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 앤드 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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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and c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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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생선튀김감자튀김. 영국요리가 얼마나 시망인지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길거리 오징어 다리 튀김이 한국 요리의 대표인 거나 마찬가지다. 술안주나 간식 쯤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연방권에서는 엄연한 한끼 식사로 많이 먹는다. 점심으로도 많이 먹고, 집에서 저녁 해먹기 귀찮을 때 퇴근길에 동네 가게에서 사 가기도 한다. 물론 튀김 요리답게 맥주스파클링 와인 같은 술과 궁합이 좋다.

흰살 생선에 두툼한 밀가루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에 튀겨낸다. 그리고 감자튀김을 곁들인다. 끝... 원래 길거리에서 사먹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신문지에 싸주는 게 당연했다. 요즘은 스티로폼 도시락 상자에 담아주는 게 보통. 옛날 분위기를 살린다고 신문지처럼 만든 포장지를 사용하는 가게들도 있다. 원래 영국은 섬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지중해 국가들이나 일본과는 달리 이상하리만큼 고기만 열나게 먹고 해산물 요리는 별로 발달을 안 했는데 그나마 영국을 대표하는 해산물 요리라면 이게 꼽힌다.[1]

깔끔한 생선맛이 아닌 기름을 잔뜩 먹은 튀김옷의 느끼한 맛이 메인이다. 에서 시키면 감자튀김 말고도 삶은 완두콩 또는 완두콩을 걸쭉하게 으깨어 만든 머시피(mushy peas)가 나온다. 식초도 나오는 데 맥아식초가 정석이다. 영국인들은 식초를 듬뿍 뿌려 먹는 사람들이 많다. 엄청나게 느끼하다 보니 식초로 좀 잡아주는 건데, 궁합이 꽤 괜찮다. 식초 대신에 레몬이 나오면 좀 더 고급이고. 하지만 바삭한 맛이 없어지고 눅눅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 입맛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니까 정답은 없다. 좀 귀찮아도 그때그때 조금씩 뿌려먹는 게 제일 나을 듯.

튀김옷을 반죽할 때 맥주를 넣는 곳이 많다. beer-battered라고 쓰여 있는 피시 앤드 칩스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아예 어떤 맥주를 넣었는지까지 쓰는 곳도 있다. 반죽에 맥주를 넣으면 좋은 점이 있는데, 일단 맥주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 때문에 튀김옷이 좀 더 두툼해지면서도 공기가 많이 들어가므로 바삭한 감이 더 좋아진다. 을 반죽할 때 효모를 넣는 것과 비슷한 이치. 알코올 때문에 느끼함을 조금 잡아주는 효과는 있다. 그래봤자 워낙에 기름 범벅이라 효과는 미미하다. 영국에서는 튀김 기름으로 돼지기름, 곧 라드유를 많이 쎴다. 맥주 좀 넣는다고 느끼함이 잡히겠나? 이 나라들 펍에서 보면 맥주 따를 때 좀 넘치게 따르고 넘는 건 버리던데 그게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어쨌거나 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로 기름기가 많고 느끼하면서도 생선이라 담백한 맛도 있기 때문에 맥주와 궁합은 무척 잘 맞는다. 맥주 좋아하고 영국 갔다면 이건 필수다. 다만 캐스크 에일에 적응할 수 있는가가...[2]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에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가 잘 맞는 편인데, 피시 앤드 칩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 최고는... 단맛이 적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기름진 피시 앤드 칩스와 상쾌한 스파클링 와인이 나름대로 보완 관계인 것. 호주 출신의 와인 전문가로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 체인 와인 책임자를 지낸 매트 스키너도 자신의 책에서 적극 추천하는 궁합이다. 단, 식초는 치지 말아야 한다. 그가 권하는 대로 바닷가에 앉아 스파클링 와인에 피시 앤드 칩스를 먹다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 기회가 되면 꼭 즐겨 보자. 다만 갈매기들이 기름 냄새를 맡고 슬금슬금 접근하는데 겁먹지 말자. 100마리가 모여도 눈치만 볼 뿐 합심해서 공격할 만큼 협동심이 강한 놈들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용감한 놈들이 냅다 감자튀김을 채가는 수는 있다. 특히 들고 움직일 때에는 주의하자. 하나도 안 주면 열 받아서 똥이라도 갈기고 갈 수 있으니 웬만하면 감자튀김 몇 개는 던져 주자.

영양

생선튀김이고 감자튀김이고 기름에 팍팍 튀기는 거니까 기름덩어리라고 생각할 텐데, '의외로' 지방 함량이 높지 않다고 한다. 지방 함량이 7.3% 정도인데, 포크파이(pork pie)의 10.8%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얘기. 피시 앤드 칩스가 적은 게 아니고 포크파이가 너무 많은 거겠지. 이는 소고기돼지고기에 비해 생선의 지방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포크파이라는 놈도 쉽게 말해서 파이 안에 소스에 조린 돼지고기를 팍팍 채워넣는 거라서 튀김옷 입힌 생선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알고 보면 나름대로 영양 균형이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생선 덕분에 단백질이 풍부하고, 감자 덕분에 질 좋은 탄수화물이 많다. 섬유질철분, 각종 비타민이 들어 있어서 균형잡힌 영양식이라나.[3] 사진에 있는 한 접시를 다 먹으면 칼로리 폭탄이지만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그래도 햄버거보다는 나을 수 있다. 거기에 샐러드를 곁둘인다면 훌륭한 영양식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4] 또한 영국에서 먹는 식으로 식초를 적당히 치면 이 역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른 나라에서

