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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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 라이스. 카레 스파이스와 여러 가지 고기채소 건더기로 끓인 걸쭉한 스튜를 밥 위에 끼얹어 먹는 음식. 일종의 덮밥으로 볼 수 있다.

인도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일본 요리. 물론 카레의 스파이스 자체는 인도를 기원으로 하고 있지만 인도를 점령한 영국이 수입해다가 자기들 식으로 스튜화 한 것을 다시 영국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 자기네들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이라, 원래의 인도 커리와도, 영국커리와도 많이 동떨어진 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일본에는 가정 요리로 널리 사랑 받는 쟈가이모라는 고기감자 조림 요리가 있는데 카레라이스가 이것과 재료 면에서나 만드는 방법에서나 닮은 점이 많다. 즉 영국에서 스튜화 된 커리쟈가이모와 만나서 일본식 카레라이스가 된 셈. 이게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일본식 카레라이스 전문점도 많이 생겼고, 카레라이스의 유래도 많이 알려져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레라이스가 일본식 요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소스는 카레 스파이스와 루(roux), 즉 밀가루버터 또는 식용유를 볶은 것이 주가 된다. 우리가 보통 집에서 카레를 만들 때 사는 제품은 카레 스파이스와 루를 혼합해 놓은 것. 여기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더한다. 건더기로는 갖가지 것들을 넣을 수 있지만 주로 돼지고기(이나 소시지로도 대체할 수 있다), 감자, 당근, 양파 정도가 거의 공통으로 들어간다. 그밖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주면 웬만하면 다 괜찮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식재료들을 처리하기에 상당히 괜찮은 요리. 보통은 깍뚝썰기를 해서 넣는데 큼직한 건더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잘한 건더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크기는 정하면 된다. 어차피 스튜처럼 한 번 푹 끓이므로 큼직하게 썰어도 설익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일본의 전문점에서 파는 카레라이스는 종종 건더기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이 죽처럼 보이는데, 재료를 잘게 갈거나 오래 시간 볶아서 풀어지게 해서 그렇다. 요즘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는 일본식 카레라이스 전문점들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카라아게, 돈카츠, 새우튀김, 가지튀김과 같은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데, 토핑은 보통 깍뚝썰기 같은 것은 하지 않고 큼직한 크기로 카레와 따로 조리해서 위에 올린다. 하지만 일본에도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같이 그냥 건더기 듬뿍 넣어서 끓여 만든 카레도 많고, 집에서는 건더기 듬뿍으로 만드는 게 보통.

우리나라에서도 무척 인기가 좋은 음식이다. 일단 카레 특유의 독특한 향미와 매운맛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맞는다. 그리고 절묘한 향신료 조합으로 맛없게 만들기가 오히려 힘들기도 하다. 요즈음은 분식집을 중심으로 카레라이스보다는 '카레덮밥'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편이다. 일본식 카레라이스 전문점이 많이 생기다 보니 일본식은 카레라이스, 우리식은 카레덮밥으로 구분해서 가는 분위기다.

만드는 방법

가게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제품화된 카레를 가지고 만들 경우, 대체로 다음과 같이 만들게 된다.

  1. 먼저 돼지고기채소를 깍뚝썰기로 썬다.
  2.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볶는다. 고기를 먼저 약간 볶은 다음 채소는 단단한 것부터 무른 것 순서대로 채소를 넣고 볶는 게 가장 좋은데, 귀찮으면 그냥 다 때려놓고 한 번에 해도 된다.
  3. 마지막에 토마토를 넣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토마토는 결국 완전히 풀어지므로 대충 큼직하게 썰어 넣어도 된다. 단, 껍질은 벗기는 게 좋다.
  4. 완전히 익혀야 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물을 부어주고 불을 세게 해서 끓여준다. 물의 양은 카레 제품에 쓰여 있을 것인데 너무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좀 뻑뻑하다 싶으면 물을 더 부어주면 그만이고 좀 많다 싶으면 더 끓여 주면 그만이다.
  5. 한소금 푹 끓었다면 카레를 넣는다. 분말이라면 따뜻한 물에다 잘 개어줘야 덩어리가 지지 않는다. 고형 카레라면 몇 조각으로 끊어서 투척해 주고 후레이크라면 그냥 적당한 양을 넣어 준다.
  6. 불을 확 줄인다. 잘못하면 바닥에 눌어버린다. 카레를 잘 저어서 덩어리지지 않게 하고 바닥까지 잘 저어서 눋지 않도록 한다.
  7. 큼직한 접시나 대접에 밥을 담고, 카레를 위에 끼얹는다. 그리고 먹자!

이도 저도 귀찮으면 그냥 레토르트 제품을 사서 데워 먹으면 그만이다. 마트에 가면 몇몇 제품을 아주 싸게 팔기도 하는데 심하게 세일할 때에는 하나에 5~600원 정도밖에 안 한다. 밥만 지어서 이걸 끼얹어 먹으면 빠르고 값싸게 한 끼 해결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찬장에 레토르트 카레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스러운 방식으로 만들려면 수고가 더 필요한데, 완전 처음부터 버터밀가루로 루(roux)를 만들고 여기에 카레에 쓰이는 향신료를 배합해서 만드는 게 진짜 카레 전문점들의 방식이지만 집에서 그 정도까지 어렵다면 다음과 같이 비슷하게 만들어 볼 수는 있다.

