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림
재료를 양념 국물에 넣고 은근한 불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국물이 대부분 졸아들 때까지 익힘으로써 재료에 맛이 깊숙이 배어들게 하는 조리법, 또는 그렇게 조리한 요리.
뜨거운 물에 넣어서 익힌다는 점에서는 삶는 것과 비슷한 조리법이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삶기는 재료를 익히는 것에 주안점을 둔 조리법인데 반해 조림은 재료를 익히는 것은 물론 같이 끓이는 양념액이 재료 속으로 충분히 배어들게 만드는 게 주 목적이다.
- 삶을 때에는 재료에 따라서 오래 또는 짧게 삶지만 조림은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 삶을 때는 국물의 양을 충분히 해서 재료가 계속 잠긴 상태로 익히지만 조림은 양념 국물이 상당히 졸아들 때까지 끓여서 진하게 맛이 배도록 한다.
- 삶을 때는 보통 물만 사용하거나, 소금이나 몇 가지 재료를 액에 넣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 목적은 간을 하거나 잡내 및 잡맛을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보통은 삶은 뒤에 양념을 하거나 소스에 찍어 먹거나 한다. 반면 조림은 그 자체로 요리의 맛을 완성하는 게 목적이므로 진한 양념 국물을 사용하며 따로 소스를 찍어 먹거나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 조림은 대부분은 간장을 써서 재료에 색이 배어든다.
국물이 거의 없을 때까지 조리는 게 보통이지만 요리에 따라서 어느 정도 졸일지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근조림 같은 것은 끈적한 국물이 바닥에만 조금 남을 정도로 졸이지만 생선무조림은 상대적으로 국물이 좀 있는 편이다. 재료는 고기와, 채소, 해산물에 걸쳐서 광범위하다.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시키기도 하는데, 재료의 맛이 국물로 배어나고, 또 이 국물이 다른 재료로 스며들어서 맛을 더욱 좋게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생선무조림. 생선의 맛이 국물로 배어 나오고 이걸 무가 흡수해서 감칠맛이 돋는다. 오히려 생선보다 국물을 쭈욱 빨아들인 무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대부분 꽤나 짜다. 처음에 국물을 묽게 해서 조리기 시작하지만 국물이 충분히 졸아 들고 재료가 이 국물을 많이 흡수하도록 하는 게 조림이다 보니 상당히 짭짤해진다.
일본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요리법이다. 보통 니모노(煮物)라고 하며 고기, 생선, 채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니쿠쟈가는 국민 가정식이고, 오뎅도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국물이 자작한 조림에 가깝다. 물을 충분히 넣고 스튜처럼 약한 불에 장시간 조린 것은 니코미(煮込み)라고 부른다.
음식물의 장기보존을 위해서 쓰이는 방법이기도 한데, 병조림이나 통조림이 그와 같은 예다. 재료를 병이나 통에 넣고 밀폐시킨 다음 충분히 가열해서 안에서 익히면 멸균되여 몇 년이고 보존할 수 있다. 특히 조미액을 넣어서 만드는 꽁치, 고등어, 골뱅이 통조림과 같은 것들은 확실히 조림이라고 볼 수 있다. 황도, 백도 같은 과일 통조림은 좀 모호하기는 하지만 이것들도 대체로 진한 설탕액에 넣어 가열하므로 조림으로 칠 수는 있다.
종류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조림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밑반찬
- 감자조림 :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져 있지만 일본의 고기감자조림인 니쿠쟈가는 그야말로 국민 가정식.
- 달걀조림 혹은 메추리알 조림
- 고기장조림 : 보통 소고기장조림을 떠올리지만 돼지고기로도 만든다.
- 연근조림
- 우엉조림
- 콩자반 : 이름에는 '조림'이라는 말이 없지만 만드는 방법을 보면 확실하게 조림이다.
요리
- 두부조림
- 떡볶이 : 이름으로 보면 볶음 요리가 있지만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보면 자작한 국물에 떡을 조리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떡볶이가 아니라 떡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물이 거의 없이 진짜로 기름에 볶아서 만드는 떡볶이도 있긴 하지만 이건 마이너한 스타일.
- 생선무조림 :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고등어와 갈치. 생선에 매운양념을 하고 무를 넉넉히 넣어서 조려낸다. 우거지나 묵은지를 넣고 조리기도 한다.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많이 사랑 받는다.
외국의 조림요리
- 규동(일본) : 소고기조림을 얹은 덮밥.
- 니쿠쟈가(일본) : 일본 가정식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조림 요리 중에 하나. 주 재료는 '니쿠(にく)', 즉 고기와 '쟈가(ジャガ)'[1], 즉 감자다.
- 도테니(일본) : '니'는 '조림(煮)을 뜻한다. 따라서 조림 요리에는 대부분 '니'가 붙는다. 그런데 간사이 쪽에서는 비슷한 음식을 도테야키라고 부른다. 이름만 봐서는 야키(焼き), 즉 구이지만 실제로는 조림이다.
- 뵈프 부르기뇽(프랑스) : 부르고뉴 지역의 요리로, 소고기를 부르고뉴 레드 와인에 졸여서 만든다. 다른 나라로 가면 사용하는 와인은 달라질 수 있다.
- 스튜 : 스튜 종류의 음식들은 대체로 조림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오뎅(일본) : 한국의 오뎅은 국물이 많이 있는, 건더기와 국물을 먹는 탕 또는 전골에 가깝지만 일본의 오뎅은 국물이 자작한 조림에 가깝다.
- 코크오뱅(프랑스) : 닭고기에 레드 와인을 들이 붓고 졸여서 만든다.
알고보면 조림인 것들
떡볶이는 이름만 봐서는 볶음 요리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매운 양념국물에 떡을 조리는 음식이다. 황교익은 조리 방법으로 보면 떡조림, 떡탕이 더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쇼가야키(生姜焼き)는 이름만 보면 야키(焼き), 즉 구이지만 실제로 만드는 방법은 얇게 썬 돼지고기를 생강을 넣은 양념 국물에 조려서 만든다.
각주
- ↑ 정확히는 '쟈가이모(ジャガイモ)'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