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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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득이의 인생관.

끓는 물에 달걀을 껍질째 넣어서 익힌 것. 껍질을 깨고 그릇에 담아 중탕시켜서 익한 수란이나 달걀을 깨서 끓는 물에 넣어 익히는 포치드 에그와는 또 다르다.

만드는 법

그냥 물 넣고 달걀 넣고 끓이면 되는 아주 아주 쉬운 요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랬다가는 노른자가 한쪽으로 몰린다. 최악의 경우에는 노른자가 완전히 한쪽으로 몰려서 거의 흰자를 뚫을 듯. 물이 끓을 때까지는 가끔 저어 주면서 달걀을 굴려줘야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끓고 나서 1분쯤 지나면 흰자가 굳어서 모양이 잡히기 시작하는데, 따라서 물이 뜨거워져서 김이 나기 시작할 때부터 끓은 지 2~3분 정도 지날 때까지는 자주 굴려줘야 한다.

끓는 물에 달걀을 넣으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껍질이 깨진다. 찬물에 소금을 좀 넣고 달걀을 넣은 다음 물을 끓여야 한다.

반숙이냐 완숙이냐는 물론 삶는 시간에 따라서 달라진다. 불의 세기에 따라서 차이가 상당히 나지만 대략 5분 정도면 반숙 상태, 8분이 지나면 완숙이 된다. 시간은 조리 기구의 화력에 따라서 다르므로 자주 삶아 먹을 거라면 경험으로 파악해 놓아야 한다.

물을 쓰지 않고도 삶은 달걀을 만들 수 있는데, 달걀을 그릇에 담고 보온밥통에 넣어 두는 것. 대략 한 시간 정도면 반숙이 되고 30분 정도 더 두면 완숙이 된다. 물에다가 삶으면 10분이면 되는데 왜 이런 짓을?

전자레인지로 달걀을 돌리면 터진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빠른 속도로 속이 익으면서 온도가 올라가다 보니 그 팽창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것. 전자레인지로 달걀을 익히고 싶다면 뒤에 작은 구멍을 내야 한다. 일본에서는 전자레인지용 달걀 삶는 그릇도 나와 있어서 이걸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흰자와 노른자가 거꾸로 된 삶은 달걀도 만들 수 있다. 즉, 흰자가 가운데에 몰려 있고 노른자가 바깥에 있는 삶은 달걀. 달걀을 분당 300번 넘게 빠르게 회전시키면 일종의 원심분리 효과로 이런 달걀을 만들 수 있다. 집에서 해보고 싶다면 스타킹 가운데에 날달걀을 넣고 빙빙 돌려서 스타킹을 감은 다음 핑~ 돌려주면 된다. 서너 차례 되풀이하고 삶으면 거꾸로 된 삶은 달걀을 만들 수 있다.

달걀보다 크기가 작에서 한입에 쏙 들어가는 메추리알달걀의 대체품으로 많이 쓰인다. 삶은 메추리알간장조림으로는 달걀조림보다 더 흔히 볼 수 있고, 짜장면에 삶은 메추리알을 올려주는 중국집도 가끔 볼 수 있다.

응용되는 곳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소금 찍어서 먹는 것. 하나만 먹어도 허기를 달랠 수 있다. 하지만 노른자가 퍽퍽하기 때문에 목이 잘 메이기도 하다. 옛날에 기차여행 갈 때 괜히 삶은 달걀에 사이다를 곁들였던 게 아니다.

냉면에 얹은 삶은 달걀.

냉면, 밀면, 일본 라멘을 비롯한 국수 요리에 삶은 달걀 반쪽이 들어갈 때가 많다. 예전에는 짜장면에도 삶은 달걀 아니면 삶은 메추리알은 들어 있었으나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완숙을 쓰는 데 반해 일본 라멘에 들어가는 삶은 달걀은 꼭 반숙이어야 한다. 가운데에 채 익지 않은 노른자가 고여 있는 게 시각적인 포인트. 과연 국수에 들어가는 달걀을 언제 먹느냐...가 문제인데 정답은 먼저 먹는 것이다. 달걀을 먼저 먹으면 입안에 남아 있는 잡스런 맛을 없애준다고 한다. 국물에 달걀 노른자가 풀리면 국물이 탁하고 텁텁해지니 빨리 먹어버리자. 하지만 노른자를 풀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먹는 건 취향이다.

장조림을 해서 반찬으로도 먹는다. 메추리알과 비슷하지만 알이 크니 반으로 잘라서 내거나, 아예 반으로 잘라서 조리기도 하지만 반으로 잘라서 조리면 노른자 때문에 국물이 혼탁해진다.

제삿상에 삶은 달걀을 올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에는 꼭 달걀을 긴 방향으로 잡고 가운데를 톱니모양으로 잘라서 모양을 내는 게 보통이다.

70년대까지는 사이다와 삶은 달걀이 열차 여행의 낭만이었던 시절이 있다. 인생의 본질을 찾아서 구도의 길을 떠났던 만득이가 문득 기차 안에서 그토록 원하던 답을 발견했다. 그래... 삶은... 달걀. 홍익회 카트가 열차 안을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삶은 달걀은 꼭 있었다. 요즈음은 열차에서 삶은 달걀 보기는 정말로 힘들어졌고, 구운 달걀찜질방에서 삶은 달걀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중. 이제는 홍익회 카트도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역에 있는 편의점인 스토리웨이에서 미리 사서 타야 한다.

목욕탕이나 찜질방에서도 많이 팔린다. 아예 판째로 삶은 달걀이나 구운 달걀을 갖다 놓고 손님이 먹고 싶은 만큼 집어 먹고 나중에 계산하도록 하는 곳도 많다.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달걀 좋아하는 나라답게 일본에서도 여러 요리에 쓰인다. 라멘에는 반숙으로 삶은 달걀을 양념 국물에 은근하게 조린 것을 반 잘라서 올린다. 다만 기본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명으로 따로 주문해야 하는 곳도 많다. 쿠마모토중화요리타이피엔은 삶은 달걀을 한 번 튀겨서 올리는 게 특징. 일본식 카페인 킷사텐 아침 세트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두툼한 토스트와 함께 껍질을 까지 않은 삶은 달걀을 아침 세트로 파는 킷사텐을 많이 볼 수 있다. 삶은 달걀과 비슷한 일본달걀 요리법으로 온센타마고가 있다. 삶은 달걀과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결과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서양에서는 hard boiled egg라고 하며 샐러드에 종종 등장한다. 삶은 달걀을 으깨고 마요네즈를 넣은 다음 마음에 드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잘 섞어주면 달걀 샐러드가 된다. 잘게 썰은 , 샐러리, 감자 으깬 것 같은 것들이 잘 맞는다. 사이에 넣은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는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맛있다. 일본에서는 흰자는 빼고 노른자만 아예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으깨서 사용한 타마고 샌드위치가 인기가 많다. 일본 편의점에 가면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 요즘은 우리나라 편의점에도 일본식 달걀 샌드위치가 종종 보인다.

Scotch egg.jpg

영국펍 푸드 가운데 하나인 스코치 에그도 삶은 달걀을 재료로 해서 겉에 다진 고기를 두르고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 음식이다. 뭔가 맛없어 보인다. 역시 영국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