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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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국물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서 내는 음식. 여기서 얘기하는 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배추김치, 깍두기 종류가 아니라 주로 동치미, 나박김치와 같이 매운맛이 적고 국물이 많은 김치다. '김치말이'라는 말을 오해하면 뭔가 다른 재료를 배추김치에 돌돌 말아서 만드는, 일종의 같은 걸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말의 뜻은 밥이나 국수김치에 '말아서' 먹는 것이다.

원래는 황해도의 향토음식으로, 동치미 국물에 찬밥을 말아서 내는 음식이다.[1] 황해도는 옛부터 동치미가 맛있기로 이름났고, 동치미를 응용한 여러 가지 음식이 발달했다. 평안남도와 황해도에 걸쳐 있는 평양의 그 유명한 평양냉면육수동치미를 섞은 국물을 사용한다. 김치말이는 원래부터 소박한 음식으로, 동치미 국물에 찬밥을 말은 다음 고명으로는 동치미백김치의 무, 배추와 같은 것을 채썰어서 올린다. 여기에 참깨참기름을 조금 넣어서 고소한 맛을 더하면 완성이다. 여기서 좀 더 고급지게 가면 꿩고기, 닭고기와 같은 녀석들도 육수를 내서 섞거나, 육전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한다.

여기서 밥을 국수로 바꾸면 김치말이국수가 되는 건데, 한국에서는 밥을 말아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고 주로 김치말이국수를 볼 수 있다. 국물도 동치미만이 아니라 나박김치, 열무김치와 같이 좀 매운 맛이 나는 물김치를 사용하는 곳들도 있다.

김치말이를 메인으로 하는 곳은 보기가 드물다. 그냥 고깃집 후식 정도로 내는 것은 볼 수 있는데 이런 곳의 맛은 당연히 기대하기가 어려운 수준. 김치말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중에는 서울에서는 삼청동의 '눈나무집'이라는 곳이 유명한 편이다. 떡갈비와 김치말이로 잘 알려져 있는데, 김치말이에는 국수와 밥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국물은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빨간 국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황해도식과는 거리가 있고 단맛도 많다. 일본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지 간판이나 메뉴에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고춧가루가 들어는 가지만 매운맛이 적고 떡갈비는 아예 매운맛이 없다.

Kimchimali naengmeyon.jpg

좀 더 정통파에 가까운 곳을 찾자면 을지로4가에 있는 우래옥이 있는데, 여기서 김치말이냉면을 먹을 수 있다. 비싼 가격으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좀 더 정통파에 가까운 김치말이다. 색깔이 붉지만 고춧가루는 거의 색깔 내기 수준으로 매운맛이 거의 없다. '냉면'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밑에 찬밥을 깔고, 냉면을 담고, 국물을 부은 다음 고명을 올리는 식인데, 처음 나올 때 보면 그냥 냉면 같지만 젓가락으로 뜨다 보면 밑에 깔려 있는 밥이 올라와서 처음 먹는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원래는 메뉴에는 적혀 있지 않고 아는 사람만 주문해서 먹었지만 지금은 메뉴에도 다른 평양냉면과 함께 올라 있다. 냉면식초를 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김치말이냉면 만큼은 식초를 치지 않고 먹을 것을 권한다. 굳이 치고 싶으면 정말 조금만. 여기다가 식초를 치면 망한다.

김치말이를 먹어 본 후기들을 보면 '맛이 심심하다'는 반응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김치말이가 원래 그런 음식이다. 남쪽의 음식인 김치찌개김치찜과는 전혀 다른, 북쪽 특유의 자극이 적고 심심한 맛이 김치말이의 원래 맛이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