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드라이버

내위키

Pay driver.

돈을 받고(paid)가 아니라 돈 내고(pay) 모터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드라이버. 아마추어 선수들이야 자기 차로 경기에 참가하는 게 당연하지만 프로페셔널 경기, 심지어 포뮬러 1에도 페이 드라이버가 있다. F1 쯤 되면 당연히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연봉 듬뿍 받아가면서 경기를 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그거야 스폰서가 빵빵한 팀들 얘기고, 자금력이 부족한 팀들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페이 드라이버에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계에서는 속어로 '오까네 드라이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 오까네는 돈(おかね, お金)을 뜻한다.

축구나 농구와 같이 사람의 능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스포츠에서는 돈 많다고 최고 수준의 프로 리그에 들어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돈 많은 집이라면 스포츠 영재교육과 철저한 관리를 받아 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있긴 하지만 정점으로 갈수록 그런 메리트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모터스포츠는 '자동차'가 경기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으며, 정점으로 갈수록 오히려 차량의 성능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비중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F1이 주로 그런 소리를 듣는데, 그러다 보니 실력이 톱 클래스에 들어가기에는 좀 모자라도 자금력이 막강하면 입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팀으로서는 막대한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중계권료 및 입장 수익 배분이나 스폰서 수입이 부족하다면 페이 드라이버가 물고 들어오는 자금이나 스폰서가 아쉬울 수밖에 없고, 결국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한 자리 차지하게 된다.

1 종류[편집]

우선 자신 혹은 가족이 금수저라서 그 돈을 무기로 들어오는 드라이버들이 있다. 아버지가 브라질의 슈퍼마켓 체인을 소유한 백만장자였기 때문에 그 자금력으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F1에 참가했던 페드로 디니츠가 손꼽히는 사례 중 하나고 윌리엄스 팀을 거쳐서 레이싱 포인트 팀에서 뛰고 있는 캐나다 출신 드라이버 랜스 스트롤의 아버지 로렌스 스트롤은 폴로랄프로렌, 토미힐피거와 같은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는 패션 업계의 큰 손이다. 아들을 F1 드라이버로 키우기 위해서 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으며 여기에는 윌리엄스 팀의 자리값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도 모자라서 F3에서 뛸 때는 아예 프레마 팀을 인수하는가 하면 2018년에는 비록 랜스가 뛰는 팀은 아니지만 경영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포스인디아 팀을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했다... 랜스 스트롤로서는 아예 F1에 자기 팀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 2018년을 끝으로 윌리엄스를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어느 팀으로 갈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결국 포스인디아 팀 이적을 발표했고, 더 나아가 아예 포스인디아 팀이 레이싱포인트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아빠 아빠 F1 차 한대 사 줘." "그래? 아예 팀을 하나 사 줄게." 그래도 착실하게 커리어를 밟아 올라갔고 실력도 꽝은 아니다. 데뷔 첫 해인 2017년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에서는 난장판 속에서 포디엄에 올랐고, 2019년 독일 그랑프리에서는 비 때문에 난장판이 된 레이스에서 막판까지 3위로 달려서 포디엄 가나 싶었으니까 결국 제바스티안 페텔에게 따이는 바람에 아깝게 4위에 머물렀다.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포디엄은 꿈도 못 꾸는 드라이버?[1]

아버지가 유명 선수였던 2세 드라이버들도 여럿 있지만 이들 중에는 자기 실력으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간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페이 드라이버와는 다르다.[2] 맥클라렌 팀에서 뛰고 있고 2021년에 페라리로 이적하는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도 월드랠리챔피언십 챔피언 카를로스 사인츠의 아들이다. 물론 일찍부터 모터스포츠와 친해지고 아버지의 후광을 많이 입긴 했겠지만. 미하엘 슈마허의 아들인 믹 슈마허도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올라가고 있고 성적도 좋은 데다가 아버지의 이름값도 있어서 F1 입성은 시간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혹은 가족의 자금력이 아닌 스폰서의 자금력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드라이버도 있는데, 알렉스 융은 말레이시아의 국영기업인 메그넘주식회사의 스폰서십으로 미나르디 팀에 입성했다. 스폰서의 힘으로 들어가는 드라이버 중에는 실력 좋은 드라이버들도 있다. 2012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F1 우승을 차지한 첫 베네수엘라 드라이버가 된 파스토르 말도나도베네수엘라 정부가 밀어준 덕에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스폰서십을 업고 F1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경제가 폭망하는 바람에...

정상급 팀에서 키우는 유망주가 있는데 그렇다고 당장 자기네 팀에 부르기에는 경험이 짧고 현재의 선수 라인업도 좋다고 한다면 하위권 팀에 재정 지원을 하면서[3] 유망주에게 경험을 쌓게 할 수도 있다. 2014 일본 그랑프리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뜬 쥘 비앙키 역시도 페라리의 지원으로 마루시아 팀에 들어갔다. (페라리마루시아에 엔진을 공급했으니까) 그런데 흔히 이야기는 페이 드라이버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비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 보통은 그 수준에서 경쟁할 실력이 안 되는데 쇼미더머니로 자리를 얻는 드라이버로 한정해서 '페이 드라이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 보면 심각할 정도로 기량이 떨어져서 백마커는 기본이고 톱 클래스 드라이버의 주행을 방해하거나 어이 없는 사고를 치는 드라이버들이 있는데, 그 장본인은 십중팔구 페이 드라이버다. 이 방면으로 전설적인 인물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이노우에 타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자신의 자금력이나 스폰서의 힘으로 들어온 드라이버인 만큼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거나 집안이 더 이상 돈을 못 댈 형편이 되면 모가지가 날라가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대안이 있으면 시즌 중반에도 가차 없이 목을 친다. 팀의 관점에서 볼 때 페이 드라이버는 본인 실력이나 성적보다도 돈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파스토르 말도나도도 레이스 우승까지 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드라이버였지만 베네수엘라에서 더 이상 자금을 댈 형편이 안 되자 시즌 중반은 아니지만 다음 시즌에서 아웃 당했다.

