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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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M.

미국 호멜사에서 만든 런천미트의 상표. 제2차 세계대전 최대의 수혜 상품. 깡통에 들어있어서 상온에서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돼지고기소금, 물, 수분 보전을 위한 감자전분, 설탕으로 만든다. 분홍색은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 덕택이다. 통조림이니까 굳이 소르빈산칼륨 같은 방부제는 필요 없다.

스팸(SPAM)이란 이름의 기원에 관해서 호멜 측은 '회사 중역 가운데서도 일부만이 알고 있다'는 해명을 하고 있으나 식품 업계에서 종종 쓰이는 신비주의 마케팅에 가깝다. 널리 알려진 것은 SPiced hAm 아니면 Shoulders of Pork And Ham이다. 1937년에 처음 나왔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 확 떴다. 값도 싸고 저장성도 좋으니 전쟁 때에는 꽤나 메리트가 있었던 것. 특히 독일군에게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으면서 버티던 영국인들은 미국을 통해서 배급되던 스팸이 유일한 고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값도 싼데다가 통조림이라서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었으니 물류가 폭삭 망가진 전쟁통의 아수라장 때 미국에서 영국으로 배로 실어날라도 상할 염려가 없었다. 영국에 도착한 다음에도 그때 상황으로 보면 수송하고 배급하는데 시간 꽤나 걸렸을 테니 이래저래 원조물자로 줄 수 있는 고기로 스팸만한 게 없었다. 오죽 심했으면 이 단어의 다른 의미인, 질리도록 나오는 광고 폭격을 뜻하는 어원이 되었을 정도.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스팸이 인기 있는 지역/나라들

하와이

하와이에서 굉장히 인기기 좋다. 미국 안에서 1인당 스팸 소비량이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 한정으로 맥도날드에 스팸 버거가 있을 정도. 햄이 들어가니 진정한 햄버거.[1] 하와이에서 유명한 스팸이 들어간 음식으로는 스팸 무스비가 있다. 밥을 직사각형으로 뭉친 다음 그 위에 스팸을 얹고 김으로 띠를 둘러친 것. 마치 스시를 연상하게 하지만 크기가 엄청 커서 주먹밥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2] 하와이 토착 일본음식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녀석이 편의점 주먹밥으로 종종 출몰한다.

한국

이런 종류의 미제 수입식품이 대체로 그렇듯, 우리나라애서는 미군부대로부터 흘러나온 물건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정식 수입이 안 됐기 때문에 70년대까지만 해도 스팸 먹을 수 있는 집이면 돈좀 있거나 빽좀 쓰는 집안이었다. 스팸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영국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어육소시지도 자주 먹기 쉽지 않았던 70년대나 80년대 초에 도시락 반찬으로 스팸을 싸 왔다면... 오오. 보통 젓가락 들고 다니는 방랑자들한테 탈탈 털린다. 그래서 밥 밑에 스팸을 깔기도 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면서 이름을 알린 만큼 당연히 미군에서 나온 육가공품으로 끓인 부대찌개에는 스팸... 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덴마크산 깡통행인 튤립햄을 많이 쓴다. 튤립햄이 대용량이라 아무래도 값이 싸니 식당에서는 이쪽이 환영이다. 그보다 더 싸구려를 쓰는 데도 많을 거다. 부대찌개집 가운데는 '우리는 스팸만 씁니다.' 하고 자랑하는 곳들도 있다.

편의점 음식에도 종종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밥, 삼각김밥, 주먹밥, 도시락에 스팸을 쓴 것들이 있으며 이런 것들은 꼭 스팸 브랜드를 포장지에 박아놓는다.

지금은 제일제당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명절 선물이기도 하고, 스팸 소비량이 미국 다음이다. 7, 80년대도 아니고 OECD 회원국 씩이나 되면서 싸구려 을 명절 선물로 주고받나 싶어서 괴이하게 보는 외국의 시선도 있다. 특히 스팸이라면 신물나게 먹었던 영국은 더더욱 괴이했던 듯. BBC에서 이를 다뤘다.[3] 사실 지금이야 스팸을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만큼 스팸이라는 녀석이 우리에겐 단순히 가격을 넘은 독특한 존재감이 있는 것. 여전히 스팸을 구워서 갓 지은 따끈한 밥에 얹어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스팸 클래식과 짠맛을 줄인 스팸 마일드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는 종류가 엄청 많다. 그리고 다 짜다.

일본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도 미군기지가 있다 보니 스팸을 꽤나 많이 먹는다. 돼지고기가 들어갈 곳에 스팸을 쓰는 요리듯이 이것저것 있는데, 스팸이 들어간 오니기리인 포크다마고(ポーク卵:스팸 계란 요리)는 오키나와 명물 중에 하나다. 포크(ポーク)는 그냥 '돼지고기(pork)'를 뜻하는 말이지만 오키나와에서는 ポーク라는 말이 들어가는 요리 중 상당수에 스팸이 들어간다. 다만 함정이 하나 있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은 스팸보다 오히려 덴마크튤립햄이 더 많다고 한다. 일본의 튤립햄 소비량 가운데 90%가 오키나와라고 하니 후덜덜할 정도.[4] 우리나라에서도 부대찌개에 튤립햄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오키나와의 스팸 사랑은 좀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래 오키나와는 장수 국가 일본에서도 가장 장수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오키나와식 삶은 돼지족발은 옛부터 건강식품으로 명성이 자자할 정도였다. 2차대전 일본 패전 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식생활도 급속하게 미군들의 영향을 받아 스팸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게 되었고, 그 대가로 이제는 일본 성인병 1위, 비만 1위 지역이 되어 버렸다.[5] 오키나와 사람들이 미군기지는 물론 일본 본토와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게 이래저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종류

2015년 기준으로 미국 호멜 사에서 만들고 있는 스팸의 종류는,

이게 스팸인지 스팸 광고인지 정신이 혼미하다...

각주

  1. 햄버거(hamburger)는 함부르크(Hamburg)에서 온 말이다. 일단 돼지고기로 만드는 거지만 햄버거소고기가 들어가야 진짜다.
  2. '오무스비'(おむすび, 御結び)는 일본어로 주먹밥을 뜻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로 존칭 접두사 '오'를 빼고 무스비만 쓴 것.
  3. "Why is Spam a luxury food in South Korea?", BBC, 19 September 2013.
  4. "오키나와에선 스테이크로 해장한다?", <한겨레 21>, 2015년 3월 18일
  5. 꼭 식생활 탓으로만 돌릴 수만은 없는 부분도 있다. 오키나와는 대중교통망이 별로고 자가용 의존율이 높다. 즉 만성 운동부족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식생활이 오키나와 사람들의 비만이나 성인병 급증에 중요한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