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수

내위키

국수를 삶은 물. 고기를 삶은 물을 육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수를 삶으면서 표면의 전분이 물로 우러나와서 탁한 색깔을 띠며, 마셔 보면 전분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국수를 삶는 물에 소금을 넣는 경우가 많으므로[1] 짠맛 나는 면수도 종종 있다.

음료 또는 식재료로

냉면 면수.

보통 국수를 삶고 남은 면수는 버리지만 은근히 써먹는 곳들이 있다. 일단 냉면[2]이나 막국수, 소바 전문점에서는 재료를 제대로 쓰는 곳이라면 면수를 주는 곳이 많다. 국수 삶은 물을 왜? 싶을 수도 있지만 마셔 보면 구수한 맛이 숭늉을 연상하게 한다. 메밀을 비롯한 잡곡으로 만든 국수가 맛있는 집이라면 면수도 맛있을 확률이 높고, 좀 아는 사람들은 가게에서 알아서 안 줘도 면수를 달라고 주문한다. 물론 면수는 공짜다. 강원도 영동 쪽에서는 막국수 면수에 간장을 조금 타서 마시기도 한다.

그냥 밀가루 국수의 면수는 별로고, 메밀이나 통곡물, 잡곡 같은 재료를 쓰는 국수의 면수가 구수하고 맛있다. 기계로 냉면이나 막국수를 가게에서 직접 뽑아내는 가게라면 물이 끓는 솥 위에 면 뽑는 기계를 설치해서 뽑혀 나오는 국수가 바로 물로 다이빙하는 구조다. 따라서 가게 문 열고 초기에는 면수 맛이 싱거운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국수를 웬만큼 삶아내면 면수가 진하고 맛있어진다. 물론 물을 계속 끓이기도 하고 면수도 제공하느라 중간 중간에 솥에 물을 보충하긴 하지만 정말 그 가게 면수 맛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가게 문 열고 시간이 지났을 때가 좋다. 일본소바 전문점도 면수를 제공한다.

파스타 쪽에서도 면수를 활용한다. 소스의 농도를 조절할 때 면수를 쓰기 때문. 스파게티를 비롯한 파스타국수를 삶은 다음 헹구거나 씻어내지 않고 전분기가 있는 대로 그대로 쓰는데, 소스의 농도를 조절할 때에도 맹물보다는 파스타에서 흘러나온 전분기가 들어 있는 면수를 사용한다. 특히 스파게티 알료 에 올리오를 비롯한 일부 파스타리소토는 면수 속의 전분유화제로 활용한다. 전분과 올리브유를 에멀션 시켜서 크리미한 느낌을 주는 것. 이를 위해서는 면을 열심히 흔들어서 마치 거품기처럼 공기를 불어넣고 면수와 올리브유가 잘 섞여 에멀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이러한 요리법을 만테까레(mantecare)라고 한다. 다만 파스타를 삶을 때는 소금을 넣기 때문에 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라면의 면수는 애물단지다. 라면은 대부분 유탕면을 쓰기 때문에 면수에 기름이 둥둥 뜬다. 라면은 이를 베이스로 이용하기 때문에 면수에 바로 스프를 넣어서 끓이지만 칼로리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면수는 버리고 스프는 다른 물에 끓여서 합치는 식으로 칼로리를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이러면 라면 특유의 맛은 떨어진다. 차라리 유탕면이 아닌 건면으로 된 라면을 사 먹는게 낫다. 물론 이건 국물 라면 얘기고 짜장라면이나 비빔면은 그냥 물을 따라내 버린다.

그밖에 활용

면수는 그냥 마시거나 요리에 쓰는 것 말고도 다른 쪽으로도 쓸 수 있다. 면수 속의 전분 성분이 쌀뜨물을 세제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설거지나 몸을 씻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별의 별 활용법이 다 나와서 마치 만능물약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걸러 듣자. 쌀뜨물 항목에도 나와 있지만 그냥 버리면 물 속에 녹아 있는 탄수화물이 오염원이 된다. 찌개 같은 국물요리나 식용유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 국수를 삶을 때도 그렇지만 헹굴 때도 다량의 전분이 물로 빠져 나온다. 물론 집에서야 주로 밥을 해먹으니 같은 기간에 나오는 양은 쌀뜨물보다 적겠지만[3] 한 번에 나오는 양으로 따지면 오히려 면수의 양이 훨씬 많을 수 있다.

유해성

중금속 논란도 있다. 국수 안에 들어 있는 중금속 성분이 국수를 삶을 때 물로 빠져 나오기 때문. 2019년에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4]에 따르면 국수는 끓는 물에 5분간 삶으면 카드뮴 85.7%, 알루미늄 71.7%를 제거할 수 있으며,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69.2%, 알루미늄 64.6%를 제거할 수 있다고. 이 제거된 중금속은 어디로 갈까? 물론 면수로 녹아나오는 것. 식약처에서는 국수를 삶을 때 물을 충분히 많이 넣어서 삶고 면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버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국수에 들어 있는 중금속은 미량이기 때문에 면수를 즐긴다고 해서 건강에 당장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지만[5], 중금속은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또는 안 먹는 게 좋은 건 당연한 이치다. 중금속은 미량이지만 계속 먹을 경우에는 체내에 축적될 우려도 있고, 우리 생활 환경이 온갖 금속과 플라스틱과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니 덜 먹을 수 있는 건 덜 먹는 게 상책인 건 분명하다. 그럼 끓는 물에 퐁당 넣어서 국물째 먹는 라면은 대체 어쩌라고...

각주

  1. 아니면 국수를 반죽할 때 소금을 넣고 반죽해서 소금이 우러나올 수도 있다.
  2. 면의 주원료가 메밀평양냉면집에서는 면수를 준다. 고구마전분을 면의 원료로 하는 함흥냉면은 대체로 육수만 있고 면수는 안 준다.
  3. 집에서 주로 먹는 국수라면일 텐데, 국물까지 알뜰하게 밥 말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국물을 그냥 버리면 단순한 면수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도가 크다.
  4. "생활 속 중금속 섭취를 줄이는 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8월 1일.
  5. 국수 안에 해로울 정도로 중금속이 들었다면 당연히 판매 금지 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