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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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장수물식당>의 고기국수

돼지뼈를 푹 고아서 만든 뽀얀 국물에 소면 또는 중면을 삶아 넣고, 돼지고기 수육을 듬뿍 썰어서 얹은 제주도의 향토요리. 소금간을 한 돼지뼈 국물이 감칠맛이 장난이 아닌지라 MSG를 대량 투척한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국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다. 얼마나 잡내가 적은 은은한 돼지뼈 국물을 고아내는가[1], 그리고 얼마나 부드러운 돼지 수육을 삶아내는가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 중에는 누린내가 좀 있는 게 오히려 더 옛날 맛이라고 이쪽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비슷한 느낌이 많은 일본의 돈코츠라멘도 원래는 굉장히 돼지 누린내가 강했지만 외지인들 입맛에 맞게 누린내를 많이 잡은, 이른바 뉴웨이브도 있는 것을 보면 돼지 특유의 냄새에 대한 호불호는 거기나 여기나 비슷한 듯.

돼지고기 수육의 속이 발그스름한 것을 보고 덜 익은 고기를 줬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미오글로빈의 작용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속이 약간 발그스름한 정도의 수육을 내준다면 너무 푹 삶아서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상태로 딱 좋게 내는 것이다. 그밖에 고명으로는 , 참깨 정도가 있고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주는 집도 많은데 그냥 색깔만 내는 정도고 적어도 한국인들 입맛에는 맵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제주시 <올래국수>의 고기국수.[2]

1 역사[편집]

제주도 토속음식 중 하나로 유명하지만 사실 역사를 보면 그리 길지는 않다. 일단 밀가루가 해방 이후 미국 원조가 들어오기까지는 쌀보다도 귀했고, 그래서 부자들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게 밀가루 음식이었다. 게다가 제주도는 농사 짓기에도 별로 환경이 좋지 않았고 밀농사를 짓기에는 기후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에 국수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제주도의 생활 유물들을 뒤져봐도 홍두깨나 국수틀과 같이 국수 만들 때 필요한 도구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3]

고기국수에 쓰이는 건면, 즉 말렸다가 삶아내는 국수도 미국 원조로 밀가루가 풍족해지면서 대중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고기국수의 역사는 대략 1920년대 초인데, 제주도에서 최초로 건면을 만들어 팔던 국수집인 '석산이네 국수집'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고기국수를 만들어서 판 것은 아니고 제주도에는 잔치나 초상을 치를 때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어서 이때 나온 돼지뼈를 국수에 말아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4]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팔게 된 것은 1950년대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돼지 수육을 고명으로 얹어 주는 형태가 완성된 것은 대략 1990년대 정도라는 게 정설.

한동안은 삼성혈 쪽의 국수집들이 고기국수의 원조급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쪽 고기국수가 밀집한 곳에 국수문화거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는데, 원조 명칭을 두고 국수문화거리에 있는 '三代(삼대)전통고기국수'와 일도2동 국수문화거리의 '三代(삼대)국수회관' 사이에 누가 원조냐를 두고 논쟁이 일어났다. 三代국수회관은 'Since 1919'라고 간판에 써놓았는데 이걸 그대로 믿으면 이쪽이 더 역사가 길다. 하지만 결국 논쟁이 격화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나서서 손을 들어준 곳은 연동의 三代전통고기국수. 이쪽은 1950년대에 애월읍에서 고기국수를 팔기 시작한 1대[5]를 시작으로 지금은 손녀딸이 운영하고 있어서 역사가 입증이 되었는데, 三代국수회관은 정말로 3대째 운영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고 간판에 써 놓은 'Since 1919' 역시도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것, 결국 이름을 '子子孫孫(자자손손) 국수회관'으로 바꾸고 'Since 1919'도 없앴다.[6] 사실 이 'Since 1919' 때문에 고기국수가 1919년에 처음 나온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식당에서 만들어 파는 고기국수는 1950년대가 정설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는 일단 도시 여기저기에 깔려 있고, 최근 들어서 제주 바깥으로도 향토음식으로 각광 받으면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방에도 진출하고 있는 중. 물론 값은 현지보다 비싸고 고기의 인심도 덜하다.

