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코츠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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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2월 30일 (금) 05:26 판 (→‎특징)

豚骨ラーメン.

Tonkotsu ramen.jpg

일본 라멘의 하나. 돼지뼈를 푹 고은 뽀얀 국물을 베이스로 한 라멘. 돈코츠(발음대로 하자면 톤코츠다)란 말이 원래 돈골, 즉 돼지뼈란 뜻이다.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큐슈 지방에서 발달한 라멘으로, 일본 안에서는 후쿠오카시의 다른 이름을 딴 하카타라멘(博多ラーメン)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인다. 일본어 위키피디아도 하카타라멘 항목으로 작성되어 있다. 물론 큐슈 일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전국구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 쿠루메시 라이후쿠켄의 옥외 배너. '돈코츠라멘의 발상지는 쿠루메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돼지뼈 국물을 사용한 라멘은 1941년에 나카스 지역의 포장마차(야타이)인 산마로(三馬路)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때에는 우리가 아는 돈코츠와는 많이 달라서 돼지뼈 국물이긴 하지만 맑은 국물에 넓적한 면을 썼다. 지금과 같은 뽀얗고 탁한 국물의 라멘에 대하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일단 등장 시기는 1946년으로 비슷하다. 중국 펑톈(지금의 센양) 쪽에서 인기를 끌던 짓센소바(十銭そば)에서 힌트를 얻어 탁한 국물을 사용한 라멘을 내놓았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하카타 남쪽에 있는 쿠루메시에서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설, 쿠루메시에서 나가사키 짬뽕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포장마차 쪽에서 발전한 라멘인 것은 확실해 보이며, 지금도 나카스 포장마차촌이나 나가하마 포장마차촌에서 돈코츠라멘을 파는 곳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징

다른 지방의 라멘도 돼지뼈나 닭뼈 국물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들은 맑은 국물인데 반해 돈코츠라멘은 돼지뼈를 아예 녹여버릴 듯 푹푹 고아서 뿌연 하얀 국물이 걸쭉한 느낌마저 준다. 제주도고기국수부산돼지국밥을 연상하게 할 정도다. 상당수의 돈코츠라멘이 돼지 누린내가 장난이 아니라서 입에 안 맞는 사람들도 많지만, 후쿠오카 쪽 사람들은 이런 누린내야말로 진정한 돈코츠라멘의 묘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돼지국밥이나 순댓국은 잘 하는 집 대접을 받으려면 돼지 누린내 잡는 게 중요하지만 돈코츠라멘은 그닥... 이 동네는 농도가 더 중요한 듯. 그래도 사람마다 취향은 있는 법으로, 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의 국물을 뽑아내는 집들도 많이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라멘집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특히 돈코츠라멘이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외국에서도 인기를 조금씩 얻어 나가면서 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을 추구하는 라면집도 많아졌다. 가게에 따라서는 절인 생강(베니쇼가)를 주기도 하는데, 있다면 이걸 반찬으로 먹는 게 아니라 국물에 넣어서 먹는다. 누린내를 좀 잡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면은 보통의 라멘보다는 얇고 약간 단단한 식감을 주며 웨이브가 거의 없는 것이 널리 쓰인다. 면만 보면 라멘이라기보다는 소면에 가까운 느낌. 일본에서는 極細ストレート麺, 즉 '극세(아주 얇은) 스트레이트 (웨이브 없는) 면'이라고 부른다. 후쿠오카현에서는 아예 하카타라멘에 최적화된 밀 품종인 라무기(ラー麦, らーむぎ)을 개발해서 2009년부터 보급하기까지 했다. 면의 단단한 식감은 간수(칸스이)를 얼마나 넣느냐로 조절하는데, 가게마다 선호하는 정도가 달라서 아예 제면기를 들여 놓고 직접 뽑는 라멘집도 있다.

일반적으로 라멘에는 반숙 달걀을 올려주는 게 보통이지만 하카타라멘은 달걀이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가게에 따라서 따로 주문하면 넣어주기도 한다. 대신 챠슈 고명을 올려주는 게 보통이고 을 한 장 넣어주기도 한다.

