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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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stir fried rice.jpg

말 그대로 김치를 넣은 볶음밥. 분식집의 밥 메뉴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 볶음밥은 중국에서 건너온 요리지만[1] 워낙 김치의 정체성이 강하다 보니 이걸 중화요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볶음밥 중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편에 속한다. 김치가 짠맛 매운맛 감칠맛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김치만 넣으면 딱히 다른 양념을 넣거나, 간을 맞추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고기, , 베이컨, 대파, 양파와 같이 넣고 싶은 재료를 잘게 썰어 넣어서 볶아 먹으면 된다. 맛없게 만들기가 힘든 음식. 중국집처럼 화력 좋은 웍으로 볶으면 더 맛있겠지만[2] 집에서 해 먹어도 찬밥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만들 수 있다. 밥을 한지가 오래 돼서 그냥 먹기에는 뻑뻑하고 냄새도 좀 날 때 때 처치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좋다. 최소한 김치만 있으면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채소는 넣어줘야 먹을만한 보통 볶음밥보다도 오히려 간편하다.

중국집 김치볶음밥

김치를 먼저 볶은 다음에 밥을 볶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식집 김치볶음밥도 대체로 이렇게 한다. 반면 밥을 먼저 볶은 다음 김치는 나중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요리사들도 있다. 김치를 먼저 볶으면 너무 익어서 아삭아삭한 맛도 없고, 김치 양념이 쉽게 타버려서 좋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이렇게 만들 경우 김치는 살짝 볶는다는 느낌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넣는게 좋다. 대신 밥이 전체적으로 빨간 색깔이 나도록 열심히 뒤적여줘야 한다. 중화요리스러운 맛을 내 주는 굴소스를 살짝 넣는 것도 좋지만 별다른 양념 없이 김치의 양념만으로 마무리해도 좋다. 김치국물이 너무 들어가면 너무 짜지므로 국물을 따로 넣을 필요까지는 없고 좀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밥숟가락으로 1인분에 1 숟갈 정도면 된다. 막판에 참기름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향이 좋아진다. 설탕을 좀 넣는 건 많은 음식점의 비법. 잡스러운 맛을 커버해 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집이나 일본식 볶음밥은 원래 밥을 볶을 때 달걀을 풀어서 같이 볶는 게 보통이지만 김치볶음밥은 달걀 프라이를 따로 부쳐서 올리는 게 기본이다. 고명으로 김가루를 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음식점 반찬으로 나왔다가 남은 김치를 재활용하는 음식으로 김치찌개와 함께 자주 의심 받는다. 특히 김치볶음밥은 김치를 잘게 썰기 때문에 더더욱 알 수 없다. 음식점의 양심을 믿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다 먹어 주자. 혹시 집에서 먹던 김치찌개가 얼마 안 남았다면 건더기를 잘게 썬 다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김치찌개를 재활용할 때에는 밥부터 먼저 볶고 막판에 김치찌개를 넣어주는 게 확실히 맛있다.

고깃집에서 고기 다 먹고 나서 밥을 볶아주는 곳에서는 김치를 넣어서 볶아주는 데가 많다. 잡스러운 맛도 억눌러 주고 고기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싱가포르항공닭고기를 얹은 김치볶음밥 기내식.

기내식으로도 나온다. 다만 볶음밥을 만든 다음 냉장 혹은 냉동시켰다가 오븐으로 다시 데우는 식이라 고슬고슬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좀 떡진 식감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처럼 길쭉한 쌀로 볶음밥을 만들면 덜 떡지겠지만 김치볶음밥은 한국음식이라 그런지 그냥 우리가 먹는 길이가 짧은 쌀로 만든다.

89년대 말에 히트쳤던 노래인 변진섭의 <희망사항> 가사에는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가 좋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언감생심. 요리 실력이 변변치 않은 남자라고 해도 타지 않게 열심히 뒤적여 가면서 볶아만 주면 웬만하면 맛없기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취생들도 애용하는 음식이다. 요즘은 김치볶음밥 가지고는 이성의 환심을 사기는 턱도 없다. 더 난이도 높은 걸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게 다 그놈의 쉐프들 때문이다.

각주

  1. 우리나라는 해주비빔밥 정도를 제외하고는 볶음밥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2. 어쩌다 김치볶음밥을 메뉴에 올려놓은 중국집을 볼 수 있는데, 두꺼운 웍에 강한 화력으로 볶아서 분식집 김치볶음밥보다 맛나다. 분식집도 화력이 강한 업소용 가스 버너를 쓸 수는 있지만 무겁고 다루기 힘든 웍을 사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