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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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등푸른 생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고등어다. 그만큼 많이 먹고, 조리법도 다양하다.

'고등어'라는 말은 원래는 '고도리'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고등어 새끼를 뜻하는 말이지만 옛날에는 '고도리'가 고등어를 뜻하는 우리말이었다.

연근해에서도 잡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은 물고기다 보니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수입되고 있다. 수입이라고는 하지만 이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워낙 실하고 맛도 좋은 데다가 수산업 강국답게 품질관리도 아주 잘 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심지어는 국산보다도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 노르웨이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르웨이의 대 한국 수출량 1위가 고등어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37,580톤을 수출했다. 단 수출액 기준으로는 연어가 1위다.[1]

그밖에는 일본산도 은근히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양식도 하고 있다. 1970년대에 욕지도에서 양식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욕지도와 제주도 일대의 양식장이 고등어를 키우고 있다. 욕지도에 가면 고등어 전문 식당이 있으며 바로 인근에서 양식한 활어를 쓰기 때문에 는 물론 구이, 조림도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준다. 그런데 양식산이 자연산보다 오히려 비싸다! 사실 자연산 생선이 맛이 더 좋다는 통념이 많지만 실제로논 제대로 키운 양식산이 더 맛이 좋은 경우도 많으며 어획량이 충분하다면 그냥 바다에 나가 잡기만 하면 되는 자연산에 비해 시간을 두고 키우는 데 비용이 드는 양식산이 더 비싼 경우도 심심치 않은데 고등어가 딱 그 케이스.

고등어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구이조림으로 해 먹는다. 로 먹기도 하지만 잡혀서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어버리고 풍부한 기름이 빠르게 산패하기 때문에[2] 운송과 보존이 까다로운 놈이라, 산지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선어회가 대세인 일본에서도 고등어회는 활어회가 많다. 특히 후쿠오카 쪽은 고등어 활어회를 많이 먹는 편이다. 다른 지역도 많이 잡히지만 태평양 쪽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기생충 문제로 로 먹을 수 없고, 반대로 후쿠오카 앞바다, 즉 우리나라의 남해에 해당하는 해역에서 잡히는 건 기생충 문제가 없다.[3] 요즘은 운송 기술도 발달하고, 침을 놓아서 기절시킨 다음 운송하는 방법도 있고, 특히 고등어 양식 기술이 발달해서 서울을 비롯해서 산지와 먼 곳에서도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 생겼다. 자연산 고등어는 바다에서 신나게 헤엄치던 놈이라 잡혀서 물 밖으로 끌려나오면 금방 죽어버리고 좁은 수조 안에서도 오래 못 버티지만 양식산은 치어 때부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조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므로 더 오래 살아남는다.[4] 신선한 고등어회는 비린내도 없고 기름지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이 좋지만 가끔 억센 가시가 약간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기름이 많아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수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 안에서 고등어를 활어회로 먹기 힘든 지역에서는 날고등어를 식초에 절인 일종의 초회인 시메사바[5]를 먹는다. 우리나라도 일식집이나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시메사바를 맛볼 수 있다. 제대로 하는 곳에서는 정말 맛있는 시메사바를 만드는 곳도 있지만 냉동 제품을 파는 곳도 많으니 주의하자. 냉동 제품은 맛도 없는 데다가 비린내도 장난이 아니다. 시메사바가 비린내를 잡고 살균효과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는 건데 시메사바에서 비린내가 난다면 완전 실패작이다. 직접 시메사바를 만드는 가게에서도 비린내를 확실하게 잡아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비린내를 싹 잡고 살도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시메사바를 만드는 요리사라면 실력은 믿어도 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고등어 조림.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등어의 배를 가르고 소금을 뿌려서 자반을 만들기도 하는데, 보존성이 나아지니까 가격도 저렴하고, 짭짤한 맛 때문에 자반 고등어 구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게 안동의 명물 간고등어. 대략 조선시대 때부터 안동의 고등어 얘기가 나오는데, 안동이 내륙지방이라 고등어가 날 리가 없었으니, 이때부터 고등어를 자반으로 가져다가 먹었을 것이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냉장기술도 없었고 운송도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 영덕이나 포항 같은 곳에서 겉면에 소금을 쳐서 실어온 고등어가 안동에 올 때 쯤이면 발효도 되고[6], 수분도 마르고 해서 자반보다는 좀 꾸덕하고 발효에 따른 맛의 변화도 있었을 것이다. 안동에 오면 고등어를 물에 씻어낸 다음 내장을 정리하고 한 번 더 안쪽까지 소금을 쳐서 안동과 주변 지역에 팔았는데, 이게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인 셈이다.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는 기술자를 '간잽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안동의 이동삼 씨는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유명해져서 이름까지는 몰라도 '아, TV에 나온 그 사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정도다. 이 분의 이름을 내건 안동 간고등어 상품도 있고 포장지에 사진까지 박혀 있다. 정말 대충 대충 뿌리는 것 같은데도 오차 없이 정확한 양의 소금을 집어서 한 번에 골고루 뿌려주는 기술은 방송에서도 여러 번 시전한 바 있다. 다만 지금의 간고등어는 냉장 차량으로 바로 실어온 고등어를 안동에서 처리를 다 하므로 옛날과는 만드는 방식은 물론 맛의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간고등어는 발효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고등어를 소재로 한 노래도 있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 루시드 폴의 <고등어>는 고등어의 시점에서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바라보는 가사와 부르기 쉬운 잔잔한 가락으로 노래방에서 은근 인기 있는 노래다.

일본에는 '숫자를 속인다'는 뜻인 사바오요무(鯖を読む)라는 말이 있다. '고등어를 센다'는 뜻인데, 고등어가 몇 마리인지를 세면서 숫자를 속여 빼돌린 것이 유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뇌물이나 청탁을 뜻하는 속어인 '사바사바'도 고등어를 뜻하는 일본어 '사바'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바오요무에서 왔거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옛날에는 귀한 생선[7]이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순사들에게 뇌물로 주던 것이라는 설이 있다.[8][9]

각주

  1. "“수산물 소비 1위인 한국, 선호하는 생선도 달라” …요한 크발하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지사 이사", realfoods.co.kr, 2021년 11월 25일.
  2. 오죽하면 '고등어는 살아 있을 때에도 썩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3. 정확히는 아예 기생충이 없는 건 아니고 로 먹는 부위에 기생충이 없다.
  4. "양식 고등어가 자연산보다 비싼 까닭", <중앙일보>, 2014년 9월 6일.
  5. 우리나라에서는 '고등어 초절임'이라고도 한다.
  6. 옛날에는 영덕에서 안동까지 고등어를 실어나르면 1박 2일은 걸렸다고 하는데 상온에서 이 정도면 내장은 거의 상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 안동에 도착한다.
  7. 옛날에야 지금처럼 기계 동력을 활용해서 대량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냉장이나 운송 기술이 발달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바로 바닷가 동네가 아니면 수산물은 비쌀 수밖에 없었다.
  8. 단어의 속살 : 뇌물은 언제부터 '사바사바'해서 줬을까?, <아시아경제>, 2019년 5월 26일.
  9. 정작 일본어 'さばさば'는 사전에서 찾아 보면 '상쾌하게, 후련히' 또는 '성격이 소탈하고 시원스러운 모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