아예 취미로 경기를 하고 싶은 돈 많은 사람들을 겨냥한 경기들도 있다. 단일 차종으로 경기를 하는 원메이크 레이스 중 상당 부분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 페라리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회사들이 직접 주최하는 경기는 당연히 차량 가격이 수억이 넘어가기 때문에 웬만큼 재력이 되지 않으면 참가 자체가 힘들다. 직접 차를 타거나, 드라이버를 고용해서 참가시키거나 한다.

2 비판과 현실[편집]

페이 드라이버의 기량은 연봉 받고 타는 드라이버보다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지나치게 실력 격차가 많다 보니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되거나 심지어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한 바퀴를 뒤처진 드라이버 뒤에 선두권 선수가 따라붙었다고 가정해 보자. 마샬 포스트에서 청색기가 나오면 뒤에 온 선두권 선수가 앞질러갈 수 있도록 레이싱 라인 바깥으로 길을 비켜줘야 한다. 그런데 실력이 떨어지는 드라이버들은 청색기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길을 안 비켜주거나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서 당연히 비켜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속도를 붙이는 뒤차와 충돌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4] 이런 식으로 사고가 날 때에는 상대 드라이버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건 당연지사. 이런 이유로 페이 드라이버가 모터스포츠를 망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돈 받고 실력이 떨어지는 드라이버가 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뒷구멍을 만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 드라이버가 없다면 모터스포츠의 유지 기반이 상당 부분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값비싼 차량을 만들거나 구입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스폰서가 부족한 팀들로서는 페이 드라이버라도 없으면 팀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잘 해서 스폰서 많이 따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F1에서는 명가로 통하는 윌리엄스 팀 조차도 랜스 스트롤 같은 페이 드라이버를 쓸 정도다. 스폰서가 많이 붙을만큼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팀을 운영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게 결코 쉬운 얘기가 아니다. 담배 광고가 금지된 이후,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된 이후로는 많은 스폰서들이 떨어져 나갔고, F1를 대표하는 팀 중에 하나인 맥클라렌조차도 보다폰이 나간 이후로는 계속 타이틀 스폰서를 못 구하고 있다. 페이 드라이버가 없이는 지금 F1은 경기 하기에 적합한 대수도 채우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물며 F1도 이런데 그 아랫 단계 경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더더욱 페이 드라이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터스포츠가 인기 스포츠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연봉 받으면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정말로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기업[5]에서 후원하는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기 중 상당수는 거의 페이 드라이버로 운영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게 현실이다.

페이 드라이버 중에서도 실력이 좋은 경우도 있다. 앞에서 말한 파스토르 말도나도의 경우도 그렇고, 월드 챔피언을 세 번이나 차지한 니키 라우다F1 초창기에는 실력 인정을 못 받아서 은행 대출까지 받아 돈을 박고 차를 탔다.[6] 쥘 비앙키처럼 상위권 팀에서 유망주를 키울 목적으로 하위 팀에 지원과 함께 선수를 출전시키도록 하는 경우가 그렇다. 페이 드라이버는 어느 정도는 비하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하위권 팀에서 뛰는 상위권 팀의 유망주를 그런 용어로 부르지는 않는다.

3 각주[편집]

  1. 사실 이건 드라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F1이 2~3 팀이 포디엄을 독점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 어차피 포디엄 가는 팀이나 드라이버가 항상 거기서 거기다 보니 재미도 떨어지고.
  2. 예를 들어 막스 페르스타펜F1 드라이버였던 요스 페르스타펜, 그리고 카트 드라이버 경력이 있는 어머니 소피 쿰펀의 아들이지만 중하위권 팀에서 그저그런 성적을 냈던 아버지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 레이스 우승을 여러 차례 챙기면서 최연소 F1 데뷔, 최연소 패스티스트 랩, 최연소 포디움, 최연 레이스 우승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우면서 아버지의 성적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3. 돈으로 지원해 줄 수 도 있지만 F1 같은 경우에는 엔진을 저렴하게 공급해 주기도 한다.
  4. 이런 드라이버를 이른바 '움직이는 시케인'이라고들 한다.
  5. CJ를 제외하면 거의 자동차 산업계에 관여된 팀들이다.
  6. 니키 라우다의 집안은 독일에서 알아주는 제지업계의 갑부였지만 니키가 하라는 가업은 안 이어받고 드라이버를 한다는 것 때문에 지원을 전혀 안 해줬고, 대신 니키는 자기 집안을 배경으로 대츨을 받아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