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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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 white.

플랫 화이트. 다만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한 것이다.[1]

에스프레소우유(또는 두유)로 만든 음료 중 하나로, 호주를 중심으로 뉴질랜드에서도 널리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는 조금씩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인기가 좋아서 BBC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다.[2] 다만 기사를 보면 영국에서는 라테보다 우유를 3분의 1 정도로 적게 사용하는 게 플랫 화이트의 특징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호주뉴질랜드커피우유의 비율이 라테와 별 차이가 없다. 요즘 들어서는 괜히 우라나라에서 이걸 메뉴에 집어 넣은 곳들이 있다. 예를 들어 투썸플레이스. 그런데 정작 호주 브랜드인 글로리아진스 한국 매장에는 플랫 화이트가 없다. 호주 출신 바리스타의 이름을 내건 폴 바셋 한국 매장에도 없었다가 2020년에 추가되었다. 일본 매장에는 그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플랫 화이트를 파는 곳이 있어서 마셔보면 카페 라테와 다를 게 없는, 그냥 이름만 플랫 화이트인 곳도 많으니 주의하자.[3]

누가 원조인가?

플랫 화이트의 원조에 관해서는 호주뉴질랜드가 자기들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 원조설에 따르면 1985년에 시드니에서 무어스 에스프레소 바라는 카페를 운영하던 앨런 프레스턴이 처음으로 '플랫 화이트'라는 용어를 썼다고 탄생했다고 한다. 프레스턴은 퀸즐랜드 출신인데, 그 지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화이트 커피 -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플랫 화이트와 비슷한 커피를 팔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80년대에 그의 카페를 찍은 사진 중에 메뉴에 플랫 화이트가 들어 있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그가 80년대부터 플랫 화이트라는 이름을 쓴 것 자체는 증명이 된다.

한편 뉴질랜드 원조설에 따르면, 웰링턴에 사는 바리스타인 프랭크 매킨즈가 1989년 여름에 실수로 만든 게 플랫 화이트의 원조라고 한다. 웰링턴 윌리스 스트리트에 있는 카페 보데가에서 일하던 매킨즈는 카푸치노를 만들다가 실수로 입자가 굵은 우유 거품인 프로스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는데, 손님에게 무료로 마이크로폼만을 넣은 커피 음료를 주면서 '죄송합니다. 이건 그냥 밋밋한 화이트(flat white)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은 이 커피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게 플랫 화이트의 기원이라는 게 뉴질랜드 원조설이다.

만드는 방법

에스프레소스팀밀크의 뜨거운 우유를 붓고, 그 위에 마이크로폼을 얹어서 낸다.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호주는 한 개의 에스프레소 샷을. 뉴질랜드는 두 개의 리스트레토 샷을 쓰는 것이 보통인지라 뉴질랜드 쪽이 커피 맛이 더 강렬하게 나온다. 다른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커피 음료. 오세아니아 대륙의 위엄. 오오. 이쪽 대륙은 플랫 화이트 말고도 롱 블랙(카페 아메리카노 또는 카페 룽고와 비슷하다)이나 쇼트 블랙(에스프레소)과 같이 여기서만 통하는 용어 또는 커피 음료들이 있다.

흔히 플랫 화이트는 가운에데 하얀 점이 찍혀 있어야 제대로 만든 거라고들 하는데, 플랫 화이트의 본고장인 호주뉴질랜드에 와서 주문해 보면 그런 거 없다. 하얀 점을 찍어주는 카페도 있지만 그런 거 없는 곳이 훨씬 더 많으며, 오히려 나뭇잎을 비롯한 라테 아트를 신나게 그려주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얀 점이 있냐 없냐를 가지고 정통이니 뭐니 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호주뉴질랜드가 아닌 외국에서 더 쓸데 없이 따지는 듯.

라테와 차이는?

늘 나오는 논쟁거리 중 하나가 도대체 이게 카페 라테와 다른게 뭐냐는 거다. 그게 그거다. 차이 없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소리, 엄연히 다른 음료다!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두 음료 사이의 차이는 이렇다.

