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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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을 가루낸 것. 아무 이나 하는 건 아니고 식빵[1]을 말린 다음 껍질 부분은 떼고 속만 부숴서 가루낸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로 빻아서 고운 가루로 만들면 아주 곤란하다. 영어로는 bread crumbs 라고 하는데, crumbs는 부스러기를 뜻한다. 곧 빵부스러기다.

튀김요리에는 진정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그 이유는 식빵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뚫어놓은 수많은 구멍. 빵을 곱게 가루를 내는 게 아니라 정말 crumbs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잘게 부수어 말리면 빵가루에는 효모가 남긴 엄청나게 많은 미세한 구멍들이 가득차 있다. 그 덕분에 튀길 때에는 구멍들에 알알이 기름이 가득찬다. 조직이 엉청 얇고 구멍 투성이니 열이 빠르게 잘 전달되어 바삭바삭 고소한 맛이 굉장히 증폭된다. 빵가루를 묻힌 튀김과 안 묻힌 튀김은 먹을 때 소리부터 다르다. 그냥 밀가루로는 절대 재현이 안 되는 빵가루만의 독점 분위기.

빵가루의 쓰임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튀김요리의 겉에 묻혀서 바삭바삭함을 극대화 하는 것. 돈카츠(돈까스), 고로케, 쿠시카츠와 같은 일본튀김요리에는 정말로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먹다가 찔려서 입천장 까지는 게 문제긴 하지만. 간토 쪽 튀김은 빵가루를 쓰지 않고 튀김옷 자체를 최대한 묽고 얇게 함으로써 바삭함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 욌는데 간사이 쪽은 빵가루를 적극 활용하는 튀김 요리가 많다. 또 하나는 양을 부풀리거나 걸쭉하게 하기 위한 위한 목적. 솔즈베리 스테이크 반죽에 들어간다. 스튜수프, 캐서롤과 같은 서양식 국물 요리를 걸쭉하게 할 목적으로도 들어간다. 그냥 밀가루를 넣기도 하지만 빵가루를 넣으면 어지간히 반죽해도 공기를 머금고 있고, 살짝 오톨토톨한 질감도 남는 특징을 활용한다.

원래는 먹다 남은 , 혹은 오래된 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가루를 내기 쉽도록 을 바짝 말려서 썼다. 하지만 일본 쪽에서는 덜 마른 을 체에 갈아서 입자가 굵은 빵가루를 내는 생빵가루를 내서 튀김 요리에 쓰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쪽이 빵가루가 더욱 바삭하고 뾰족뾰족하게 살아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빵가루가 수분을 머금은 상태에서 튀겨지면 물이 날아가면서 그 자리가 비기 때문에 이미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 가루를 낸 마른 빵가루보다는 더더욱 공기구멍이 크고 많아서 바삭한 효과가 더욱 나는 것.

시중에서 파는 빵가루는 마른 빵가루이며, 생빵가루[2]는 보존성이 좋지 않으므로 냉동 제품으로 유통된다. 일식 돈카츠를 제대로 만들고 싶다면 냉동 생빵가루를 해동해서 쓰거나 덩어리 식빵을 사다가 상하지 않게 서늘한 곳에 하루쯤 놔둔 다음 약간 마른 빵을 체에 갈아서 써야 한다. 제대로 하는 음식점은 아예 빵가루용으로 식빵을 만들어서 쓰기도 한다. 보통의 식빵은 그냥 먹었을 때 부드러운 식감이 중요한 반면, 빵가루는 튀겼을 때 바삭한 느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최적화된 을 따로 만든다는 것. 그런데 사실, 빵가루용 빵이란 게 대단한 건 아니다. 식빵만 단독으로 먹는 일은 없고 샌드위치든 뭘 발라먹든 다른 것과 같이 먹는 일종의 밥 같은 개념인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곳은 식빵이 그것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우유버터, 마가린을 넣어서 부드럽게 만드는데 빵가루용으로는 오히려 별로 안 좋다. 물, 밀가루, 소금, 딱 이걸로 만든 식빵을 쓰는 게 낫다.

모든 요리에 굵은 생빵가루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돈카츠에비후라이처럼 큼직하게 튀겨낼 때는 생빵가루가 어울리는 반면, 크기가 작은 쿠시카츠고로케에는 입자가 작고 고른 마른 빵가루가 더 어울린다.

각주

  1. 바게트처럼 다른 거 안 넣고 , 밀가루, 소금 정도로만 만드는 발효 빵이라면 빵가루로 만들 수 있다.
  2. 우리나라에서는 '습식 빵가루'라는 이름으로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