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카레
スープカレー。
일본식 카레의 일종으로 삿포로를 중심으로 홋카이도 일대에 널리 퍼져 있고, 이제는 일본 전국구급으로 인기를 키워가고 있는 요리다. 보통 카레라이스는 버터와 밀가루를 볶은 루를 사용해서 걸쭉하게 만드는데, 스프카레는 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에 채소와 고기, 해산물 건더기들이 들어가는데, 함께 넣고 끓이는 게 아니라 건더기 재료는 굽거나 튀겨서 따로 준비하고 여기에 카레 스프를 부어서 완성한다. 카레라이스의 카레는 스튜나 소스에 가깝다면 스프카레는 국물요리에 가까운 모습이다. 건더기의 크기도 원형을 많이 살리는 편이라서 숟가락으로 카레와 밥, 건더기를 비벼서 떠먹는 보통의 카레라이스와는 많이 다르다.
1971년 삿포로시 츄오구의 킷사텐 <아쟌타(アジャンタ)>에 처음 약선스프[1]와 카레를 결합한 약선카레를 만들었는데, 이걸 스프카레의 원조로 치고 있다. 이루 삿포로의 여러 음식점에서 발전시켜 나갔다. 스프카레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93년 마지쿠스파이스(マジックスパイス, 매직스파이스)에서 인도네시아의 소토아얌[2]을 참고해서 개량시킨 음식을 스프카레로 팔기 시작했을 때로 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의 국물,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묽은 커리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사실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커리 중에는 국물처럼 묽은 것도 많은 편인데, 일본의 가장 북쪽에 있어서 겨울이 추운 홋카이도에서는 이런 따뜻한 국물 스타일의 스프카레가 잘 어울릴 법도 하다. 매운 요리가 그닥 많지 않은 일본의 식문화에서는 스프카레의 따뜻한 국물과 매운맛이 몸을 덥히는 데에는 나름대로 제격. 추울 때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겨울에 종종 생각난다. 2000년대 이후로는 홋카이도를 벗어나서 일본 전역에 스프카레 전문점들이 속속 등장했고, 코코이찌방야 같은 세계구급 대형 카레 체인점에서도 겨울 한정으로 스프커리를 선보인다. 또한 하우스나 에스비를 비롯한 주요 카레 제조회사에서도 스프카레 제품이나 레토르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스프카레 전문점에서 주문을 할 때에는 채소나 고기의 종류로 구성된 카레 종류를 고른 다음, 스프 베이스도 선택한다. 대체로 오리지널(보통 닭고기 육수를 사용한다), 토마토, 코코넛과 같은 베이스들이 준비되어 있다. 코코넛이 뜻밖에 상당히 잘 어울리므로 기회 있으면 먹어 보자. 어떤 가게는 새우 육수를 시그니처로 내세우기도 하고 하면서 가게마다 특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뭘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으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닭고기 육수가 가장 무난한 편. 코코넛 베이스도 잘 어울리는 편인데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커리에 코코넛밀크를 많이 쓰는 편이라 원래 잘 맞는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매운맛의 정도도 고를 수 있다. 1~5까지 다섯 단계인 곳이 많으나 그보다 더 세분화된 곳들도 있어서 심지어 1~50까지 세분화하기도 한다. 건더기는 먹고 싶은 것을 추가 토핑으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밥의 종류나 양을 고를 수 있는 곳도 있다.
먹는 방법도 보통의 카레라이스와는 좀 달라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밥 위에 뿌려가면서 먹거나, 밥과 국물을 먹듯이 따로 따로 떠먹는다. 일본에 가서 한국에서 국밥 먹던 버릇처럼 스프에다 밥을 말아서 먹으면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 얼떨결에 한국인 인증.[3] 건더기는 따로 건져서 먹든지 잘라서 밥 위에 올려 놓고 먹든지 하면 된다. 아예 닭다리 하나가 들어가거나 고기 스테이크 하나가 통으로 들어가는 것도 있어서 열심히 나이프질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스프카레의 모습을 보면 그냥 카레라이스용 카레에 물을 많이 탄, 묽은 카레처럼 느껴진다. 먹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질감 자체는 묽지만 뜻밖에 진한 맛에 놀랄 정도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루가 안 들어가는 거지 카레가 적게 들어가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진한 육수와 카레 스파이스의 진한 풍미가 어우러져서 무척 진한 맛을 낸다. 따라서 집에서 만들 때에도 보통 카레에 물만 많이 넣어서 묽게 만드는 식으로는 제맛을 못 낸다. 스프카레용 제품을 쓰든가 카레 스파이스를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