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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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처럼 미세하고 풍성한 거품(헤드)이 얹혀 있는 맥주. 커피로 말하면 플랫 화이트에 얹히는 우유 거품처럼 곱고 미세한 거품이 얹혀서, 마실 때 무척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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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쪽에서 특히 기술이 발달해서 한국에서도 꽤나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보다 좀 더 먼저 이 분야를 개척해 온 곳은 뭐니뭐니해도 기네스. 크리미한 거품을 만들기 위해서 캔이나 병 안에 위젯이라는 플라스틱 공을 넣어 두었는데, 병이나 캔을 따면 이 공 안에 들어 있는 질소가 분사되면서 맥주에 미세한 거품을 만들어 낸다. 위젯은 속이 비어 있고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병이나 캔에 맥주를 넣으면서 액체 질소를 함께 주입하고 입구를 막아주면 위젯으로 질소맥주가 들어간다. 병이나 캔을 따면 내부 압력이 급속하게 낮아지면서 위젯에 있던 맥주질소가 뿜어져 나가고 이를 통해 맥주를 휘저으면서 질소의 작용으로 크림 거품을 일으킨다. 생맥주 역시 기네스 전용 기계를 사용하는데, 역시 질소를 주입하기 때문에 크리미한 거품이 나온다. 막 따라낸 기네스는 처음에는 마치 맥주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서징(surging)이라고 한다. 기네스는 서징이 가라앉은 다음에 마시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생맥주에 크림 같은 거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술이 발달했다. 크림 맥주가 엄청나게 품질이 좋은 맥주만 가능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런 정도로까지 미세한 거품이 나오기는 힘들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식은 초음파로, 맥주를 따르는 과정에서 초음파를 쏘면 아주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서 고운 거품을 만들어낸다. 비눗물이 들어 있는 대야를 손으로 마구 흔들면 거품이 이는데, 아주 미세하고 빠르게 흔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계만 쓰면 한국 맥주로도 얼마든지 크림 맥주는 만들 수 있다. 위의 기네스처럼 질소를 사용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탄산에 질소까지 탱크가 있어야 하고 기계 구조도 더 복잡해지므로 탄산가스만으로 만들 수 있는 초음파 방식이 대세다.

크림 맥주를 만들어 내는 탭을 보면, 레버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앞으로 당기면 거품이 별로 없는 맥주가 주욱 나오고, 뒤로 밀면 크림 거품이 나오는 식이다.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캔맥주로 크림 맥주를 만들어주는 도구들도 있다. 특히 여기에 집착하는 회사가 산토리로,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에 카미아와(神泡), 즉 '신의 거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 거품만 열심히 연구하는 프로젝트 팀이 있어서 이에 관련한 논문으로 1996년에 전미양조학회 양조부문 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산토리가 대주주인 외식 체인점인 프론토의 일부 지점은 아예 잔에다가 크림 거품만 듬뿍 따라 주는 '밀코'라는 것도 판다. 가끔 이벤트로 캔맥주를 꽂고 마치 업소의 탭처럼 맥주를 따를 수 있는 간이 기계를 제공한다. 또한 일본에 가 보면 캔맥주를 꽂아서 간단하게 크림 맥주를 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도 팔리고 있다.[1] 이런 것들은 보통 건전지로 동작한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쇼핑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의 카미아와 밀코. 잔을 거품만으로 채웠다.

심지어 이렇게 잔을 크림 거품만으로 채운 '카미아와 밀코'라는 것도 있다. 원래 체코에 이런 식으로 거품만 잔에 채워서 마시는 '밀코(Mlíko)'라는 게 있다고 한다. 체코어로 'milk', 즉 우유를 뜻한다. 원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에 체코의 에서 디저트로, 혹은 술을 잘 못 하는 여성들을 위해서 팔던 것이었다. 계산 후에 나가기 전에 한 잔 서비스로 내는 바텐더들도 있었다고 한다.[2]

한술 더 떠서 기린맥주맥주 위에 맥주 슬러시를 거품처럼 올려주는 프로즌나마(얼린 생맥주)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다. 보기에는 신기하지만 딱 그 정도까지고 기존의 생맥주보다 나은 건 없다. 오히려 너무 차서 제대로 맥주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면 됐지.

커피에도 마치 생맥주처럼 크림 거품을 얹은 '드래프트'나 '니트로'와 같은 이름이 붙은 상품이 나오고 있는데, 커피는 원래 탄산이 없으므로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탄산을 주입하면 특유의 신맛 때문에 커피의 맛에 영향이 확 오며 커피맛 청량음료 이런 커피는 크리미한 헤드를 만드는 목적이지 마실 때에는 가스가 계속 올라오는 음료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기네스처럼 질소를 주입해서 마이크로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헤드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기네스처럼 안이 용솟음치는 모습[3]이 보인다.

각주

  1. "much headFeatured Weird Studio Ghibli Jobs New ultrasonic foam device ensures Japanese continue to give their beer far too much head", RocketNews24, 11 June 2013.
  2. "The History of the Mlíko Pour", Pilsner Urquell.
  3. 이를 '용솟음친다'는 뜻으로 서지(surge)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