국물에 밥 말아먹는 걸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이지만 제주도 안에 있는 고기국수 전문점이라면 보통 공깃밥은 따로 팔지 않는다. 만두도 잘 안 판다. 대신 햇반 같은 것을 사 가지고 오는 건 안 막는 가게들도 있다. 대신 돔베고기아강발은 같이 파는 집들이 많다. 특히 돔베고기는 어차피 고기국수에 고명으로 수육이 올라가니 같이 파는 게 자연스럽다.

2 돈코츠라멘과 고기국수[편집]

일본돈코츠라멘을 생각나게 만들고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제주도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기국수가 돈코츠라멘보다는 누린내가 덜하고 깔끔한 편이다.[7] 대신 돈코츠라멘보다는 맛이 밍밍한 편이고 감칠맛도 덜한 편이다. 또한 토핑도 돈코츠라멘은 , 삶은 달걀, 차슈, 멘마가 주로 올라가지만 고기국수는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넉넉히 얹어 주는 게 특징이고 그밖에 잘게 썬 , 참깨, 고춧가루 정도를 넣어준다. 돈코츠라멘간장을 사용하지만 고기국수는 소금간을 하는 것도 차이. 돈코츠라멘은 상당히 짠 곳이 많은 반면[8] 고기국수는 그에 비해서는 심심한 편이다. 돈코츠라멘은 보통 국물을 많이 안 먹는 편이지만 고기국수는 국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답게 국물까지 많이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돈코츠라멘이 수입되어 고기국수가 된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고기국수를 돈코츠라멘이 수입되어 변형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순댓국을 비롯해서 돼지뼈를 고아서 탕을 만드는 문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제주도에서 돼지를 많이 키워 왔으니 고기국수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육개장도 여기는 돼지고기로 만드니.

3 가볼만한 곳[편집]

외지로도 퍼지고 있지만 그래도 제주도에서 먹는 게 제일 낫긴 하다. 제주시 일대에는 시장통에 가도 널려 있고 심지어 동네 분식집에 가도 볼 수 있는 메뉴지만 손꼽히는 데가 몇 군데 있다.

3.1 제주시[편집]

  • 삼대전통고기국수
  • 연동 올래국수
  • 장수물식당

4 각주[편집]

  1. 한약재나 향신료를 넣어서 잡내를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이들 재료의 냄새가 나 버린다. 고기국수는 이런 향이 나면 꽝이다. 즉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써서 다른 잡향 없기도 잡내가 적은 국물을 뽑아내는 기술이 관건이다.
  2.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진한 국물맛과 푸짐한 고기 고명, 중면의 독특한 식감으로 단기간에 명성을 얻었다. 제일 위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고명의 양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가격은 같다.
  3. "일제강점기 전통혼례서 시작된 제주 고기국수…대표 맛집 4곳", 한겨레, 2018년 9월 18일.
  4. 제주도는 돼지로 국물을 내는 음식이 많다. 육개장도 제주도에서는 돼지로 만들고, 제주 향토음식으로 유명한 몸국돼지로 국물을 낸다.
  5. 그런데 이분은 원래 제주 토박이 아니라 한국전쟁 때 경기도에서 피난 온 분이라고 한다.
  6. "제주 ‘三代 고기국수’ 원조논쟁…그 진실은?", <제주의소리>, 2013년 6월 30일.
  7.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돈코츠라멘 가게는 누린내를 많이 억제하지만 후쿠오카 현지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은 누린내가 순댓국 저리가라 할 정도다.
  8. 특히 돈코츠라멘의 일종인 나가하마라멘은 진짜 짜기 때문에 베니쇼가 채썬 것을 푹 집어넣어서 누그러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