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시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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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11월 19일 (금) 23:30 판

모터스포츠에서 실력이 많이 딸리는 드라이버를 흉볼 때 쓰는 말. 시케인이란 코스가 S자 형태로 되어 있는 구간을 뜻한다. 즉 도는 방향이 반대로 된 커브 둘을 이어붙인 것인데, 드라이버는 왼쪽 오른쪽으로 바쁘게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서 이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경기 도중에 실력이 영 딸리는 드라이버가 다른 드라이버의 앞에 있을 때, 앞에서 자꾸 훼방을 놓다 보니 뒤에 있는 드라이버는 이리저리 앞질러갈 틈을 찾느라 마치 시케인을 통과하듯이 스티어링 휠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야 해야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움직이는 시케인'.

물론 뒤에 있는 드라이버가 더 빠르다면 앞에 있는 느린 차를 앞질러 가면 된다. 그게 모터 레이싱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움직이는 시케인'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시간을 한참 까먹게 된다. 특히 모나코서킷과 같이 도로 폭이 좁거나 해서 앞지르기 하기 좋은 구간이 별로 없는 서킷이라면 더더욱 시간을 많이 까먹고 자신보다 한참 느린 드라이버 뒤에서 몇 랩을 낭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뒤에 있는 드라이버가 앞지르기를 시도할 때, 앞 차량이 그 진로를 가로막는 블로킹을 할 수도 있지만 너무 잦은 블로킹은 재미를 떨어뜨리고 뒤쫓는 차량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므로 기본적으로는 블로킹을 위해 차량의 진행 방향을 두 번 이상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실력이나 경험이 한참 부족한 드라이버는 이 규칙도 까먹고 여러 번 블로킹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뒤에서 빠른 차량이 쫓아오면 길을 내준다고 진로를 변경했는데 하필 뒤쫓는 차량이 타려고 했던 라인인 경우도 있다.[1] 블로킹 규정을 위반하면 당연히 페널티가 나가지만 심사위원회에서 페널티를 결정해서 내보내고, 포스트에서 신호를 내고 페널티 적용을 받기까지는[2]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뒤에 있는 드라이버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이렇게 느린 드라이버들은 레이스를 진행하다 보면 선두권 드라이버보다 한 바퀴 이상 느려지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 한 바퀴를 더 진행하고 뒤쫓는 드라이버가 있으면 포스트에서 청색기를 내서 비켜주도록 지시한다. 그런데 움직이는 시케인급 드라이버들은 청색기조차도 제대로 못 보고 빨리 안 비켜주거나, 비켜준답시고 진로를 바꾸었는데 하필 앞지르려는 차량이 타려던 라인이라서 뒤에 있는 드라이버를 더더욱 돌아버리게 만든다. 최악의 경우에는 어이 없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추월하려는 차량의 라인을 갑자기 막아서서 사고를 일으키거나, 저 혼자 스핀을 하는데[3] 자기만 돌고 말면 다행이지만 주위에 있던 차량들을 들이받거나 하는 일도 있다. 그야말로 모터 레이싱의 발암물질이자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다.

영어권에서도 mobile chicane 또는 moving chicane이라고 부른다.[4] F1에서는 1980~90년대에는 미나르디 팀이 팀 단위로 'mobile chicane'이라고 단골로 까였다. 1985년부터 2005년까지 20년 동안을 F1에 있었지만 우승이고 포디엄이고 단 한 번도 없이 통산 포인트가 38 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만큼 차도 드라이버도 영 별로였는데, 특히나 F1 탈 수준이 전혀 안 되면서 돈 내고 타는 페이 드라이버들이 이 팀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팀 자체가 움직이는 시케인이라고 까이곤 했다.[5] 워낙 F1페이 드라이버들이 실력이 너무 형편없고 위험한 사고를 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야만 F1 참가에 필요한 슈퍼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내위키에 문서가 있는 움직이는 시케인

각주

  1. 경험이 부족한 드라이버는 뒤에서 디른 차가 따라 붙으면 당황해서 머리 속이 하얘진다.
  2. 예를 들어 드라이브스루 페널티처럼 차량을 피트로 강제로 들여보낸다든지
  3. 물론 실력 있는 드라이버들도 아차 하는 순간에 스핀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움직이는 시케인급 드라이버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스핀쇼를 한다. 차라리 피겨 스케이팅을 하시지 그랬어요.
  4. "mobile chicane", Urban Dictionary, 28 August 2005.
  5. 그래도 쟝카를로 피시켈라, 야르노 트룰리, 페르난도 알론소, 마크 웨버와 같은 쟁쟁한 드라이버들이 여기서 F1 커리어를 시작했다. 페이 드라이버라고 해서 무조건 실력이 꽝인 건 아니다. 일단 스폰서의 힘, 혹은 상위 팀이 유망한 신인 드라이버를 키울 목적으로 하위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실력을 인정 받고 상위 팀으로 발돋움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물론 알렉스 융 같은 경우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