트닝이나 마찬가지다. 마가린과 쇼트닝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수분 함량으로, 마가린은 대략 15% 정도 수분이 들어있고[2] 유화제를 사용하여 에멀션 상태로 섞어 놓지만 쇼트닝은 수분 함량이 0.5% 이하로 거의 100% 지방질이다.[3] 쉽게 말해서 시중에 나와 있는 마가린과 쇼트닝의 차이는 수분 함량에 불과하다.

가정에서는 거의 쓰지 않으며 업소에서 주로 사용한다. 보통은 10 리터 이상의 큰 금속 깡통에 들어 있다. 길거리 포장마차 튀김집에 보면 한켠에 네모진 깡통이 쌓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쇼트닝 깡통. 상온에서는 굳어 있기 때문에 용기를 데워서 녹인 다음에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금속이 데우기가 편하다. 굳이 가정에서도 쓰려면 사서 쓸 수는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에 한 깡통을 다 쓰는 튀김집이라면 몰라도 집에서야 튀김을 해 봤자 1 리터 정도만 쓰기 때문에 쇼트닝은 오히려 가정에서 쓰기에 엄청 불편하다. 그리고 콩기름보다 그닥 싼 것도 아니다.

쇼트닝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값도 싸면서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튀김 맛을 좋게 해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으로 튀겼을 때 콩기름 같은 식용유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소함이 정말 죽여준다. 중국집이나[4] 길거리 핫도그를 비롯한 각종 튀김 요리 음식점이 쇼트닝의 주 고객. 게다가 계속해서 튀김을 하는 곳에서는 기름을 계속 가열하면서 오랫동안 사용하게 된다. 이런 튀김 기름으로 쓰기에는 차라리 쇼트닝이 콩기름 같은 것보다 나은데, 불포화지방은 오히려 오랜 시간 가열하고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산패가 일어나고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진다. 포화지방은 상대적으로 산패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튀김 기름으로 쓰기에는 장점이 있다.

제빵 제과 쪽에서도 은근 많이 쓰인다. 도넛이나 고로케 같이 기름에 튀길 때도 쓰지만 크루와상 같은 패스트리 종류에도 쇼트닝을 쓰면 기름이 굳으면서 층이 잘 분리된다. 비싼 것은 버터를 쓰고, 좀 덜 비싼 것은 마가린, 심지어는 쇼트닝도 쓴다. 에 들어가는 크림을 만들 때에도 싸게 만드는 건 버터생크림이나 버터가 아닌 마가린을 사용한다. 사실 제과 쪽에서는 마가린이 환영 받는 재료인데, 가격도 저렴하지만 버터와는 달리 인공으로 여러 가지 물성을 조절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따라서 을 만들 때에도 최적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5]

포화지방 덩어리인 데다가 트랜스지방 문제까지 걸려 있어서 건강에는 아주 나쁜 기름으로 찍혀 있다. 하도 트랜스지방이 나쁘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서 많이 나오다 보니 요즘은 마가린이든 쇼트닝이든 트랜스지방은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포화지방도 각종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있어 그나마 트랜스지방보다 낫다고는 해도 해악이 만만치는 않다.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기름은 포화지방 아니면 트랜스지방이다. 코코넛오일과 같은 중사슬 포화지방은 오히려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 코코넛오일과 같은 일부의 예고, 코코넛오일조차도 건강 효과가 너무 과장되었으며 그래봤자 포화지방이 덩어리이므로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각주

  1. 팜유가 식물성 기름이라면서 소기름이나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기름보다 나은 것처럼 광고하기도 하는데, 팜유는 식물성이지만 포화지방 덩어리이고 동물성 기름보다 나을 게 없다.
  2. 빵에 발라 먹는 소프트 마가린(스프레드)은 이보다 수분 함량이 좀 더 높다.
  3. 쇼트닝는 수분이 0%에 가까우므로 유화제가 필요 없지만 제빵용 쇼트닝은 유화제가 들어간다. 빵은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마르거나 이동해서 녹말의 성질이 변하는데, 이 때문에 빵이 딱딱해지고 식감이 떨어지는 노화(弩化) 현상이 일어난다. 유화제가 반죽에 들어가면 때 유화작용으로 수분이 빨리 마르지 않도록 잘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4. 옛날에는 돼지 비계를 녹이서 썼지만 하도 말이 많다 보니 요즈음은 돼지기름이나 쇼트닝보다는 콩기름과 같은 식용유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맛이 밋밋해지고 그 때문에 설탕이나 조미료를 더 많이 퍼넣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5. 버터도 '가공버터'라는 게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버터는 '천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버터를 내세우는 베이커리라면 '천연'까지 같이 내세우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