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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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식 물냉면.

평양냉면과 함께 한국에서 냉면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냉면 요리. 평양냉면 전문점이 아니라면 십중팔구는 이 계열의 냉면이고 고깃집에서 파는 냉면도 거의 이쪽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냉면 하면 으레 함흥냉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평양냉면의 관심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종종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란의 도마에 올라 시달리곤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냉면이라고 하면 평양냉면을 뜻하는 것이고, 차갑게 먹는 국수 요리는 지역에 따라 여럿 있지만 냉면이라는 이름보다는 ○○국수와 같은 식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함흥냉면도 마찬가지로, 함흥 지역에서는 원래 농마국수라고 부르던 것이 실향민들과 함께 남한으로 건너와서 정착되면서 개량 발전한 것이 함흥냉면. 북한과는 달리 남한에서는 메밀이나 녹말로 만든 차가운 국수를 아울러서 '냉면'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에[1]평양냉면만이 냉면이라는 식의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문화도 언어도 누가 억지로 찍어눌러서 바꾸는 게 아니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크게 나눠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있고, 편육 대신에 홍어가자미회, 또는 식해를 올린 회냉면 같은 것들도 있다. 물냉면이나 비빔냉면이냐도 늘 냉면집의 고민거리. 그래서 결국 비빔냉면의 다대기가 들어가지만 육수를 약간 자작하게 넣은 물비빔냉면이라든가, 짬짜면을 응용해서 그릇을 반 나눈 물반 비빔반 냉면까지 등장했다.

냉면메밀로 만든다는 인식이 많지만 평양냉면 얘기고, 함흥냉면은 메밀 없이 이른바 '함흥전분'이라고 하는 고구마전분을 주 원료로 한다. 엥? 원래 함흥에서는 감자가 많이 났고 감자 가공 공장도 있었기 때문에 감자전분을 썼지만 감자보다는 고구마를 구하기 쉬웠던 남한에서는 고구마전분 쪽으로 주 원료가 바뀌었다. 여기에 명반을 넣으면 함흥냉면 특유의 질긴 면이 만들어진다. 찰기가 적은 평양냉면과는 달리 이빨로는 쉽게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위로 면을 잘라 먹는 문화가 등장했고 이게 다른 국수 요리로까지 번져서 심지어는 중국집에서도 가위를 달라면 줄 정도. 그래도 쫀쫀한 면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로 쭉쭉 끊어 가면서 먹는 게 좋기도 하고 재미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취향 나름이고, 이로 끊어서 먹다 보면 국물 튀는 건 보너스다. 게다가 비빔냉면이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북한에서는 절대로 가위로 자르지 않는다. 옛부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국수는 명줄과 관련지어 생각했는데, 가위로 면을 자르는 것은 자기 명줄을 스스로 싹둑 자른다고 생각해서 금기시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북한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물냉면은 보통 쇠고기 육수동치미 국물을 섞어서 만든다. 그런데 일부... 라고 하기에는 많은 함흥냉면 전문점들이 실제로는 육수는 별로 안 쓰고 MSG를 사용하며, 심지어는 아예 고기는 안 쓰고 MSG로만 육수를 만든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들통나는 바람에 충격을 주었다. 사실 냉면에 MSG가 들어간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아지노모토가 아예 대놓고 냉면 육수MSG를 쓰면 값도 싸고 맛도 좋다는 광고를 했을 정도니... 문제는 MSG를 썼다는 것 자체보다는 손님들을 속였다는 데에 있다. MSG로만 육수를 만들면서 마치 정성껏 소 육수를 내는 것처럼 선전한 유명 함흥냉면 전문점도 있었으니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각주

  1. 북한과는 별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한 진주냉면 같은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