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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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12월 13일 (목) 12:02 판

고속열차비행기의 경쟁력을 따지는 기준 중 하나. 신칸센일본 이곳저곳에 건설되고 그에 따라 소요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떠오른 개념으로, 고속열차로 4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구간이라면 고속열차의 경쟁력이 더 좋고, 반대로 4시간이 넘어가면 비행기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신칸센이 새로 개통되면 국내선 항공 수요가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노선의 운항 횟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폐지되는 일도 속출한다. 예를 들어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되면서 카나자와코마츠 일대를 커버해서 수요가 좀 나왔던 도쿄-코마츠 국내선은 쑥대밭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의 경쟁 우위를 비교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준이나 개념들이 등장했고 그 중에 4시간의 벽이 꽤나 유명하다. 물론 정부나 업계에서 공식 인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물론 순수한 구간 이동 속도로 보면 시속 300 km인 신칸센이라고 해도 시속 700~900 km 또는 그 이상을 찍는 비행기에게 절대 상대가 안 된다. 문제는 도심에서 공항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역보다는 훨씬 오래 걸리며, 여기에 공항 내 체크인 마감 시간, 도착하고 짐 찾는 시간을 감안하면 열차가 상당한 시간을 따라잡게 된다. 대략 4시간이라면 이런저런 시간을 감안했을 때 철도가 우위지만 4시간을 넘어가면 공항 오가는 시간에 체크인 마감, 짐 찾는 시간 등등 다 따져도 비행기 쪽이 시간 우위라는 게 4시간의 벽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도쿄역-신오사카역 구간은 토카이도 신칸센 최고 등급인 노조미 기준으로 2시간 33분 걸리므로 4시간의 벽 안에 가뿐히 들어간다. 실제로 이쪽 구간은 신칸센 때문에 항공 여객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1] 반면 도쿄역-하카타역 구간은 노조미로도 5시간이 넘어가기 때문에 항공기가 우위를 가지며, 도쿄-후쿠오카 구간은 항공 수요가 도쿄-삿포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자료에 따르면, 4시간의 벽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구간으로는 도쿄-히로시마가 있는데 신칸센으로 3시간 47분 걸리며 열차와 비행기 승객의 비율이 56대 44로 대등하지만 그래도 열차 쪽이 약간 우세하게 나타난다. 반면 4시간의 벽을 넘는 도쿄-후쿠오카 구간은 열차와 비행기가 무려 8대 92로 항공 수요가 압도적이다. 이런 점을 보면 꽤 근거 있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구간이 딱 여기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공항 접근성은 차이가 있으며, 열차의 경우에 한 번에 못 가고 환승을 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불편이 있어서 직항이 있다면 그쪽을 선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KTX는 여기에 해당하는 구간은 없다. 고속선과 재래선을 혼합 운행하는 구간이라고 해도 제일 긴 구간인 서울-진주가 3시간 40분으로 4시간의 벽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울산과 광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KTX가 개통되면서 이쪽 국내선 항공편은 폭망 상태. 통일이 되고 북한 쪽으로도 고속철도가 뚫리면 4시간의 벽에 걸리는 구간들도 점점 많아질 예정이다.

각주

  1. 한편으로는 일본 항공 역사상 최대 인명피해를 낸 일본항공 123편 추락사고와 같은 문제까지 겹쳐서 더더욱 치명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