  • 라테보다 플랫 화이트가 양이 적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같은 샷을 사용하되 우유를 좀 적게 잡아 양은 좀 더 적으므로 따라서 좀 더 진한 느낌을 준다.
  • 라테는 커피와 우유를 1:2로 사용하며, 그 위에 마이크로폼 거품, 혹은 마이크로폼에 약간의 프로스를 얹어주는 수준인데 반해 플랫 화이트는 마이크로폼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므로 질감이 라테보다 더욱 진득하다. 따라서 스팀 밀크를 만들 때에도 플랫 화이트를 만들 때에는 마이크로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플랫 화이트는 이 마이크로폼의 벨벳 같은 질감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폼 부분 아래의 우유와 커피의 혼합은 둘 다 별 차이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좀 더 걸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 호주뉴질랜드에서는 라테는 손잡이 없는 유리잔, 즉 텀블러에 나오고[4], 플랫 화이트는 손잡이가 있는 도자기잔에 담겨 나온다. 조금 큰 커피잔 모양의 잔이 많이 쓰인다. 이탈리아는 카페 라테를 유리잔에 담아 주는 게 보통이지만 그밖에 유럽이나 아메리카 같은 곳에서는 라테를 도자기잔에 담아주기 때문에 플랫 화이트를 유리잔에 준다. 그래서 뭐가 맞는 거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간단한 답은 카페 라테를 어디에 담아서 주느냐에 달려 있다. 카페 라테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고 플랫 화이트는 뒤늦게 호주뉴질랜드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카페 라테를 유리잔에 담아서 내는 이탈리아호주, 뉴질랜드는 플랫 화이트를 도자기잔에 담아서 준 것이고, 라테를 도자기 잔에 담아서 주던 나라들은 반대로 플랫 화이트를 유리잔에 담아서 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따지자면 카페 라테의 원조는 이탈리아고, 플랫 화이트의 원조는 호주 또는 뉴질랜드니까 이 나라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정석이겠지만.

두 개가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커피잔 말고 다른 게 뭐야!' 하고 외친다. 그런 거 다 거품이라고! 그런데 거품 차이가 맞긴 하다. 커피우유의 비율이 좀 다른 면이 있지만 이건 가게 사이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 딱 부러지게 라테와 플랫 화이트의 차이를 말하기도 뭣하고, 가장 큰 차이는 거품의 차이에 따른 외관과 질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테카푸치노가 입자가 굵은 프로스 때문에 위로 좀 부풀어 오른 모습이라면, 플랫 화이트는 덜 부풀어 오르는 마이크로폼을 쓰기 때문에 좀 평평한 모습(flat)을 하고 있다. 카푸치노는 프로스를 라테보다도 더 많이 쓴다.[5]

플랫 화이트는 위의 차이로 보면 분명 같은 음료라고 말할 수 없는데, 스팀 밀크 만드는 기술, 즉 마이크로폼을 만드는 기술이 떨어지거나 왠지 한국에서 파는 플랫 화이트는 이쪽 혐의가 짙다. 그냥 싸구려 라테에 이름만 뭔가 독특해 보이려고 플랫 화이트라고 붙여 놓으면 '이게 뭐가 달라!' 하는 소리 듣기 딱 좋다. 당연히 다른 게 없으니까. 제대로 만들었다고 해도 둘 사이의 차이가 엄청 큰 건 아니라서 마시는 사람도 익숙하지 않거나 제대로 음미하지 않는다면 둘을 잘 구별 못할 것이다.

각주

  1. 서구권은 채식주의자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웬만한 카페라면 두유 옵션이 있고, 카페두유 기술도 많이 발달해 있어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그 나름의 맛 때문에 두유를 선택하기도 한다. 보통 두유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2. "플랫화이트: 영국인들이 '라테' 대신 '플랫화이트'를 찾는 이유", BBC 코리아, 2019년 1월 10일.
  3. 카페 라테와 플랫 화이트의 차이가 있냐 없냐를 가지고도 논쟁이 있으므로, 딱 정답은 없다.
  4. 이탈리아도 그렇다. 그런데 이탈리아카페 라테 자체가 메이저가 아니다. 대부분은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거나, 우유를 넣는다면 카푸치노를 마시는 정도고 카페 라테는 집에서 모카 포트로 내린 커피를 따뜻한 우유에 타서 마시는 정도다.
  5. 단, 이탈리아는 우유 거품을 쓰지 않고 그냥 에스프레소우유만 섞은 음료다. 즉 에스프레소로 만든 카페오레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