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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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소스의 원조인 이금기 팬더 굴소스.[1]

소금에 절인 을 발효시켜서 나온 액에 설탕과 향신료를 넣고, 녹말로 걸쭉하게 만들어 놓은 소스. 뭐든 이것만 넣으면 중국요리풍이 된다는 마법의 소스. 중국음식 또는 중화요리 만드는 걸 좋아한다면, 혹은 그냥 볶음 요리를 좋아한다면 집에 하나쯤 갖춰 놓으면 좋다. 볶음밥 만들 때 슬쩍 뿌려주면 정말 중국집 볶음밥스러워진다. 중국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요리에도 굴소스 들어가는 요리가 은근히 많다.

중화요리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소스라서 역사가 오래되었을 것 같지만 19세기 말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의외로 역사는 짧은 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금기 굴소스가 진짜로 굴소스의 원조다. 이금기라는 회사 자체가 굴소스로 흥한 곳이다. 즉, 굴소스가 들어간 중국요리 레서피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2] 이금기 쪽에서 설명하는 굴소스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굴소스는 19세기 말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해안 마을 남수(南水)지방에서 탄생했다. 바다와 강이 만나 이 풍부한 이곳에서 요리를 파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이금상(李錦裳)은 어느 날 불 위에 올려놓은 요리를 졸아들게 만들었는데 졸아진 요리는 걸쭉한 갈색의 소스로 변해 있었다. 그는 향이 강하고 맛이 뛰어난 이 소스를 내다 팔기 시작했고, 1888년 자신의 이름 ‘이금(李錦)’에 회사·가게를 뜻하는 기(記)를 붙여 ‘이금기(李錦記)’를 설립했다.


그러니까 요리하다 망친 걸 소스로 팔았더니 대박 났어요.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의 좋은 예.[3] 다만 광동지방은 예로부터 굴이 풍부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먹었고, 굴을 말려서 여러 요리에 이용했기 때문에 여기에 착안해서 만들었고 위의 스토리는 그럴싸한 소설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굴소스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로 이금기는 마카오를 거쳐서 홍콩에 정착했고, 회사는 지금까지 홍콩에서 열심히 굴소스를 비롯해서 두반장, XO소스를 비롯한 각종 중국음식용 소스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굴소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CJ, 청정원을 비롯한 몇몇 회사에서 굴소스를 생산하고는 있고 심지어 더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같은데도 요리를 만들어 보면 왠지 이금기 것보다는 맛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MSG

원래는 위에서 언뜻 나온 것처럼 설탕을 넣은 조미액에 자작하게 끓여가면서 설탕이 색깔이 변해 갈색이 될 때까지 천천히 졸이는 방식으로 만들지만 지금은 발효시킨 추출액과 카라멜색소를 넣는 식으로 대량생산한다. 카라멜색소란 게 어차피 설탕 시럽을 갈색이 될 때까지 졸여서 만드는 거라 그게 그거일 수도 있지만 속성으로 만들기 위해서 화학약품을 쓰는 게 문제라면 문제.

굴소스 제품마다 굴의 함량에도 차이가 있고 잘 보면 은근히 MSG가 많이 들어간다. 굴 추출물을 많이 넣은 프리미엄 버전도 있는데, 물론 가격은 확 비싸진다. 다만 여기에도 MSG카라멜색소는 들어간다. 둘의 차이는 굴추출물농축액[4]이 80%인가 95%인가의 차이다. 또한 이금기에서는 비건을 위한 굴소스인 '비건소스'도 내놓았는데, 당연히 굴은 안 들어가 있고 표고버섯을 주 재료로 한다.

넣으면 음식의 감칠맛을 돋우고 중국요리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식당은 물론이고 가정에도 굴소스 정도는 갖춰 놓은 집도 많다.

각주

  1. '판다'가 맞는 표기지만 병에서 볼 수 있듯이 상품명으로 '팬더'를 쓴다. 판다보다는 팬더가 널리 쓰이던 시절에 붙은 상품명이라서 그런 듯.
  2. 다만, 이런 요리들이 굴소스가 개발된 뒤에 생겨났다기보다는 기존의 요리에 굴소스를 넣어서 맛을 업그레이드시킨 요리들이 많다고 보는 게 옳다.
  3. 비슷한 예로는 우스터소스가 있다. 원래 인도식 소스를 만들려다가 너무 맛이 강해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실패한 것을 처박아 놓았는데 몇 년 지나서 보니 숙성돼서 맛이 괜찮았던 것.
  4. 굴 추출물, 설탕, MSG, 정제소금, 밀가루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