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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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등뼈를 고은 국물우거지, 깻잎, 를 비롯한 채소들깨, 고춧가루, 마늘, 된장과 같은 갖은 양념을 넣고 끓여 먹는 음식. 돼지 등뼈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살코기를 알뜰하게 발라먹는 것이 묘미다. 육수는 달라면 더 부어주는 곳이 많아서 한 냄비 시키면 소주 몇 병쯤은 비울 수 있는 안주로 인기가 좋다.[1] 배를 채우려면 공깃밥이나 라면사리를 시켜서 먹을 수도 있다.

등뼈 자체가 싼 부위이기도 하고, 이제는 수입산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도 많이 사랑을 받는다.[2] 90년대까지만 해도 막노동을 마친 사람들이 밥과 소주를 곁들여 가면서 지친 몸을 달래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다. 요즈음 들어서는 가격이 꽤 많이 오른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25,000~35,000원 정도면 서네 명이 푸짐하게 배도 채우고 술도 마실 수 있는 착한 전골 안주다.[3] 배가 정말 고프면 라면사리나 공깃밥 추가로 넉넉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감자탕 대신 '감잣국'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감자탕으로 유명한 곳중 하나인 '응암동 감잣국 골목'이 그런 경우.

재료

사실 감자탕에서 감자얼굴마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로 삶아 놨다가 손님에게 낼 때 넣는데, 으깨거나 하지 않는 한은 감자탕 맛에 1%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게 으깨 넣으면 오히려 맛에 더 안 좋다. 순댓국도 알고 보면 순대가 맛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감자탕의 감자는 더 심하다. 요즈음은 아예 감자를 안 넣고 '등뼈전골'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한다. 감자를 으깨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돼지 등뼈를 국물의 베이스로 하는 만큼 누린내 잡는 게 문제다. 등뼈라는 게 일종의 싸구려 부산물이고 고기도 원래가 퍽퍽하다. 삼겹살처럼 냉장한 신선한 고기를 썼을 거라는 기대는 웬만하면 하지 말자. 대부분은 수입 등뼈를 쓴다. 수입 등뼈는 마대자루에 담겨서 운송될 정도니까 정성스레 냉장 운송될 거라고 보는 것도 무리다. 냄새가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양념의 주된 목적이 바로 누린내 잡기다. 순댓국이나 돼지국밥은 처음부터 양념을 안 넣고 그냥 하얀국물로 내오는 곳도 종종 있지만, 감자탕은 무조건 매운 양념을 풀어서 온다.

요즘은 정말 재료에 신경 쓰는 곳 아니면 수입 돼지 등뼈를 쓴다. 캐나다, 스페인, 독일을 비롯해서 원산지도 다양하다. 사실 이런 나라들은 돼지 등뼈가 그냥 버리는 건데 아시아의 웬 나라에서 수입해다 쓴다니 우왕ㅋ굳ㅋ을 외치고도 남는다. 이렇게 헐값에 팔려서 배타고 온 냉동 등뼈는 잡내가 더 나기 때문에 양념이 더욱 더 범벅된다. 국산 돼지뼈를 쓰는 곳은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잡내도 적은 편이고 고기도 쫄깃해서 맛이 좋다. 잘 모르는 사람도 식감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돼지 등뼈는 미리 푹 고아 놓고, 그 국물에 얼큰한 양념[4]과 다른 재료들을 투입해서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 게 보통이다. 등뼈는 이미 푹 고아져 있기 때문에 굳이 테이블에서 또 고아낼 필요가 없다. 한소금 끓으면 바로 등뼈를 집어서 먹어도 된다. 등뼈가 부족하다면 대부분 감자탕 전문점은 등뼈만 따로 추가할 수 있다.

고춧가루는 물론 돼지 잡내를 잡기 위해 갈은 들깨를 듬뿍 넣기 때문에 그 가루가 이빨에 엄청 들러붙고 낀다. 다 먹고 바로 집에 갈 거 아니면 화장실 가서 입이라도 한번 헹구자. 건더기가 장난 아니게 나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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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씩 뚝배기에 따로 담아 내고 공깃밥을 곁들인 것은 뼈해장국 또는 뼈다귀해장국이라고 따로 부른다. 여기엔 감자가 안 들어가는 집도 있고 반개라도 넣어주는 집도 있지만 안 넣어주는 곳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감자탕 집에서 아침 혹은 점심용 음식으로 판매한다.

어원

감자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면 왜 등뼈탕이 아니라 감자탕이 된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잘 알려진 유래는 돼지 등뼈 또는 돼지 등뼈에 붙은 고기를 감자라고 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감저(甘猪, 달 감 돼지 저)에서 온 말이라는 것. 그러나 별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도축장이나 정육점에서도 돼지 등뼈를 감자나 감저로 부르지 않았다. 아마 <우리말 잡학사전>에서 나온 듯한데,[5] 방송까지 타면서 더더욱 정설처럼 여겨졌다. 돼지 등뼈=감자뼈라는 얘기가 퍼지고 나서는 가끔 돼지 등뼈를 감자뼈라고 팔기는 하지만 이런 광경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이쪽 설이 널리 퍼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어쨌든 여러 경로로 보아 감자탕의 유래가 감자뼈라는 것은 근거 없는 얘기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또 다른 주장은 감자탕이 강원도 쪽에서 유래했고 강원도감자가 많이 나니까 감자를 넣었다는 얘기인데, 감자탕이 강원도가 원조라는 근거도 없고 해서 그냥 지어낸 얘기 정도로 생각된다.

결론은... 그냥 어쩌다 보니 감자가 들어갔고 그래서 감자탕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밖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중 하나로 종종 손꼽힌다. 좀 맵긴 하지만 많이 맵지 않고[6] 진한 돼지뼈 국물에 등뼈에 붙은 고기도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물어보면 채식주의자가 아닌 한은 감자탕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좋아서 일본인들에게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물어볼 때 '가무자탕'을 꼽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일본인들이야 돈코츠라멘을 비롯해서 돼지뼈 국물에 친숙해 있으니 더더욱 감자탕도 잘 먹는다. 한국 관광을 오면 맛집 필수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일본 안에도 감자탕을 파는 한국음식점도 늘어나는 추세.

2017년에는 농심에서 감자탕 라면을 내놓았다. 물론 푸짐한 등뼈나 큼직한 감자 같은 것은 없고 약간의 돼지고기와 슬라이스한 감자 건더기가 들어 있는 정도지만 때깔이나 맛은 꽤 비슷하게 재현했다. 한동안 편의점에 모습을 보였지만 몇 달 못 가서 자취를 감추고 2018년 하반기에는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상태다.

각주

  1. 예전에는 대학가에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학교 인근 감자탕집에서 감자탕 하나에 계속 육수만 더 달라고 해서 사골 우려먹듯 버티곤 했다. 물론 가게 주인도 그거 알면서 인심 좋게 장사하는 거고.
  2. 다만 뼈가 같이 딸려오기 때문에 고기의 양으로 본다면 그렇게 푸짐한 양은 아니다.
  3. 이름은 탕 또는 국이지만 전골에 속한다.
  4. 가게에 따라 아예 등뼈를 고을 때 매운 양념을 넣는 곳도 있고, 등뼈만 고았다가 손님에게 낼 때 양념을 넣는 곳도 있다.
  5. "감자탕의 감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아니고..."<오마이뉴스>, 2010년 10월 20일
  6. 서양에서 아시아음식이 많이 퍼지면서 이제는 매운맛에 익숙해진 서양 사람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