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내위키
(오니기리에서 넘어옴)

밥을 뭉쳐서 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음식. 보통 둥글게 뭉쳐서 만들기 때문에 주먹 모양을 닮아서 주먹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게 정설.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먹었다. 이쪽은 쌀이 단립종(자포니카)으로 밥이 찰기가 있어서 잘 뭉쳐지고 모양 유지도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다른 대다수 아시아권은 길쭉한 장립종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찰기가 없어서 밥이 잘 안 뭉쳐진다.

가장 기본은 밥에 소금 간만 해서 뭉치는 것. 밥과 소금으로만 만든 것은 휴대성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옛날에는 멀리 여행을 가거나 전투, 피난 같은 상황의 비상식량으로 사용했다. 특히 과거에는 전투식량으로 한몫 단단히 했다. 지금이야 전투식량의 질도 높고 여러 가지 다양한 식품들이 있지만 옛날에는 그런 거 없고 전투가 한창 벌어지는 중에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데에는 주먹밥만한 게 없었다. 한국전쟁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전투가 한창 벌어질 때에는 후방에서 주먹밥을 만들어서 전선에 공급했다. 한국전쟁 기념 행사에서 가끔 주먹밥 만들기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주민중항쟁 때에도 계엄군이 바깥으로 나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해서 고립된 광주 안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팔 걷고 나서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제공했다. 주먹밥을 만들고 나눠주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아 당시 단합된 시민들의 힘과 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으며, 광주민중항쟁의 흔적들을 걸어서 만나는 오월길 코스 중에도 주먹밥코스가 있다.[1] 광주 양동시장에서는 지금도 5.18 기념 주먹밥 만들기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하지만 밥과 소금으로만 만든 주먹밥은 당연히 맛도 없고 영양 면에서도 극히 부실하다. 5, 60년대에는 주먹밥이 가난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그야말로 배 채우는 데에만 의의가 있다. 그래서 다른 반찬이나 음식을 따로 가지고 다니거나 중간에서 뭔가 사먹으면서 주먹밥을 먹거나, 아니면 그냥 영양실조 걸리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그래서 속에 뭔가를 넣고 밥을 뭉치거나 겉을 김으로 둘러싸거나 양념, , 참깨와 같은 것들을 겉에 묻히거나 해서 좀 더 맛나게 만든 것들이 등장했고, 간편식 중 하나로 다양화의 길을 걸었다. 요즈음은 김으로 감싼 주먹밥이 대세. 한국이나 일본이나 김을 밥에 싸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딱 잘 어울린다. 다만 이렇게 속을 채워 넣은 주먹밥은 아무 것도 안 넣은 것에 비해 빨리 상하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다. 편의점에는 속재료를 넣고 김으로 겉을 감싼 삼각형 모양의 삼각김밥이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편의점 하면 생각나는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 원래는 일본 편의점의 오니기리를 그대로 가져온 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종종 분식집에서 김밥의 라이벌로 메뉴에 올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주먹밥은 대부분 속에 김치불고기와 같은 재료를 넣고 밥에 뭉친 후, 겉에 후리가케나 김 같은 것들을 묻히는 식으로 주먹밥이라는 말처럼 아이 주먹만하게 큼직하게 만든다. 가격은 김밥과 비슷하거나 약간 싼 수준. 큼직한 둥근 주먹밥에 김가루를 묻혀서 마치 만화에 나오는 둥글고 검은 폭탄처럼 만드는 폭탄주먹밥이라는 것도 분식집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오니기리 도시락. 왼쪽은 다시마 조림, 오른쪽은 우메보시.

일본에서는 오니기리(おにぎり) 또는 오무스비(おむすび)라고 부르며 주먹밥이 여전히 인기가 높다.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김밥의 유래도 오니기리다. 아침식사용 도시락으로도 잘 나간다. 속에 재료를 채워 넣거나 겉을 김으로 둘러싸거나, 후리가케를 묻히기도 하고 간장 양념을 발라가면서 불에 굽는 야키오니기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다양화를 추구해 나가면서 주먹밥의 지위를 올린 것도 사실상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니기리 전문점들도 꽤 많고, 나고야텐무스테바사키 카라아게와 함께 나고야메시 중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퍼져 있다.

삿포로시의 주먹밥 전문점 <아린코>의 주먹밥.

삿포로도 오니기리가 꽤 인기 있는 곳이라서 주요 역과 번화가에는 오니기리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삿포로에 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는 아린코. 스시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주먹밥인 셈인데, 실제로 처음에 에도시대 때 니기리즈시가 등장했을 때에는 정말 지금의 주먹밥만큼이나 큼직했다.

일본 야키토리 전문점의 야키오니기리.

오니기리를 불에 구워서 겉을 바삭하게 누룽지처럼 만드는 야키오니기리(焼きおにぎり)리도 인기가 많다. 특히 야키토리 전문점에서는 야키토리를 굽는 불에 석소를 대고 구우면 되기 때문에 야키오니기리를 파는 곳이 많다. 앞뒤로 야키토리 타레나 간장을 조금씩 발라 가면서 오니기리를 구워주기 때문에 뭘 찍어 먹거나 오니기리 안에 속재료가 없어도 겉의 바삭한 누룽지 식감과 함께 맛있다. 간단한 안주로 먹어도 좋을 정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하와이에도 주먹밥이 있다. 심지어 일본어 그대로 무스비(musubi)라고 부른다. 하와이 무스비는 전 세계 1인당 최다 스팸 소비 지역답게 스팸 주먹밥이다. 캔 스팸을 슬라이스해서 밥 위에 올린 다음 김으로 가운데에 띠를 두르듯이 감아 만드는데, 밥의 크기도 스팸에 맞춘다. 밥은 후리가케를 뿌리거나 간장 양념을 위에 발라주는 정도다.

각주

  1. "주먹밥코스", 518오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