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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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식 종류 중 하나로, 간을 세게 한 재료를 적당히 말려서 수분을 줄여 보존성을 높이는 한편 감칠맛도 증폭시킨 것.

'자반'은 좌반(佐飯)이 변한 말이다. 한자의 뜻을 풀어보면 밥 옆에 딸려오는 것, 혹은 밥을 돕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즉 반찬과 비슷한 뜻이다. 옛날에는 좌반의 의미가 지금보다는 폭넓었고 재료나 조리법도 다양해서 거의 밑반찬과 비슷한 의미였다. 1795년에 편찬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서는 수라상에 소금에 절인 민어, 송어와 같이 지금 개념으로 자반에 속하는 음식이 있었는데, 그밖에도 소고기나 꿩을 말린 육포, 우설다식,[1] 대구다식, 전복다식, 장볶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음식들도 자반으로 부르고 있다. 1800년대에 나온 <시의전서>에서도 자반 담는 법을 "민어를 광어 포 적시듯이 하여 껍질을 벗겨 포같이 잘라 담고, 어란 같은 것은 위에 얹는다. 자반이 없으면 튀각으로 대신한다."로 적고 있다. 즉 어포나 어란도 옛날에는 자반으로 불렀던 것.[2]

이것저것 밑반찬을 뭉뚱그렸던 자반이라는 개념이 시간이 흐르면서 세분화 되어 튀겨서 만드는 종류는 부각으로 따로 불렀다가 이것도 찹쌀풀을 발라서 튀기는 부각과 그냥 튀기는 튀각으로 갈라진다. 이후 어포나 육포, 다식도 자반에서 분리된다. 이런 세분화를 거쳐 지금은 자반이라고 하면 대략 아래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생선을 소금에 절인 것

좁은 의미로 보면 생선소금을 뿌려 보존성을 높인 절임 음식. 사실 굴비소금을 뿌려서 보존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자반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등푸른 생선을 사용한 것을 주로 자반이라고 한다. 등푸른 생선들이 잡았을 때 빨리 죽기도 하고 지방이 많아서 빨리 부패하기 때문에 배에 냉동 냉장 시설을 싣고 다니는 요즘이라면 모를까, 옛날에는 잡은 다음에 빨리 상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게 중요했다. 특히 자반 고등어가 인기가 워낙에 압도적이라서 자반 하면 그냥 고등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청어대구로도 자반을 만들어 먹었고, 사실 옛날에는 고등어보다는 청어가 많이 잡혔기 때문에 청어 자반을 많이 먹었다.[3]

자반과 비교해서 소금에 절이거나 하지 않은 신선한 물고기는 생선이라고 하고, 자반보다 소금을 더 강하게 치고 질척한 상태로 발효시키는 것은 젓갈이 된다. 옛날에는 청어로 자반을 만들 때에는 청어 100마리에 소금 2되, 대략 생선 무게의 10% 정도로 소금을 쓰면 자반이 되고, 15∼35%까지 소금을 쓰면 젓갈이 된다.[4] 다만 지금은 냉장고가 대중화되어 있고 짜게 먹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전반적인 염도는 내려가 있다. 소금을 적게 쓰는 대신 살을 얇게 떠서 말려 수분을 빼서 보존성을 높인 것은 어포라고 한다. 쥐포, 북어포, 대구포 같은 것들이 있다.

또한 소금에 절여서 생선을 약간 말리는 방법도 있다. '자반'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지만 만드는 방법으로는 자반인 굴비가 대표적인 사례. 보리굴비는 부세조기를 꼬들꼬들해질 정도로 말리는데[5], 이렇게 생선을 약간 말리면 수분이 빠지고 그만큼 감칠맛이 농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칫말이 부족한 생선도 맛있어진다. 장기보존을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무척 꾸덕꾸덕하게 말렸고, 소금도 엄청나게 썼기 때문에 그냥은 못 먹고 쌀뜨물 혹은 약한 소금물[6]에 반나절은 불려야 했다.

옛날에는 물론 보존성을 위한 방법으로, 냉장 냉동기술이 없었던 때에는 생선을 잡으면 상하기 쉬웠기 때문에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낸 뒤, 살 위에 소금을 뿌려서 보존성을 높였다. 이러한 작업은 바로 어선 위에서도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이렇게 만든 것을 '뱃자반'이라고 해서 더 높게 쳤다. 아무래도 신선할 때 처리하는 게 더 품질에는 더 도움이 될 테니... 게다가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은 기름이 빨리 상하기도 하고,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어버리기 때문에 배 위에서 빨리 염장하는 게 중요했다.

