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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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sner.

라거 맥주의 일종. 체코의 플젠(Plzeň) 지방에서 발전된 맥주여서 필스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체코를 넘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상당수 맥주들이 필스너로 나온다. 맥주순수령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독일에서도 많이 나오는만큼 당연히 맥아, , 만 들어간다. 몰트 중에서 색깔이 가장 옅은 필스너 몰트와 노블 홉으로 만든 필스너는 볏짚색과 영롱한 황금색이 조화롭다. 좋은 필스너 맥주를 상징하는 기품 있는 빛깔이다. 하지만 광고 보고 그 색깔일 거라고 속지 말자. 다 뽀샵빨이다. 노블 홉의 특징인, 쓴맛이 강렬하지 않고 우아한 아로마가 짙게 풍겨나오는 것도 필스너의 특징.

원조를 찾아보면 특이하게 공무원이다. 플젠 지방은 1295년부터 맥주를 양조했는데, 184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 상면발효, 즉 에일 계열 맥주였다고 한다. 맛 관리도 안 되어 들쭉날쭉 하다 보니 1838년에는 주민들이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서 통에 담긴 맥주를 몽땅 쏟아버리는 일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맥주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에서 소유하고 있던 맥주 양조장인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Plzeňský Prazdroj)[1]에서 좋은 거 만들어보자 하고 독일 바이에른 스타일로 하면발효 라거를 만든 게 필스너다. 아예 바이에른에서 요제프 그롤(Josef Groll)이라는 브루마스터를 모셔다가 맥주를 만들게 했는데, 양조 방식은 바이에른 라거의 것을 차용했지만 재료는 플젠 지역의 물, 맥아, 그리고 체코 자츠 지역 을 사용했다. 그 결과 갈색에 가까운 바이에른 라거에 비해 황금색의 향미가 진한 독특한 라거가 탄생했으니 이것이 바로 필스너다. 1842년에 첫 필스너를 시장에 내놓았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양조장이 오늘날의 필스너우르켈이다.[2] 여기에 더해 유리병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리병의 가격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사다가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데에도 이바지했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스타일을 가져다가 만든 맥주가 이제는 체코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라거의 스타일이 된 것. 독일 맥주에도 '필스너'라고 표시된 게 부지기수다.

필스너가 발전하면서 스타일도 나뉘어서, 지금은 원조 체코 스타일 필스너 말고도 독일 스타일, 유럽 스타일, 미국 스타일, 캐나다 스타일로 크게 분류한다. 체코독일은 여전히 맥아로만 만들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스타일의 필스너는 잡곡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슬란드에도 '필스너'라는 음료가 있는데, 사실상 무알코올 맥주라고 한다.

우리니라에서는 마이크로브루어리 또는 수입 맥주로만 만나볼 수 있었으나 2015년부터 오비맥주에서 프리미어 오비를 들고 나왔다. 한국에서 대량생산 맥주로는 필스너를 표방한 최초의 맥주라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국산 맥주 중에서지만 가장 괜찮다. 필스너 특유의 섬세하고 과일 같은 쓴맛 너머로 보이는 몰트의 야성이 조화로운 그런 경지는 아니지만 국산 말오줌에 비하면 천국같은 맛이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비싼 클라우드보다 오히려 낫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한때 괜찮았던 오비골든라거의 만행을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이번에다 반응 좀 좋다 싶으면 다운그레이드 만행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그리고 점점 현실로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카스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오비맥주에게 프리미어 오비는 마이너 신세였고 결국 레트로 오비라거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단종되었다.

각주

  1. 필스너 우르켈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밖에도 감브리누스, 코젤과 같은 쟁쟁한 체코 맥주들도 여기서 만들고 있다.
  2. 이건 영어 브랜드이고, 체코어 브랜드는 양조장의 이름인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를 사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아사히맥주의 계열사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