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카츠
トンカツ(豚カツ)。
돼지고기를 주 재료로 한 일본의 요리.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의 전통 요리는 아니고, 서양의 포크 커틀릿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발전한 요리다. '카츠(カツ)'라는 말은 커틀릿을 뜻하는 카츠레츠(カツレツ)가 줄어든 것.
프랑스를 통해서 커틀릿[1] 요리가 메이지 시대에 일본으로 들어와 도쿄 긴자 일대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팔릴 때에는 송아지고기를 썼고 소테 방식으로 조리했다. 원래 유럽의 커틀릿은 송아지고기가 기본이다. 긴자의 <煉瓦亭(연호정)>이라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송아지고기를 돼지고기로 바꾼 게 돈카츠의 시초가 된다. 그때는 포크카츠라고 불렀다. 두툼하게 만든 포크카츠에 데미글라스 소스를 끼얹고, 더운 채소를 곁들여 냈다. 이후 일본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더운 채소는 가늘게 채썬 생양배추로 바뀌고, 젓가락으로 먹기 좋도록 미리 썰어서 나오는 쪽으로 바뀌었다. 소스도 데미글라스 대신 우스터 소스로 바뀌었다. 여기에 빵가루도 서양에서 쓰는 마른 빵가루가 아니라 촉촉함이 남아 있는 빵을 체에 갈아서 쓰는 생빵가루를 쓰는 방법이 개발되어 겉표면에 빵가루가 더욱 길어지고 바삭한 맛도 전보다 더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화가 된 김에 이름에 들어가 있던 '포크'도 돈(豚)으로 바꿔서 이름도 일본화 된 돈카츠가 되었다.
이 돈카츠가 한국으로 넘어오면 다시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가 된다. 돈카츠와 돈까스의 차이에 관해서는 돈까스 항목 참고. 어느 쪽이든 표준 표기법으로는 돈가스가 맞지만 한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돈까스라는 말이 가장 친숙하고, 한국화된 돈까스와는 다른 일본 정통 방식이 들어오면서부터는 한국식 돈까스와 구별하기 위해서 돈가스,또는 돈카츠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돈카츠 쪽이 좀 더 많이 쓰인다. 그래서 여기서는 한국화된 것은 돈까스, 일본식은 돈카츠를 항목 이름으로 표기했고, 돈가스는 이 문서로 넘어오도록 했다.
돼지고기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묻히고 그 위에 빵가루를 듬뿍 묻혀서 기름에 튀겨낸다. 내기 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얇게 채썬 양배추를 곁들여 낸다. 소스를 미리 끼얹지 않고 따로 내거나 테이블에 놓아서 손님이 뿌려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돈까스와는 달리 포크와 나이프를 쓰지 않고 젓가락으로 먹는다. 미소시루가 곁들여 나오는 것이 보통.
고기는 비계가 별로 없는 살코기 위주가 좋다. 따라서 삼겹살 같은 부위는 비추이고, 등심을 이용한 로스카츠와 안심으로 만든 히레카츠가 기본이다. 히레카츠 쪽이 좀 더 비싸다. 소고기를 쓴 것은 비프카츠 혹은 규카츠, 닭고기를 쓴 것은 치킨카츠, 생선을 사용한 것은 생선카츠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압도적으로 돈카츠다. 돈카츠가 인기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식이든 한국식이든 돈카츠(돈까스)가 압도적으로 인기다. 이 기본 요리를 바탕으로 갖가지 변형들이 나온다.
- 롤카츠 : 돼지고기를 조금 얇게 하고 그 안에 채소나 치즈 같은 속재료를 넣고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 튀김옷을 입혀 튀긴 것.
- 카츠동 : 일본식 덮밥인 돈부리의 일종으로 밥 위에 돈카츠를 얹고 소스를 뿌린 것.
- 카츠카레 : 카레라이스 + 돈카츠
- 쿠시카츠 : 재료를 한입 크기로 작게 잘라 튀김옷을 입한 후 꼬치에 꿰어 튀긴 것.
- 멘치카츠 : 갈은 돼지고기를 반죽해서 뭉쳐 고로케 정도 크기로 모양을 만든 다음 튀김옷을 입히고 꼬치로 튀긴 것.
- 믹스카츠 : 여러 종류의 카츠를 조금씩 함께 내는 것. 우리나라 경양식집의 정식을 생각하면 된다. 큼직한 새우를 튀긴 새우 프라이도 종종 들어간다.
- 카츠샌드 : 돈카츠를 끼운 샌드위치. 달랑 돈카츠에 소스만 넣어 끼우기도 하고 간단하게 양배추나 양상추 정도만 끼우기도 한다. 일본에서 무척 인기 좋은 샌드위치 중 하나다.
위의 음식들은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돈카츠 방식으로 밀가루 반죽 + 빵가루 방식 튀김옷을 입히는 게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음식이 된다. 예를 들어 쿠시카츠처럼 꼬치에 재료를 끼워서 튀겨도 빵가루 없이 밀가루만 입혀서 튀기면 쿠시아게가 된다.
살코기를 보면 가운데가 좀 발그스름할 수가 있다. 뭐야? 덜 익었나? 할 수도 있는데, 잘 익어도 살코기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이라는 성분 때문에 약간 발그레하게 보일 수 있다. 신선한 고기를 딱 적당히 튀겼다면 살짝 발그레한 기가 도는 게 정상. 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선짓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피는 익히면 짙은 갈색을 띤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덜 익은 줄 알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쪽까지 완전히 희게 익을 정도로 튀겨야 하다 보니 식감이 뻑뻑해진다. 어떤 가게는 돈카츠를 썰은 다음 한 번 더 살짝 튀겨서 발그레한 기가 겉으로 안보일 정도로만 처리하기도 한다.
발그레한 빛이 들면 덜 익은 거라는 생각도 잘못이지만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기생충이 없다는 말도 잘못된 것으로, 옛날과는 사육 환경도 크게 달라졌고 사료로 키우기 때문에 기생충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삼겹살이야 비계가 많아서 바짝 구워도 많이 뻑뻑하지 않지만 돈카츠로 쓰이는 부위는 비계가 적어서 속까지 하얘지도록 익히면 뻑뻑하고 맛이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일본만큼 두툼한 돈카츠를 보기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고기가 발그레한 빛이 도는 게 부드럽고 좋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늘어나서 두툼한 돈카츠가 점점 많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