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랑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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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열리는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이벤트.[1] 흔히 호주 그랑프리라고 하면 포뮬러 1을 생각하기 쉽지만 바이크 경기인 모토GP 역시 호주 그랑프리 경기가 열리며, 호주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가진 모터스포츠 이벤트의 역사는 이들 이벤트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

포뮬러 1 이전

호주 그랑프리라는 이름이 붙은 경기가 개최된 것은 192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필립 아일랜드에 있는 스트리트 서킷에서 개최된 100 마일 로드 레이스를 호주 그랑프리의 효시로 보고 있다. 지금은 FIA에서 포뮬러 1과 몇몇 대형 이벤트에만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국제 기구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하다 보니 상금이 두둑하게 걸리고 해외 선수들이 참가하는 '그랑프리'라는 이름의 경기가 세계 각지에서 열렸다. 지금은 필립 아일랜드까지 연륙교를 통해 차로 쉽게 갈 수 있었지만 당시의 필립 아일랜드는 그야말로 섬이었기 때문에 차를 배로 싣고 가야 했다. 호주의 덕후 역사도 나름대로는 길었던 것이다. 스트리트 서킷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안전 방호벽을 치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도로 통행만 막고 경기를 했다.

현재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가 열리고 있는 알버트파크 역시도 그랑프리 개최의 역사는 무척 길다. 1954년에 포뮬러 2 차량들이 참가한 그랑프리 경기가 열렸고, 약 4년 정도 이곳에서 그랑프리 경기가 열렸다.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 개최지로 다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서.

호주 모터스포츠의 성지로 여겨지는 배서스트에서도 그랑프리 경기가 열렸다. 괜히 성지가 된 게 아니다.

포뮬러 1

1985년부터 애들레이드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렸지만 1996년부터 멜버른알버트파크로 장소를 옮겨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애들레이드 쪽 모터스포츠 팬들은 자기들 거 빼앗아 갔다고 보는 눈이 좀 안 좋다. 멜버른 쪽이야 무시하는 분위기고... 애들레이드는 다시 되찾아오고 싶어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경제력 면에서 애들레이드가 많이 딸리다 보니 멜버른이 놓지 않는 한은 쉽지 않으실 듯. 애들레이드스트리트 서킷은 지금은 V8슈퍼카 챔피언십의 개막전인 애들레이드 500 경기에 쓰이고 있다. 여기서 F1이 열렸을 때에는 시즌 폐막전이었고, 알버트파크로 옮겨 왔을 때에도 처음에는 폐막전이었지만 이내 개막전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들어서는 개최 연장 문제가 나올 때마다 좀 시끌시끌했다. 멜버른 정부 쪽에서는 개최료가 너무 비싸니까 좀 깎아달라고 투덜거리고 있고, 버니 에클레스톤은 '유럽 중계 문제가 있으니 예선이나 결승 시간 좀 늦추자'고 했다. 한때는 오후 5시에 결승이 시작되었다. 오후 5시면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거 아냐? 싶을 수 있지만 위도가 높은 곳이라 경기가 열리는 3월에는 해가 길다. 게다가 일광절약시간 적용 시기라서 8시를 훌쩍 넘겨서 해가 진다. 정상적으로 경기가 끝나면 보통 한 시간 30~40분 정도 걸리고, 경기가 중단되지 않는 한은 결승 시작 2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경기가 종료되므로 낮 동안에 결승이 끝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다. 문제는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될 경우. 결승이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은 시작 시간으로부터 경기 중단 시간까지 합쳐서 최대 4시간까지이므로 후반부에는 어둑어둑해서 위험할 수 있다. 경기가 중단되거나 하면 후반부에 어둑어둑해져서 안전에 좋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한 시간 앞당긴 오후 4시에 결승이 시작되고 있다. 단, 예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오후 5시다. 예선은 보통 한 시간이면 끝나기 때문.

멜버른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2015년에 시드니에서 입질을 한 적이 있었다. 명물인 하버브리지를 포함하는 스트리트 서킷에서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제안이었는데, 갈때는 다리 건너서, 올때는 배 타고 올 건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지라 별로 믿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멜버른이 계속 개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재는 2025년까지 개최권을 확보하고 있다.

줄곧 시즌 개막전을 치르다 보니 의외의 결과도 종종 나온다. 새로운 차량이다 보니 트러블도 많은 데다가 멜버른 날씨가 워낙에 변덕스럽다 보니 변수가 장난 아니게 많아서다. 2016년에는 F1에 처음 참전한 하스(Haas) 팀의 로맹 그로쟝이 6위를 기록, 팀 데뷔 경기에 포인트를 안겨주는 어마어마한 전과를 올렸다. 덕분에 우승한 메르세데스GP보다 하스 팀 사람들이 더 난리났다. 중간에 페르난도 알론소의 대형 사고로 경기가 중단된 덕을 좀 보긴 했지만 그래도 F1에 처음 참가하는 팀이 포인트를 땄다는 것은 역사에 남을 사건인 것은 분명한다. 마노 팀 같았으면 그래봤자 경기 재개하고 몇 랩 지나면 따였을 거다. 2002년에도 호주 출신 드라이버인 마크 웨버가 개막전이자 홈 경기에서 6위를 차지해서[2] 만년 꼴찌 팀 미나르디에 1999년 마크 제네 이후 첫 포인트를 안겨 주었다. 물론 호주 팬들은 자국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에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고.

이런저런 얘기들

축하 비행이 여러 차례 있다. 우선 프로펠러기 비행단의 비행 곡예, 그리고 전투기의 저공 곡예 비행이 있는데, 특히 전투기 비행은 아주 낮은 고도에서 날기 때문에 정말로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굉음을 낸다. 농담이 아니라 이 전투기 소음이 훨씬 크다. 귀마개는 필수다. 레이스 시작 직전에 대형 제트기의 저공비행 역시도 볼 거리. 콴타스가 스폰서를 할 때에는 콴타스747이나 A380이 비행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공군 대형 수송기가 비행한다.

각주

  1. 다만 인기 면으로 보면 호주 안에서는 배서스트 1000을 더 쳐주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2. 이 때는 6위까지만 포인트를 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