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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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피양의 평양냉면.

냉면의 한 종류로, 평양을 중심으로 발달한 스타일의 냉면.

냉면이라고 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라이벌 관계라고 흔히 생각하고, 남한에서는 함흥냉면의 인기가 훨씬 좋지만 사실 함흥냉면은 북한의 농마국수가 남한에서 발전한 것으로, 북한에서는 냉면이라고 하면 그냥 평양식 냉면을 뜻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함흥냉면이라고 하면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남북고위급회담을 할 때 북한 쪽 인사들을 ○○가든 같은 곳으로 데려가서 고기와 냉면을 대접하면 북쪽 인사들은 '함흥냉면'을 보고 이게 뭐냐, 하고 뜨악해 하는 분위기. 함경도 쪽 탈북자들도 한국에서 함흥냉면을 맛보면 이게 대체 뭐임? 뭔 사탕(설탕)을 이렇게 처넣으심? 하면서 기겁한다고 한다.[1]함흥냉면은 사실 그 지역에서 먹던 농마국수를 남한 사람들 입맞에 맞춰서 요리로 발전시킨 냉면인 셈이고 그조차도 원래의 농마국수와는 많이 달라져 버린 상태다. 그러다 보니 함흥냉면은 가짜라고 주장하는 광신도들도 있지만,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발전하고 변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조 얘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건 냉면이 아니야!"라고 말한다는 건 너무 고루한 사고방식. 여기는 함흥도 북한도 아니고 설령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음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또한 냉면은 당연히 물냉면비빔냉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양냉면은 원래 물냉면이고 비빔냉면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남한에서 함흥냉면이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정착하고 평양냉면집에서도 비빔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빔냉면을 파는 평양냉면집이 생겨난 것이다.

소고기닭고기, 꿩고기와 같은 고기로 육수를 내고 차갑게 식힌 다음, 여기에 메밀녹말, 밀가루를 섞은 국수를 넣고 고기 및 채소 고명을 얹어서 낸다. 함흥냉면과는 맛이나 식감이 큰 차이가 있는데, 일단 동치미를 넣고 설탕으로 약간 달달하게 만드는 함흥냉면육수와는 달리 평양냉면의 육수육수 자체의 맛이 진하고 맛이 달지 않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맛이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마치 걸레 빤 물 같다"면서 질색하기도 한다. 또한 메밀 없이 녹말로 만들어서 얇고 질겨서 가위로 잘라먹는 게 보통인 함흥냉면국수와는 달리, 평양냉면은 찰기가 별로 없는 메밀을 섞기 때문에 별로 질기지 않고 잘 끊어진다. 함흥냉면보다는 역시 메밀을 넣는 막국수의 식감에 가까운 편이다. 굵기도 함흥냉면보다는 대체로 굵은 편이다. 재료 차이가 크다 보니 국수의 색깔도 달라서 평양냉면은 갈색을 띠는 방면 함흥냉면은 쇠, 또는 은색에 가깝다. 냉면은 당연히 가위로 잘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평양냉면도 습관적으로 가위로 잘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질기지 않으므로 전혀 그럴 필요 없다.[2]

함흥냉면이 따뜻한 육수를 주는 것과 달리 평양냉면은 따뜻한 면수를 주는 게 보통이다. 좋은 메밀을 충분히 사용한 평양냉면집이라면 이 면수가 구수하고 맛있다. 간장을 약간 타서 마시기도 한다.

을지면옥의 물냉면.

동네방네에 널리 퍼져 있고 고깃집에 가면 대부분 후식 형태로 제공하는 함흥냉면과는 달리, 평양냉면은 파는 곳이 많지 않다. 서울에서 유명하다고 손꼽히는 평양냉면집은 대략 아래와 같다.

  • 능라도
  • 봉피양
  • 서북면옥
  • 우래옥
  • 을밀대
  • 을지면옥
  • 필동면옥

그래도 평양냉면이 예전보다 좀 더 알려지고 찾는 사람이 늘어서 기존 유명 전문점들이 지점도 내고 새로운 음식점도 생겨서 평양냉면집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긴 하지만 여전히 남한에서는 함흥냉면이 압도적인 게 현실이다. 단맛이나 감칠맛도 세지 않고 국수를 만들기도 더욱 난이도가 높은 평양냉면이 맛있게 만들기가 훨씬 까다롭기도 하고, 여전히 호불호가 엇갈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격도 함흥냉면보다 비싸게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워낙에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보니, 싫어하는 사람들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광하고, 심지어는 평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니아가 된다. 그러다 보니 너무 광적인 팬들이 마치 평양냉면만이 진짜 냉면이고 함흥냉면이나 나머지는 가짜라는 식으로 매도하거나, 가위로 자르면 안 되네, 식초를 치면 안 되네, 하면서 가르치려 드는 모습도 보이다 보니, 맨스플레인에 빗댄 면스플레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다만 남한에서 파는 평양냉면도 실제 평양의 옥류관 같은 곳에서 파는 것보다는 맛이 좀 달다고 느낀다.

북한음식 하면 남한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냉면이고, 그 중에서도 북한의 수도인 평양을 대표하는 냉면이 평양냉면이다 보니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은 거의 필수로 평양냉면을 찾고, 중국 등지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도 역시 평양냉면을 찾는 남한 관광객들이 많다. 심지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아예 김정은이 요리사와 면 뽑는 기계까지 판문점에 갖다 놓고 평양냉면을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Kimchimali naengmeyon.jpg

서울 주교동(을지로4가역 인근)의 <우래옥>은 평양냉면 말고도 평양냉면의 파생형이라 할 수 있는 김치말이냉면도 유명하다. 원래는 메뉴에는 안 쓰여 있고 아는 사람만 주문하라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져서 메뉴에도 들어 있다. 위의 사진은 밥이 보이도록 약간 풀어헤친 모습이다. 처음에 나올 때는 밥이 밑에 깔려 있어서 안 보인다. 다른 냉면과 달리 참기름을 뿌려주는 데다가 밑에 밥이 깔려있는 게 진짜 특징이다.

각주

  1. "탈북한 함흥사람들이 보고 기겁하는 남한의 함흥냉면",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2012년 9월 10일.
  2. 사실 함흥냉면도 제대로 즐기려면 가위로 자르지 말고 이빨로 끊어가면서 좀 귀찮게 먹는 편이 낫다. 다만 남들한테 설교하지 말자. 면스플레인 소리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