영연방에는 피시 앤드 칩스만 파는 전문점이 꽤 많다. 이를테면 호주뉴질랜드가 대표적인 예. 영국에서는 피시 앤 칩 숍(fish and chip shop), 호주뉴질랜드에서는 피시 앤 치퍼리(fish and chippery) 또는 줄여서 그냥 '치퍼리'라고 불러버린다. 도시 외곽이나 시골로 가면 햄버거보다 피시 앤드 칩스 사기가 더 쉽다. 상점가가 있는 마을 치고 피시 앤드 칩스 가게가 없는 데는 없다. 캐나다미국에서도 해안 도시들을 중심으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영국 밖으로 나가면 훨씬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영국 게 유난히 기름이 듬뿍 배어 있어서 느끼함이 좀 심해서인 듯. 입맛은 주관적인지라 또 이거에 맛들이면 다른 나라 건 심심하다고 못 먹기도 한다.

호주의 경우 도시가 대부분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어서 해산물이 풍부한데, 이것저것 열나게 튀긴다. 영국도 전문점에 가면 선택의 폭이 꽤 있지만 수산물 자원이 더욱 풍부한 호주는 고를 수 있는 생선의 폭이 다양하고 새우, 오징어, 조개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도 고를 수 있다. 좀 규모 있는 치퍼리에 가면 수산시장을 방불케 한다. 가장 저렴하고 인기 있는 생선이 플레이크(flake)인데, 상어의 일종이다. 먹어 봐서는 평범한 생선 맛이다. 그저 흰살 생선이겠거니 하고 먹었다가 상어의 일종이라는 걸 알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 많다. 생선을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굽는 옵션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칼로리가 걱정인 사람들은 이쪽을 선택하자. 캐나다 가서 피시 앤드 칩스를 먹어 보면 영국 거는 거들떠도 안 본다고 한다.

호주 어르신들 얘기에 따르면 70년대까지만 해도 테이크아웃으로 살 수 있는 게 피시 앤드 칩스 아니면 고기파이 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아시아인들의 이민이 늘면서 중국음식, 태국음식을 비롯한 아시아 요리들을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어서 좋아졌다나... 결국 먹을 것 앞에서는 백호주의도 소용없었다. 피시 앤드 칩스 가게 중에는 아시아계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은근 많은 편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음식이나 터키음식 같은 것들을 같이 파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영국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인기를 얻고 크래프트 비어도 꽃피면서 피시 앤드 칩스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일대에서 흥하고 있고 예전에 얼마 없을 때와 비교하면 맛도 상당히 좋아졌다.

이런저런 통계들

영국에는 1만 개가 넘는 피시 앤 칩 숍이 있는데 맥도날드가 1,200개, KFC가 840개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로 가장 많은 패스트푸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맥도날드는 단일 회사의 체인점이고 피시 앤 칩 숍은 독립된 개인 소유 가가게 많기 때문이 단순 비교는 그렇지만 햄버거 가게를 다 긁어모아도 안될거야 아마... 호주도 어지간한 동네 상점가마다 피시 앤 치퍼리가 있기 때문에 상황은 비슷할 듯. 에 가도 피시 앤드 칩스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영국인의 80%가 1년에 한 번은 피시 앤 칩 숍에 들르고 22%는 매주 들른다고 한다. 그나마 영국요리 중에서 이게 가장 낫단 말이야.

영국에서 소비되는 흰살 생선 가운데 25%, 감자 가운데 10%가 피시 앤드 칩스로 소비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피시 앤드 칩스 가게는 영국 리즈 근처의 이든에 있다고 한다.[5]

그밖에

영국인들이 피시 앤드 칩스에 대한 자부심이 어찌나 쩌는지, 영국항공이 2017년 8월에 아래와 같은 패기 넘치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올렸다.

British airways fish and chips post.png

돼지국밥 의문의 1패.

인천공항KTX와 항공편을 통합 예약할 수 있다는 프로모션인데, 난데없이 돼지국밥과 피시 앤드 칩스를 비교하는 것도 그렇지만 결국은 길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피시 앤드 칩스를 먹으러 100만 원 넘는 항공권을 사서 런던에 오라니... 당연히 포스트에는 비웃는 반응이 한가득. 만약 런던에 사는 사람들한테 돼지국밥 먹으러 부산에 놀러오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게다가 그렇게 자부심 쩌는 음식 이름에 오타를 내서 '피쉬칩스'라고 썼다.

각주

  1. 그밖에는 엽기 음식 취급을 받는 장어젤리 정도가 있는데, 이건 영국인들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2. 캐스크 에일은 탄산이 없기 때문에 처음 마셔보면 이게 뭐냐 싶을 정도로 뜨악하다. 맛 들이면 중독성은 작살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몇 가지 라거 맥주나 기네스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니 캐스크 에일에 영 적응 못하겠으면 이쪽으로 주문하자.
  3. http://www.federationoffishfriers.co.uk/pages/facts-and-figures-603.htm
  4. 사실 어지간한 정크푸드도 그런 식으로 양 조절하고 샐러드 곁들이고 하면 아주 해로운 음식은 아니긴 하다.
  5. http://www.buzzfeed.com/ailbhemalone/absolutely-mouthwatering-facts-about-fish-and-chips#.qewdL3dq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