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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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일종이자 물김치의 일종. 고춧가루가 없는 백김치로도 분류할 수 있다. 호남 쪽에서는 '싱건지'[1]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본 재료는 , 소금, 딱 세 가지다. 물론 맛있는 동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청, 양파, , , 마늘, 생강[2], 통고추와 같은 재료들이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어쨌든 , 소금, 이 세 가지 재료면 일단은 동치미를 만들 수 있다. 고춧가루도 쓰지 않고, 젓갈도 쓰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외국인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은 편. 무는 보통 작고 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썰어 넣기도 하지만 아예 통으로 넣고 먹기 전에 꺼내서 썰어 내기도 한다. 이 동치미 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를 듬뿍 넣어서 담은 다음 무만 따로 썰어서 단무지처럼 먹기도 한다.

다른 김치처럼 동치미도 시간이 지나면 숙성되어 특유의 맛이 생긴다. 국물이 먼저 익고 무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잘 익으면 적당한 신맛 때문에 맛이 더욱 시원하고 개운해진다. 그러나 정점이 지나면 점점 군내가 나기 시작하며, 군내가 심해지면 상당히 먹기가 힘들어진다. 배추김치는 시어지면 김치찌개, 김치전과 같은 요리에 활용할 수 있지만 동치미는 그것도 어렵기 때문에 군내가 슬슬 나기 시작하면 빨리 먹어주는 게 좋다.

이름에 겨울을 뜻하는 동(冬)이 들어가는 것처럼 겨울에 담가 먹는 김치다. 요즘이야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사시사철 해먹을 수 있지만 그 이전 옛날에는 겨울 한정 김치로, 특히 장독에서 한 바가지 퍼 올린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를 따뜻한 온돌방에서 후루룩 마시면 신선이 따로 없다.

어울리는 음식

시루떡과 잘 어울린다. 겨울 제사나 설날 차례에 올린 따끈따끈한 시루떡에 동치미 국물을 후루룩 결들여 먹으면 정말 잘 어울린다. 일부 지방에서는 를 넣은 시루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같은 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한국의 국수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냥 소면을 삶아서 찬물에 헹군 다음 동치미 국물에 차갑게 말아먹어도 되지만 아마도 가장 친숙한 것은 냉면일 듯. 냉면 육수고기 육수 + 동치미가 널리 쓰인다. 물막국수, 특히 속초식 물막국수애도 들어가며 이쪽은 육수와 섞지 않고 동치미 그대로 들이부어 먹는다.

민간요법

옛날에는 체했을 때 민간요법으로도 즐겨 쓰였다. 체했을 때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들이키면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도 무에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가 많기 때문에 소화불량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감기가 걸렸을 때에도 역시 동치미 국물을 먹이곤 했는데, 감기 치료 효과는 없지만 체온을 낮추는 효과도 있고, 무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 C도 감기를 이겨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연탄이 주요한 난방 수단이던 시절에는 연탄가스(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도 종종 일어났는데, 이 때 민간요법으로 돌던 게 김칫국 또는 동치미 국물이었다. 물론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억지로 먹였다가는 폐로 넘어가거나 해서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스스로 국물을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중독 상태일 때 김칫국이나 동치미 국물을 먹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별 효과는 없다.[3] 김칫국이나 동치미 국물 속의 유황 성분이 일산화탄소를 중화시켜주네 뭐네 하는 소리가 있지만 이 역시 별다른 근거는 없으며 먹어서 유황 성분이 몸 속에 돌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미 일산화탄소는 피를 타고 온몸을 돌면서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혹시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했다면 빨리 119를 불러서 고압산소치료를 받게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중독이 가볍다면 바깥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열심히 들이마시는 게 낫다.

각주

  1. 단무지 또는 단무지처럼 담그지만 설탕이 안 들어가는 걸 '짠지'라고 하는데, 이와 대비되어 같은 가 주 재료지만 짠지보다는 싱겁다는 뜻으로 '싱건지'라고 하는 듯하다. 동치미에도 소금은 들어가지만 짜지 않고 은은하게 간을 하는 게 보통이라 짠지보다는 확실히 덜 짜다.
  2. 마늘생강을 넣을 때에는 갈지 않고 통으로 넣어야 한다. 즉 이들의 맛만 배어 나오게 해야 한다.
  3. "연탄 가스 중독 "동치미 먹이면 큰일나요"", 헤럴드경제, 2008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