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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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일종. 제삿상에는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 중 하나다. 더럽게 비싸다 보니 제사나 명절 때 빼고는 보기도 힘들지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동양과 서양의 배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다. 우리는 호리병처럼 생긴 것을 서양배라고 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우리가 먹는 둥근 배를 Asian pear라고 부른다. 우리 배는 껍질을 깎아서 먹는 게 당연시 되지만 서양배는 보통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다. 우리 배는 과육의 입자가 거친 느낌이 많고 서걱서걱하게 씹히지만 서양배는 입자가 고운 편이다. 우리 배만 먹다가 서양배를 먹어보면 서걱서걱한 느낌이 사과보다도 없고 푸석한 질감이라 좀 당혹스러울 정도.

복불복의 격차가 좀 심한 과일이기도 하다. 좋은 배는 단물이 듬뿍 들어 있고 시원한 맛이 끝내주지만 나쁜 배는 수분이 적어서 딱딱하고 단맛도 별로 없다. 전자의 것을 꿀배, 후자의 것을 돌배라고 한다. 원래 돌배는 돌배나무 품종에 열리는 것으로 품종이 다른 것인데, 이름에 '돌'이 들어가는 것처럼 딱딱하고 맛이 없기 때문에 그냥 먹지는 않고 약재로 쓰거나 술을 담그기도 한다. 여기서 유래되어서 맛 없는 배도 그냥 돌배라고 부른다.

달달한 맛 때문에 단맛을 내기 위한 재료로도 들어간다. 육회에는 배를 채썬 것이 올라가는 게 보통이다. 불고기를 만들 때에도 고급스럽게 만드는 곳에서는 설탕을 안 쓰고 배즙과 양파로 단맛을 낸다. 김치에 넣기도 하고, 기분 좋은 단맛으로 한식에 즐겨 쓰이는 과일 재료 중 하나다. 그냥 먹기에는 별로 안 좋은 돌배도 이런 데에는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먹는 과일로 주로 쓰이지만 서양에서는 사과와 함께 사이더의 재료로로 널리 쓰인다.

숙취 해소에 Asian pear 곧 우리 배가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호주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CISRO의 연구 결과 밝혀졌다. 숙취에 따른 두통 같은 증상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배쥬스 한 컵을 마시는 것. 주의할 것은 술 마신 후가 아니라 술 마시기 전에 배를 먹어야 한다.[1] 아직 확실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에 들어 있는 효소의 작용이 숙취를 억제헤 준다고 보고 있다. 그 덕분에 오래 전에 나왔던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가 갑자기 숙취해소 음료로 인기를 끌고 심지어는 해외 수출까지도 하는 역주행을 이룩했다. 한편 한방에서는 기침에 약효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기침이나 가래에 좋다고 해서 건강원에서 배즙을 많이 팔았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