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메리카노

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5월 8일 (월) 09:17 판 (→‎롱블랙)

일본어 アメリカの에서 온 말. 그러니까 '미국것'이란 뜻.

에스프레소로 만드는 커피의 일종.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듬뿍 부어주면 끝. 보통은 드립커피와 비슷한 농도로 맞춘다. 이탈리아어로는 Caffè Americano다. 이탈리아어는 모든 명사가 -o로 끝나는 게 원칙이다. 복수는 -o를 -i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참 쉽죠? 보통은 '카페'까지는 안 붙이고 그냥 아메리카노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커피이 전부니 드립커피랑 뭐가 달라? 싶다. 그래도 커피를 뽑는 방법이 다르니 향과 맛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카페인 함량도 그렇고. 그렇다면 기분 탓일 겁니다. 대체로 드립 커피보다는 단맛이나 쓴맛이 덜 나오는 대신 산미와 휘발성 아로마가 좀 더 부각되는 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잘 안 마신다. 예전에는 아예 메뉴에도 없었다. 이름처럼 주로 미국 쪽에서 발전한 것. 미국 에스프레소는 일단 커피를 심하게 볶아서 쓴맛이 강하다. 이탈리아는 아침부터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원샷 때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국은 그런 사람은 별로 없고 카페 라테카푸치노처럼 우유 타서 마시는 게 보통이다 보니 커피를 세게 볶아서 우유랑 타도 맛도 강하게 나오게 하고, 조금만 써도 진하게 나오기도 하고... 미국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는 건 사약 만큼이나 고역이니 우유가 싫거나 안 맞는 사람들은 물타기로 간다. 그게 아메리카노.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마셔 보면 확실히 쓴맛보다는 휘발성이 강한 아로마들이 입 안에서 활활 타오르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제2차세계대전이탈리아가 패전한 후 이곳에 주둔하던 미군들 사이에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신 게 유래라는 설이 있다.

롱블랙

호주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호주에 처음 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점원이 알아듣지 못해서 당황한 사람들이 꽤 있는데 호주에서는 아메리카노라고 하지 않고 롱블랙(long black)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 있게 "Long black please."라고 주문하자. 에스프레소를 쇼트블랙(short black)이라고 하는 것과 대비되는 개념. 뭐, 하도 아메리카노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는 알아서 '아 롱블랙?'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정확히 말하면 롱블랙하고 아메리카노가 차이가 없는 건 아닌데, 아메리카노는 먼저 컵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뜨거운 물을 채우는 반면 롱블랙은 먼저 뜨거운 물을 컵에 채우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이렇게 얘기하면 똑같잖아!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그렇다. 다만, 물을 붓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쪽이 좀 더 크레마가 많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에서 아메리카노 만드는 걸 보면 에스프레소를 먼저 붓고 뜨거운 물을 채우는 곳도 꽤 많다.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를 모르거나 롱블랙이란 게 있는지도 모른다는 얘기. 우리나라의 평균 아메리카노와 비교해 보면 대체로 롱블랙이 좀 더 진한 편이다.

투썸플레이스카페베네와 같은 우리나라의 몇몇 카페에서도 롱블랙을 메뉴에 올렸는데 별거 없다. 사실 상당수 바리스타들도 잘 모른다. 속지 말자. 굳이 구분하자면 롱블랙은 물을 좀 덜 타는 편인데 그저 물타기를 얼마나 하냐의 차이일 뿐이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도 진하게 해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호주의 커피 체인[1]글로리아진스에는 롱블랙이나 쇼트블랙이 없고 그냥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만 있다. 정작 우리나라 커피 체인에 이런 메뉴가 있는 걸 보면 왠지 묘한 느낌. 니들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냐. 호주 흉내 내게.

호주의 커피 체인인 폴 바셋(Paul Basset)도 롱블랙이 없다. 대신 보통의 아메리카노보다는 물을 적게 타는 카페 룽고가 있다. 해당 항목에서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폴 바셋은 별로 호주스럽지도 않고 호주에 체인점도 없다.

각주

  1. 원래는 미국 브랜드인데 호주 사업가가 인수했다. 호주에 가면 허드슨 커피와 함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 체인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