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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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5월 27일 (토) 12:3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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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또는 쌀가루로 만든 가래떡을 진한 양념에 버무리면서 조려낸 요리. 이름으로는 '볶음' 요리인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조림에 가깝다. 황교익은 이 부분을 무지하게 깠다. 즉 떡탕이나 떡조림이지 이게 무슨 '볶음'이냐는 것. 마치 국밥을 내놓고 볶음밥이라고 계속 강요해서 국밥의 이름이 '볶음밥'이 되어 버리는 것이나 같은 꼴이라는 게 황교익의 질타다. 그런데 음식 이름과 실제 조리 스타일이 다른 것은 떡볶이만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빈대떡인가? 질척한 반죽을 지져서 만드는 부침개는 이 될 수 없다. 굳이 갖다 붙이지면 '전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며, 게다가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화전과는 달리 빈대떡에는 이 한 톨도 안 들어간다. 또한 오징어볶음이나 낚지볶음도 떡볶이처럼 국물이 꽤 있도록 조리하는 곳이 많은데, 이것 역시 조리 방법에서 떡볶이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보면 이에 관한 황교익의 비판은 너무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떡볶이 중에도 진짜로 볶아서 만드는 게 있긴 하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가 바로 그것.

지금은 떡볶이라면 고추장 또는 고추양념으로 만드는 매운 음식이지만 19세기 말에 나온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따르면 간장 양념으로 만들었다. 이른바 '궁중떡볶이'가 이런 스타일. 이 때는 고기채소에 가래떡을 썰어 넣은, 호화로운 볶음 또는 전골에 가까운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즉 떡은 주연이 아닌 조연에 가까웠다. 지금도 볶음이나 전골요리에 가래떡을 썰어서 넣기도 하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고추장 양념으로 떡이 주가 되는 떡볶이가 나타난 것은 일제강점기를 지난 후의 일이다. 바로 고추장 광고에서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를 유행시킨 마복림 할머니. 고추장 떡볶이를 만든 분이자 즉석떡볶이를 만든 분으로 우리나라 분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셈.

소스로는 고추장을 사용한다고 널리 생각하지만 사실 고추장으로만 만들면 맛이 텁텁하다. 설탕고춧가루로 대신하는 게 맛이 깔끔하다. 고추장으로 만들 거면 보리고추장을 쓰는 게 좋다. 이건 부대찌개도 비슷하다.

밀가루떡이냐 쌀떡이냐

떡볶이계의 영원한 논쟁 가운데 하나다. 탕수육계에 부먹 찍먹 논쟁이 있다면 떡볶이에는 밀떡이냐 쌀떡이냐 하는 논쟁이 있다. 이른바 '시장 떡볶이'는 대부분 밀떡인 반면, 체인점 떡볶이나 강남역, 신촌과 같은 곳의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는 쌀떡이 많다.[1] 떡이란 당연히 쌀로 만드는 것이니 쌀떡이 당연히 나은 거 아니냐 싶지만 밀떡 마니아도 의외로 많다. 특히 노점상의 쌀떡볶이는 물엿을 대량 투입해서 달짝지근하게 만드는 곳이 많은데, 너무 달고 입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밀떡으로 만드는 떡볶이는 물엿보다는 갈색 설탕조미료 그리고 고춧가루나 다대기를 사용하는 편. 밀떡의 미덕이라면 양념이 잘 배어들고,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너무 입에 달라붙지 않아서 먹기가 편하고 이에 덜 낀다.

밀떡이 만들어진 것은 위와 같은 취향 때문은 아니고, 처음 떡볶이가 등장한 게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이다. 밥 해먹을 쌀도 모자란 판에 쌀떡볶이는 어찌 보면 사치였다. 이후에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오면서 그 동안 쌀로 해먹던 걸 밀로 대체하는 게 많았는데, 떡도 그 중 하나라서 떡볶이의 주류는 밀떡이 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는 대부분이 밀떡이었다.

응용

떡볶이 양념에 떡 대신 다른 것을 넣은 음식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라면을 넣은 라볶이와 쫄면을 넣은 쫄볶이. 하지만 떡도 조금 넣어주는 게 보통이다.

고추장 양념을 응용한 떡볶이 모양 스낵으로도 나와 있다. 가장 잘 팔리는 건 해태에서 나온 <辛당동 떡볶이>[2]

그밖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한식 세계화를 한다면서 떡볶이의 세계화를 엄청 밀어붙였다. 그러다 보니 크림소스 떡볶이와 같은 황당한 작품이 나오기도 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떡볶이는 한식 세계화의 주력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단 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서양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토피와 같이 쫄깃한 음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캔디 계열이다. 즉, 달달하게 먹고 쉽게 녹지만 떡볶이는 계속 입에 들러붙으면서 남는 게 서양 사람들에게는 영 성가시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싫어하는 음식의 랭킹을 설문조사 하면 떡은 늘 상위권에 있다.[3] 물론 일본의 스시처럼 처음에는 서양 사람들이 싫어했지만 나중에는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만 떡볶이는 그렇게 될 가능성도 별로 없고[4] 무엇보다도 불고기처럼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음식이 많이 있는데 일단 그것부터 밀면서 외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여나간다면 모를까, 떡볶이를 무리하게 미는 건 좀 아니올시다... 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외국인들 중에도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도 있고 외국에도 한국식 떡볶이를 파는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널리 퍼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성적인 은어로도 쓰이는데... 생리 중인 여성과 거시기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왜 떡볶이인지는 상상에 맡기는 걸로 하자. 뭔가가 빨간 떡볶이랑 비슷하니까 그런 건데... 그럼 다 얘기한 거잖아.

각주

  1. 규모가 큰 체인점 중에 죠스떡볶이는 쌀떡을, 국대떡볶이는 밀떡을 쓰고 아딸은 쌀떡과 밀떡 중에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2. 그런데 풀 네임은 <원조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다...
  3.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김치가 종종 꼽히곤 하는데, 좋아하는 음식의 상위권으로도 보통 같이 오르므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면 은 싫어하는 음식 쪽으로만 랭킹에 올라간다.
  4. 스시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을 많이 퍼뜨렸고 일단 확실한 독특함, 그리고 비주얼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일단 떡볶이는 파스타 중에 뇨키라는 게 무척 비슷하다. 비주얼로만 보면 떡볶이와 구별이 안 가는데, 뇨키이 가진 쫀득한 식감이 없어서 서양 사람들이 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