  1. 양파를 듬뿍 채썬 다음[1] 버터식용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 천천히 볶는다.
  2. 아주 오래 볶으면 양파가 점점 갈색으로 변하고 형체를 점점 잃어 나중에는 마치 처럼 된다. 여기에 육수를 부어 끓인 다음 일본 카레[2]를 넣는다.
  3. 큼직한 접시나 대접에 밥을 담되 한쪽에 공간을 좀 남기고, 카레를 그 빈 공간에 끼얹는다. 너무 휑하다고 생각하면 채썬 쪽파 혹은 다진 샐러리를 뿌려주거나 먹고 싶은 토핑을 따로 만들어서 올린다. 물론 보통 카레 만들듯이 감자, 당근, 고기를 깍뚝썰기해서 넣고 끓여 만들어도 된다.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의 카레라이스.

우리나라라면 일단 분식집에는 높은 확률도 메뉴에 들어 있다. 사실 볶음밥과 비교해도 품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맛없게 만들기도 힘든지라. 하지만 분식집 범위를 넘어가는 어려운데, 제품화된 카레를 사용해서 간단히 만들고 손맛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싼 음식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기 때문. 요즈음은 일본식 카레라이스 전문점도 많이 생겼고 아예 코코이찌방야처럼 일본의 체인점이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

구내식당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음식이다. 대량으로 카레를 만들어 놓고 밥에 끼얹어주기만 하면 되므로 대량으로 식사를 제공하기에 꽤 적합한 음식이다. 회사, 학교는 물론 군대, 심지어 교도소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음식. 조미료를 때려넣지 않으면 의외로 맛이 잘 안 나는 짜장밥과 비교한다면 꽤 환영 받는 음식이다. 카레야 많은 사람들이 인스턴트화된 입맛으로 길들여져 있으므로 구내식당 카레도 그럭저럭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구려로 성의 없이 만들면 농도가 묽어서 이게 비벼 먹는 건지 말아먹는 건지 모를 때도 많고, 건더기도 부실하고 너무 커서 한입에 못 먹고 베어먹어야 하는 일도 있다. 싸구려 냉동 고기를 쓰면 은근히 냄새도 난다. 심지어 카레에 큼직한 고기 건더기가 있어서 우와, 하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까 덜 풀어진 카레 덩어리더라... 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 하지만 웬만하면 맛이 없지는 않다는 게 카레의 마력이다.

밥을 집에서 해먹는 1인 가구나 자취생들에게도 사랑 받는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원가도 비싸지 않기 때문이며, 일단 만들어 놓으면 밥만 한 다음 카레를 데워서 밑반찬 몇 개 놓고 먹으면 되므로 간편하기도 하다. 음식 솜씨가 별로라도 어지간하면 맛 없지 않으므로 실패 확률도 적다. 보통은 한꺼번에 몇 인분 만들어 놓고 밥때마다 식어서 엉겨붙은 카레를 데워서 먹는다. 먹을 때마다 전체를 다 데우면 바닥에 눋기도 쉬우므로 용기에 옮겨 냉장보관 했다가 먹을만큼만 냄비나 전자레인지로 데워먹는 게 좋다.

사실 싸구려 혹은 묵은 재료를 처리할 때 꽤 좋은 방법인데, 카레의 강렬한 향과 맛 때문에 질 나쁜 건더기의 잡내가 많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처치 곤란한 냉장고 속 갖가지 재료들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도 좋다. 물론 그렇게 한 솥 만들면 며칠 동안은 죽어라고 카레라이스만 먹어야 한다는 문제점은 있긴 하지만...[3]

나름 카레라이스의 종주국답게 일본에서는 어디를 가나 카레라이스 파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코코이찌방야 같은 체인점들도 있고, 요시노야, 스키야와 같은 규동 체인점에서도 카레라이스를 볼 수 있다. 일본의 국제선 공항 라운지에 가보면 거의 약방의 감초처럼 카레라이스를 제공하는데 전일본공수 같은 몇몇 항공사는 이걸 명물로 내세울 정도다.

그밖에

이와 비슷한 것으로 하야시라이스라는 게 있는데 이건 드미글라스 소스를 베이스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하이라이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 처음으로 이걸 제품화 한 오뚜기에서 하야시라이스라고 하면 너무 일본 냄새가 확 나다보니 이름을 약간 바꾼 듯. 카레라이스, 하야시라이스, 짜장밥은 모두 오뚜기에서 소스를 레토르트 식품으로 내놓고 있어서 나름대로 삼총사인 셈이지만 카레라이스가 압도적이다. 다른 두가지는 카레라이스가 질릴 때 선택하는 수준.

야채 스프카레.

삿포로에서 시작되어 홋카이도에서 인기를 끌고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간 스프카레라는 것도 있다. 걸쭉한 카레 소스를 사용하는 카레라이스와는 달리 스프카레는 루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스프라는 말 그대로 국물 같은 카레다. 밥에 조금씩 끼얹어 먹거나 밥을 떠서 스프에 담갔다가 먹거나, 그냥 밥따로 스프 따로 먹는 식이라 카레라이스와는 차이가 상당히 있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드라이카레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육수를 아주 자작하게 쓰고 고기채소를 다져서 섬유질이 살아 있는 페이스트처럼 조리한 것이다. 드라이카레만으로는 너무 뻑뻑하고, 보통은 카레라이스의 밥 위에 펴 발라서 좀더 진한 카레를 먹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카레라이스 소스에 밥 대신 우동을 넣으면 카레우동이 되는데 일본에서는 이것도 인기가 높다. 카레라이스 전문점 중에도 카레우동을 같이 하는 곳들이 꽤 있고, 반대로 우동 전문점 중 카레우동을 파는 곳에서는 카레라이스도 파는 곳이 적지 않다.

각주

  1. 1인분에 큰놈 반 개 정도는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2. 한국 카레는 향신료 배합 비율이 다르고 특히 강황 비율이 높다 보니 색깔도 다르고 맛에 차이가 꽤 난다.
  3.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먹을 만큼만 덜어서 데우면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결국은 냉장고 좀 비우려고 만든 게 다시 냉장고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