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시렌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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からしれんこん(辛子蓮根)。

일본 쿠마모토현의 향토요리. 말고기 바사시,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한 다고지루와 함께 쿠마모토의 3대 향토요리로 꼽힌다.[1] 이름으로 보면 카라시(겨자) + 렌콘(연근)으로,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된다. 이름처럼 이 두 가지가 기본 재료다.

통연근을 물에 삶은 다음, 겨자, 된장, 을 주 원료로 하는 카라미소를 연근에 뚫린 구멍에 채운다. 이 연근겨자밀가루로 반죽한 튀김옷을 입한 다음 기름에 튀겨내는 음식이다.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먹는다. 튀김옷겨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겉모습이 노오란 빛을 띤다. 굵직한 연근을 통으로 튀기기 때문에 튀기는 것만으로는 속까지 익힐 수는 없고 그냥 겉의 튀김옷을 익히는 정도의 구실만 한다고 보면 된다.

대략 17세기 초부터 만들던 음식으로 보인다. 유래에 관해서는 당시는 히고(肥後)라는 이름이었던 쿠마모토의 번주인 호소카와 타다토시가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서 자주 앓아 누웠는데, 문병을 온 선승이 겨자연근을 권한 게 시초라고 한다. 옛부터 한방에서는 겨자는 몸 속의 피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고 연근은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 두 가지를 약으로 권한 건데, 그에 따라 번의 마카나이카타[2]였던 당시 24세의 모리 헤이고로(森平五郎)가 쿠마모토의 보리된장겨자를 섞어 연근에 채우고 그 일대에서 나는 밀, 잠두콩, 달걀 노른자를 섞어서 채종유에 튀긴 게 카라시렌콘의 시초였다고 한다. 모리 헤이고로의 후손들이 대대로 카라시렌콘을 만들어 왔으며, 지금도 '간소 모리카라시렌콘'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면서 1632년[3]부터 카라시렌콘을 만들어 온 원조임을 내세우고 있다.

17세기에 만들어졌을 정도로 오래된 음식이고 건강식으로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몇 백년 전부터 쿠마모토의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원래 쿠마모토성 안에는 연근이 자생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잘 먹지 않았는데,[1] 카라시렌콘 덕에 사람들이 널리 먹게 되었던 듯하다. 일본 전역에 인지도가 그럭저럭 있는 편이라서 쿠마모토의 특산음식이라면 말고기와 함께 카라시렌콘이 꼽히며 전문점도 여럿 있다. 쿠마모토의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쿠마모토 일대의 술집에서도 안주로 많이 팔며, 우동에 넣어주는 가게도 있다. 큐슈 지역의 특산물 판매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맛은 수수한 편이다. 연근이 좋게 말하면 아삭한 식감이지만 좀 딱딱하고 투박한 식감인 데다가 감칠맛도 별로 없고, 구멍에 채우는 겨자와 미소도 연근의 부족한 맛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니 너무 기대할 맛은 아니다. 애초에 만들어진 배경이 일종의 '건강식'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하자.

1984년에 카라시렌콘 식중독 사태로 일본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진공포장된 카라시렌콘을 먹고 36명이 중독 증상을 일으키고 이 중 11명이 사망했는데, 보툴리누스균이 원인이었다. 이 세균은 혐기성이라 공기가 없는 곳에서 증식하는데, 충분히 가열하면 살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진공포장 후 제대로 살균처리를 안 해서 오히려 치명적인 독소의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 보툴리누스균이 만들어내는 보툴리눔독은 반수치사량이 0.0005㎎/㎏로, 파상풍균의 독소와 함께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최악의 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4] 이후 제조사 공장 조사 결과 생겨자가루에서 이 세균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쿠마모토현내 백화점에서 한동안 카라시렌콘이 전부 판매중단되고 제조업체의 휴폐업이 속출하는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

각주

  1. 1.0 1.1 "辛子レンコン、熊本の酒の友",日本経済新聞, 2014년 8월 27일.
  2. まかないかた(賄方). 에도시대에 성 안의 식료품을 공급하는 일을 맡은 직책.
  3. 일본 연호로는 칸에이 9년(寛永九年).
  4. 그런데 이 독을 아주아주 미량으로 주입하는 게 바로 보톡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