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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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주 재료로 한 김치

를 작고 네모난 모양으로[1] 썰은 다음 고춧가루와 양념, 젓갈에 머무려서 숙성시킨 김치의 일종.

옛날에는 젓무, 홍저(紅葅)라고도 불렀는데, 궁중에서도 해 먹었는지, '송송'이라는 궁중음식 용어도 있다. 기록으로 처음 나오는 건 조선조 정조 때로, 홍선균이 지은 <조선요리학>에 따르면 "정조 때에 왕의 딸인 홍현주(洪顯周)의 부인(숙성옹주)이 처음으로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당시의 이름은 각독기(刻毒氣)라 하였는데, 공주로 낙향한 정승의 한 사람이 깍두기를 민간에 퍼뜨렸기에 공주깍두기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이름의 유래를 밝혔다.[2] 다만 이러한 설에는 문제가 있는 게, 숙성옹주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 정조가 승하할 때 겨우 8살이었는데 왕이 살아 있을 때 깍두기를 개발해서 정조에게 바쳤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민가에서 만들어 먹던 게 궁중에까지 올라왔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일 텐데, 아무튼 그 당시에도 그리 싸구려 취급을 받는 음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정조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진 춘향전에도 깍두기에 관한 언급이 있고, 조선시대 요리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시의전서>에도 역시 '젓무'라는 이름으로 깍두기 조리법을 다루고 있다. 1913년에 나온 <요리제법>에는 아주 다양한 깍두기가 나와 있다. 깍두기, 오이깍두기, 굴깍두기, 숙깍두기, 닭깍두기와 같은 다양한 깍두기의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보면 깍두기는 옛날에는 꽤나 고급스러운 음식 대접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배추김치보다는 간단하다. 를 깍둑썰기한 다음 소금에 버무린다. 한 번 씻어준 다음 고춧가루마늘, 생강, 와 같은 양념, 그리고 액젓[3]을 넣고 잘 버무린 다음에 며칠 숙성시켜서 먹는다. 대체로 빨리 숙성시켜서 빨리 먹는 편이다. 시원한 맛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냉장시켜서 차게 먹어야 하는데, 상온에 하루 정도로 놓아 두어 숙성시킨 다음 냉장하면 좀 더 빨리 먹을 수 있다.

무를 주 재료로 하고 고춧가루젓갈을 써서 만드는 비슷한 김치로는 섞박지가 있다. 재료나 만드는 방법은 거의 같으며, 단 석밖지는 길이에 직각으로 깍뚜기 정도 두께로 썬 다음에, 반 정도로만 잘라서 담기 때문에 크기가 크다. 깍두기는 한 개를 한 입에 먹기 쉽지만 석밖지는 베어서 먹거나 가위로 잘라서 먹어야 한다.

설렁탕, 곰탕, 순댓국과 같은 국물 요리에는 거의 필수처럼 따라붙는 음식이기도 하다. 설렁탕 집에 이게 없으면 많은 손님들이 항의할 것이다. 설렁탕 가게를 평가할 때 설렁탕도 그렇지만 깍두기가 맛있어서 가는 가게도 있을 정도로 깍두기 맛이 설렁탕 못지 않게 중요하다. 깍두기 국물을 탕에 조금 넣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곳들의 깍두기는 집에서 담은 것보다 달달한 느낌이 좀 더 있는데, 실제로 설탕을 넣어서 그렇다. 깍두기에는 보통 설탕이나 배즙이 좀 들어가서 단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음식점에서는 사카린을 쓰기도 한다.

고깃집 중에는 후식으로 볶음밥을 먹을 때 깍두기를 잘게 썰어서 볶아 주는 곳들이 있고, 대도식당 같은 곳들은 깍두기 볶음밥이 꽤나 유명하다.

일본모리오카 냉면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로, 깍두기와 깍두기 국물을 넣어서 맛을 낸다. 처음에 모리오카 냉면을 창안한 양용철이 매운 맛을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춧가루 대신에 토마토 케첩을 쓴 깍두기도 있다. 1970년대에 오뚜기가 이걸 밀이서 김자옥을 모델로 광고까지 방송했다. 당시에는 제품 이름이 '도마도 케챺'이었고, 지금은 '도마도'는 '토마토'로 바뀌었지만 '케챺'은 안 바뀌었다. 오뚜기에서 광고까지 찍으면서 밀어 보았지만 그닥 인기는 없었던 듯, 기억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며, 지금 이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괴식 취급을 하고 있다.

1에서 파생된 말

아이들이 편을 먹고 겨루는 놀이를 할 때, 번외로 끼워주는 사람을 '깍두기'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형이랑 동생이 같이 나왔을 때, 동생은 너무 어리니까 자기들이 불리해지므로 어느 편에서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형이 동생을 깍두기로 끼워서 논다. 그냥 끼워주는 것에 의의가 있을 뿐, 공을 넘겨준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편이 안 맞을 때, 그러니까 전체 참가자가 홀수일 때에도 한 명은 그냥 깍두기가 된다. 술래잡기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깍두기로 낀 꼬마들은 술래가 잡아봐야 소용이 없다.

물론 이것은 무로 담근 김치인 깍두기에서 온 말이지만 그 유래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한 가지는 옛날에는 무를 다른 요리에 쓰고 남은 자투리들을 모아서 만들었다는 설로, 이런 자투리 무로 담으면 크기도 제각각이고 해서 예쁘게 깍둑썰기가 안 된다. 깍두기를 담아 봐도 모양이 별로 예쁘지도 않고 남은 걸로 만들었다는 티도 난다. 이런 식으로 만든 깍두기에서, 그냥 아무나 끼워준다는 뜻으로 나왔다는 설이다.

또한 깍두기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무가 가격도 싸고 양도 많다 보니 서민들의 식탁에는 단골로 오르는 반찬이다 보니 아무 데나 다 낀다고 해서 깍두기라고 부른다는 주장도 있다.[4]

조폭, 또는 험상궃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는 조폭들이 종종 짧고 모나도록 머리를 깎다 보니 그 모양이 꼭 깍두기 같아서 생긴 말로 보인다. 이런 스타일의 머리를 깍두기 머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깍두기 머리는 조폭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 때 '깍두기 머리'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탄핵소추를 당한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한 날 오전에 이렇게 헤어스타일을 바꿨다고 한다. 윤태영 대변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모발이 뻗치는 형이어서 머리를 다듬는 데 평소 15분가량 걸린다... 대통령이 이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짧은 스타일로 바꾸길 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도 주변에, 머리 손질하는 시간이 5분밖에 안 걸린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5]

각주

  1. 이런 식으로 식재료를 써는 것을 '깍둑썰기'라고 한다.
  2. "깍두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3. 멸치젓이나 까나리젓을 쓸 수 있으며, 새우젓을 넣는 집도 있다.
  4. "깍두기 지식 in: 깍두기도 안 시켜줘", <대학원신문>, 2005년 10월 31일.
  5. "盧대통령 헤어 스타일 '깍두기'로 변신 화제", <중앙일보>, 2004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