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코츠라멘
豚骨ラーメン.
일본 라멘의 하나. 돼지뼈를 푹 고은 하얀 국물을 베이스로 한 라멘. 돈코츠(발음대로 하자면 톤코츠다)란 말이 원래 돈골, 즉 돼지뼈란 뜻이다.
특징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큐슈 지방에서 발달한 라멘으로, 일본 안에서는 후쿠오카시의 다른 이름을 딴 하카타라멘(博多ラーメン)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인다. 일본어 위키피디아도 하카타라멘 항목으로 작성되어 있다. 물론 큐슈 일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전국구 대접을 받고 있다. 다른 지방의 라멘도 돼지뼈나 닭뼈 국물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들은 맑은 국물인데 반해 돈코츠라멘은 돼지뼈를 아예 녹여버릴 듯 푹푹 고아서 뿌연 하얀 국물이 걸쭉한 느낌마저 준다. 제주도의 고기국수나 부산의 돼지국밥을 연상하게 할 정도다. 상당수의 돈코츠라멘이 돼지 누린내가 장난이 아니라서 입에 안 맞는 사람들도 많지만, 현지인들은 이런 누린내야말로 진정한 돈코츠라멘의 묘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돼지국밥이나 순댓국은 잘 하는 집 대접을 받으려면 돼지 누린내 잡는 게 중요하지만 돈코츠라멘은 그닥... 이 동네는 농도가 더 중요한 듯. 그래도 사람마다 취향은 있는 법으로, 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의 국물을 뽑아내는 집들도 많이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라멘집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면은 보통의 라멘보다는 얇고 약간 단단한 식감을 주며 웨이브가 거의 없는 것이 널리 쓰인다. 면만 보면 라멘이라기보다는 소면에 가까운 느낌. 일본에서는 極細ストレート麺이라고 부르는데. 즉 극세(아주 얇은) 스트레이트 (웨이브 없는) 면이다. 후쿠오카현에서는 아예 하카타라멘에 최적화된 밀 품종인 라무기(ラー麦, らーむぎ)을 개발해서 2009년부터 보급하기까지 했다. 면의 단단한 식감은 간수(칸스이)를 얼마나 넣느냐로 조절하는데, 가게마다 선호하는 정도가 달라서 아예 제면기를 들여 놓고 직접 뽑는 라멘집도 있다.
종류
기본은 소금간. 즉 시오라멘이다. 돈코츠라멘이라고 하면 기본이 이쪽인데, 소금만으로는 돼지 누린내가 너무 부각되어서인지 간장으로 간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일본 된장인 미소를 풀어 만든 미소 돈코츠라멘도 있다.
돈코츠국물에 매운양념을 넣어서 빨간 국물로 만든 라면도 있다. 그 대표격이 후쿠오카시 텐진 인근에 있는 이치란. 독서실처럼 한 명씩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돼지뼈 국물의 누린내가 싫은 분들은 이쪽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순댓국에 다대기 풀어 먹는 맛이랄까.
후쿠오카시 안에는 하카타라멘 말고도 나가하마라멘이라는 것도 있다. 같은 돈코츠라멘이지만 이쪽은 국물이 더욱 진하다. 게다가 짜고 누린내도 더 심하다. 차슈 대신 돼지고기볶음을 올려주는 것도 하카타라멘과 차이점. 베니쇼가(생강절임)를 넣고 참깨를 뿌려서 먹는데, 보통은 면만 건져먹고 국물은 잘 안 먹는 편. 안 먹는다기보다는 못 먹는 것에 가깝다. 하긴 저 누린내 + 짜디짠 걸 어떻게 먹어. 원조격으로 꼽히는 간소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는 아예 숟가락도 안 준다. 나가하마어시장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한 블럭 쯤 가면 나가하마라멘집들이 여럿 모여 있는데, 줄 서서 먹는 곳은 나가하마야 뿐이다.
큐슈 일대에는 돈코츠라멘을 베이스로 다양한 변형을 가한 지역 특색의 라멘들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마모토 쪽으로 가면 돈코츠에 볶은 마늘을 넣어서 색깔이 좀 더 어둡다. 마늘 덕택에 돼지 누린내가 상당히 잡혀서 돈코츠라멘을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맞는다.
우리나라에도 돈코츠라멘을 파는 집이 여럿 있다.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보다는 한참 나중에 인기를 끌었는데 돈코츠라멘의 인기에 큰 공을 세운 곳은 서울시 서교동의 하카타분코(博多文庫). 여기가 대박을 치면서 돈코츠라멘 파는 곳이 늘었다. 아예 일본 체인점인 잇푸도(一風堂, IPPUDO)도 한국에 진출했다. 그래도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보다는 파는 곳이 많이 적은 편이다. 라멘 대신에 우동을 넣은 돈코츠우동도 있는데 한국에 진출한 사누키 우동전문점 마루가메제면도 계절 한정으로 돈코츠우동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