이렇게 소금을 뿌리면 보존성 말고도 미리 간이 되는 효과가 있어서 특별히 뭘 안하고 구워도 짭짤한 생선구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데 이걸 또 꿋꿋이 간장에 찍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어욱 짜! 다만 살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이 어울리는 조림이나 에는 자반이 잘 안 맞는다. 또한 보존성을 위해서 소금을 뿌린 자반은 그냥 먹기에는 너무 짜기 때문에 굽거나 조리기 전에[7] 물에 담가서 소금기를 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옛날에는 냉장 기술이 없었으므로 자반이 엄청나게 짜서 쌀뜨물에 한동안 담가둬야 했다. 특유의 짠맛과 단단한 식감을 오히려 좋아해서 자반만 찾는 사람들도 꽤나 있으니 그야말로 입맛은 개인마다 다른 셈. 또한 소금을 뿌려 저장하는 과정에서 약한 발효를 통해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는 효과까지 있다.

안동의 간고등어가 유명한데[8], 특히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고르게 소금을 뿌리는 간잽이의 기술이 중요하다. 유명 간잽이들을 보면 정말 대충 휙휙 엄청난 속도로 뿌리는 것 같지만 뿌려 놓은 것을 보면 소금의 양도 일정하고 고르게 뿌려져 있다. 다만 요즘의 간고등어는 냉장 유통되기 때문에 소금 양이 적은 편, 옛날에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소금 양이 훨씬 많았다. 거의 소금에 절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수입 고등어가 많이 들어와서 아예 노르웨이산으로 만든 간고등어도 많이 팔리고 있다.

안동에는 상어를 발효시킨 돔배기를 제삿상에 올리는 걸로도 유명하다. 돔배기가 안 올라가면 제사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 그렇다고 홍어처럼 독한 냄새가 나도록 발효시키는 건 아니다. 바다에서 상어를 잡은 다음 소금을 뿌려 보존성을 높인 다음 안동으로 가지고 오는 건데, 이 과정에서 약하게 발효가 일어난다. 홍어와 상어는 연골어류에 속하며, 이들은 바다에서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몸속에 요소를 축적시키는데 죽고 나면 이게 분해되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므로[9]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홍어소금도 안 뿌리고 팍팍 삭힘으로써 이 분해 과정을 극대화하지만 돔배기는 그렇게 세게는 하지 않는다. 홍어보다는 많이 약하지만 돔배기 특유의 발효향에도 질색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산울림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에 나오는 고등어도 자반이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라는 가사를 보면 추측할 수 있는데, 자반을 사온 건지 생물을 사 와서 어머니가 소금에 절인 건지는 불확실.

소금이나 간장에 절이거나 졸인 반찬

넓은 의미로 보면 생선만이 아니라 해산물이나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반찬류도 포함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해산물 쪽으로는 김자반이 있고, 농산물 쪽으로는 콩자반이 있다. 김자반은 김에 소금간장 양념, 설탕, 참깨 같은 것들을 넣어서 볶아낸 것이고, 콩자반간장에 졸인 일종의 조림 음식이다. 이렇게 보면 조림 음식 중에 상당수는 자반으로 볼 수 있지만 조림에 '자반'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조림은 콩자반밖에는 없다. 김자반은 볶음 요리인데도 '자반'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말 독특한 경우.

각주

  1. 지금은 송화가루를 주 원료로 한 달달한 한국식 과자를 뜻하지만 옛날에는 고기를 넣어서 좌반이나 마른안주용으로 만드는 다식도 있었다.
  2. 정라나, "자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3. 과메기도 지금은 주로 꽁치로 만들지만 원래는 청어로 만드는 게 정통이다.
  4. 황혜성, "자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5. 옛날에는 참조기를 사용했지만 남획이 심해서 지금은 참조기로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너무 작아지기 때문에 덩치가 큰 부세조기를 쓴다. 부세조기도 값은 싸지만 맛은 참조기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잘 말리면 맛나다.
  6. 그냥 맹물에 담그면 감칠맛까지 같이 빠져나가서 맛이 떨어진다.
  7. 특히 조림간장을 비롯한 짠 양념을 쓰기 때문에 더더욱 짜진다.
  8. 안동도 내륙 지방이다 보니까 생선을 자반으로 먹은 듯하다. 안동까지 가져와서 소금을 뿌리는 건 한겨울이라면 모를까 안동에 오기 전에 썩어버릴 것이고, 옛날에는 미리 소금에 절여서 가지고 왔을 것이다.
  9. 살아 있을 때에는 거꾸로 대사과정에서 나온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꿔 몸에 축적시킴으로써 삼투압을 조절하는데, 죽으면 체내 미생물이 다시 요소를 암모니아로 분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