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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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2월 15일 (수) 15:3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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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뼈, 머리, 다리, 고기, 내장을 넣고 푹 끓인 국물.

종종 곰탕과 헷갈리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전라남도식 곰탕, 특히 가장 널리 알려진 나주곰탕은 뼈를 넣지 않고 고기와 내장을 주로 우려내기 때문에 국물이 말갛지만 소뼈를 사용하는 설렁탕은 탁하고 뽀얀 색깔이 설렁탕을 대표하는 이미지일 정도다. 뽀얀 색깔은 원래는 사골을 장시간 우려냈을 때 나오는 것이지만 요즈음은 이런저런 첨가물로 색깔을 내는 양심 없는 가게들도 많다. 그런데 곰탕은 나주곰탕과 같이 확실하게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고기나 뼈, 내장을 오랜 시간 동안 끓여 우려낸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므로 설렁탕도 곰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밥과 탕을 따로 내는 음식점이 많지만 원래는 밥을 말아서 내는, 국밥 스타일이었다. 토렴을 해서 먹기 적당한 온도로 내는 것이 원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장사를 오래 한 가게가 아니면 토렴을 하는 모습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밥 말고도 소면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국물을 우려내고 난 고기 몇 점을 고명으로 올려주고, 여기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잘게 썬 대파를 넣어 말아 먹는 게 보통이다.

만드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고아낸 다음에는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바로 바로 낼 수 있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토렴을 잘 했다면 지나치게 뜨겁지도 없고 먹기도 딱 적당한 온도이기 때문에 후루룩 잘 넘어간다. 그러나 요즈음은 뚝배기에 담아 가열해서 펄펄 끓는 상태로 손님에게 내오는 집도 많아서 성질 급한 사람들이라면 입 안이 홀라당 데어버린다.

지금은 식당에 가서 먹는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 때에는 배달 혹은 테이크아웃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다. 지금의 짜장면이 차지하는 자리를 예전에는 설렁탕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설렁탕 배달에 관한 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고, 양반들도 머슴을 시켜서 설렁탕을 사오게 했다. 머슴을 시키면 자기가 발품을 안 팔고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밥을 국에 말아서 후루룩 먹는 국밥은 양반들은 바깥에서 대놓고 먹기에는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했는데[1] 그래도 설렁탕은 먹고 싶으니 머슴을 시켜 사오게 해서 집에서 먹는 것.

설렁탕 전문점에게 탕 말고도 음식 솜씨가 필요한 것은 겉절이 김치깍두기 혹은 무 섞박지다. 대체로 김치깍두기를 같이 제공하는데, 이게 맛있어야 손님을 잡을 수 있다. 이름난 가게들은 탕도 탕이지만 김치깍두기 때문에 온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체인점 설렁탕집은 설탕을 쓰거나 아예 사이다를 들이부어서 달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설탕 대신에 사카린을 써서 덜 끈적하게 시원한 맛을 내는 가게들도 있다. 어쨌든 설렁탕 좀 한다는 집은 대부분 직접 담고, 체인점은 맛의 일관성을 위해 본사에서 대량으로 담아서 각 매장에 보내 준다. 대체로 재료는 국산을 사용하지만 고춧가루는 국산과 중국산 다대기를 섞어서 쓰는 곳이 많다. 대부분 가게들은 김치깍두기는 양껏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작은 항아리에 담아 놓거나, 테이블 두세 개당 항아리 하나 정도씩을 두기도 한다. 소금 대신 김치깍두기 국물을 넣어서 간을 맞추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뽀얗고 탁한 국물이 설렁탕을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보니, 일부 가게들은 첨가물을 넣어서 인위적으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정말로 뼈와 고기만 가지고 오랜 시간을 우려내서 진한 국물을 만들려면 특유의 누린내가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고 있고 색깔도 누르끼리해지는데, 진짜 뼈와 고기는 적게 쓰면서도 색깔은 뽀얗게 내고 맛도 누린내가 적으면서도 진하고 고소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첨가물들이 쓰인다. 그 중 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것으로는 우유, 분유, 프림, 땅콩가루, 땅콩버터, 치즈 같은 것들이 있다. 일부 유명 설렁탕 체인점들도 이러한 첨가물을 사용하다가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걸려들었는데, 그 중에는 아예 '우리는 이런 거 이런 거 조금씩 넣습니다' 하고 공개한 곳도 있다. 사실 이게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땅콩처럼 알레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량만 있어도 위험한 재료를 넣어 놓고도 넣었다는 말을 안 했을 때다. 실제로 설렁탕집에서 땅콩 알레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2] 누린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첨가물이 들어간 것을 알면서도 맛이 깔끔하다는 이유로 이런 설렁탕을 선호하기도 하고 반대로 적당한 누린내가 있어서 진짜 설렁탕 같은 설렁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찰에서 조사 받는 피의자가 조사 도중에 먹는 것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짜장면은 당구장에서, 설렁탕은 유치장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카츠동이 이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각주

  1. 대구 일대에서 이런 이유로 밥과 국을 따로 내는 따로국밥이 생겨났다.
  2. 설렁탕에 땅콩 같은 재료들이 첨가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로는 자녀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부모는 설렁탕집에 갔을 때 땅콩이 들어가는지 꼭 물어보게 되는데, '안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먹었다가 자녀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