종류

기본은 소금간. 즉 시오라멘이다. 돈코츠라멘이라고 하면 기본이 이쪽인데, 소금만으로는 돼지 누린내가 너무 부각되어서인지 간장으로 간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일본 된장미소를 풀어 만든 미소 돈코츠라멘도 있다.

돈코츠국물에 매운양념을 넣어서 빨간 국물로 만든 라멘도 있다. 그 대표격이 후쿠오카시 텐진 인근에 있는 이치란. 독서실처럼 한 명씩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돼지뼈 국물의 누린내가 싫은 분들은 이쪽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순댓국다대기 풀어 먹는 맛이랄까.

나가하마라멘

후쿠오카시 <나가하마야>의 나가하마라멘.

후쿠오카시 안에는 하카타라멘 말고도 나가하마라멘이라는 것도 있다. 1955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돈코츠라멘이지만 이쪽은 국물이 더욱 진하다. 게다가 짜고 누린내도 더 심하다. 누린내에 익숙치 못한 비위 약한 분들은 먹기 힘들 정도니 이름만 보고 무모하게 도전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차슈 대신 돼지고기볶음을 올려주는 것도 하카타라멘과 차이점. 베니쇼가(생강절임)를 넣고 참깨를 뿌려서 먹는데, 보통은 면만 건져먹고 국물은 잘 안 먹는 편. 안 먹는다기보다는 못 먹는 것에 가깝다. 하긴 저 누린내 + 짜디짠 소금물을 어떻게 먹어. 손님 중에는 간장을 넣어서 간을 더 세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괜히 따라 하지 말자. 대체로 한국인 입맛에는 그냥 나오는 것만으로도 짠데 여기에 간장을 넣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조격으로 꼽히는 간소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는 아예 숟가락도 안 준다. 나가하마어시장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한 블럭 쯤 가면 나가하마라멘집들이 여럿 모여 있는데, 일찌감치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곳은 간소나가하마야 뿐이다. 기다리는 거 싫으면 아침에 일찌감치 쳐들어가자. 나가하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후쿠오카시 일대에 나가하마라멘집들이 포진해 있다.

큐슈 일대에는 돈코츠라멘을 베이스로 다양한 변형을 가한 지역 특색의 라멘들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마모토 쪽으로 가면 돈코츠에 볶은 마늘을 넣어서 색깔이 좀 더 어둡다. 마늘 덕택에 돼지 누린내가 상당히 잡혀서 돈코츠라멘을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맞는다.

쿠루메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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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현 쿠루메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라멘. 쿠루메(久留米, くるめ)라는 이름이 미식을 뜻하는 구루메(グルメ)와 비슷하지만 막상 가보면 이렇다 할 특산물이나 유명한 요리도 없는 애매한 쿠루메시가 그나마 밀고 있는 게 이 라멘이다. 아예 자기들이 돈코츠라멘의 원조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스프의 돼지뼈 맛이 강하고 짜서 나가하마라멘이 연상될 정도. 다만 챠슈, 파를 올려주는 고명은 하카타라멘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우리나라에도 돈코츠라멘을 파는 집이 여럿 있다.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보다는 한참 나중에 인기를 끌었는데 돈코츠라멘의 인기에 큰 공을 세운 곳은 서울시 상수동의 하카타분코(博多文庫). 여기가 대박을 치면서 돈코츠라멘 파는 곳이 늘었다. 일본 체인점으로 여러 나라에 체인점을 내고 있는 잇푸도(一風堂, IPPUDO)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보다는 파는 곳이 적은 편이다. 라멘 대신에 우동을 넣은 돈코츠우동도 있는데 한국에 진출한 사누키 우동전문점 마루가메제면도 계절 한정으로 돈코츠우동을 판다.

제주도 음식인 고기국수와 공통점이 상당하지만 면의 종류나 스프의 스타일에는 차이가 상당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