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드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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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mbled eggs.jpg

Scrambled eggs.[1]

달걀을 풀어서 익힌 요리.

달걀을 열심히 풀어서 달걀물을 만든 다음 프라이팬에 부어서 익히면 된다. 진짜 쉽네? 그런데 제대로 만들려면 돌아버릴 정도로 난이도가 극악인 요리 중의 하나다. 그야말로 초 단위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로 칼 같은 타이밍이 필요한 요리다.

아주 잘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는, 달걀이 익었으면서도 익지 않은 요리다. 아주아주 살짝 익어서 익은 것과 익지 않은 것의 경계를 막 넘어선 녀석이 최고의 스크램블드 에그다. 딱 이 정도로 만들면 정말 촉촉하고 부드럽기가 폭신폭신한 구름과도 같다. 이보다 더 익으면 마르고 뻑뻑해지고, 이보다 덜 익으면 달걀물이 많이 남아서 콧물 같다. 아주 순식간에 익어버리기 때문에 남아 있는 열까지 생각해서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촉촉함이 사라져 버린다.

적당히 달군 작은 프라이팬달걀물을 부은 다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휘리릭 휘저어서 만들고 곧바로 그릇에 담아야 한다. 안 그러면 달걀지단이 되어버린다... 보통 표면이 약간 익으려는 낌새가 보일 때쯤에 불을 끄고 휘저어야 한다. 스타일 차이가 좀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약한 불에서 계속해서 달걀을 휘저어가면서 만드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달걀물이 적당히 익도록 뒀다가 한번에 휘저어서 완성해 버린다. 초보자라면 전자 쪽이 쉽지만 너무 부스러진다는 느낌이다. 후자는 정말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익는 타이밍을 잡는 것도 어렵지만 균일하게 만들기도 힘들다. 일부는 바짝 익고 일부는 익지 않은 달걀물이 질질거리는 극과 극이 섞여버린다. 정말로 요리사의 타이밍과 손기술이 생명인 요리다. 대신 전자는 뭔가 포슬포슬하게 부스러져 있는 느낌인데 반해 후자는 주름이 잔뜩 잡혀 있으면서도 익은 달걀과 좀 덜 익은 달걀이 조화를 이루어서 오묘한 맛을 낸다.

고든 램지는 좀 더 번거로운 방법을 쓰는데, 달걀버터, 생크림, 차이브가 들어간다. 가열하지 않은 냄비달걀버터를 넣고 불에 올린 뒤 열심히 젓는다. 미리 거품기로 달걀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냄비 안에 깨넣고 가열하면서 젓는다. 계속 가열하지 않고 불 위에 올렸다가 뺐다가 하면서 젓는 건 계속 죽어라고 젓는 게 포인트. 익으려고 할 때 꺼내서 남아 있는 열만으로 마무리 하는데 이 때 생크림차이브 다진 것을 넣는다. 이렇게 크림이 듬뿍 들어가면 어지간히 못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폭신폭신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영국다운 칼로리 덩어리가 된다. 누가 저 양반 영국인 아니랄까봐. 이런 식으로 크림을 때려넣고 죽어라고 휘저어서 만드는 스크램블드 에그는 잉글랜드 스타일이라고 한다.

다만 재료는 적을수록 좋다는 정통파 신도들에게는 이렇게 버터에 크림까지 듬뿍 때려넣고 만든 건 사도 취급을 받는다. 정통파 스크램블드 에그라면 정말로 달걀소금, 약간의 버터 또는 올리브유 정도만으로 보들보들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끝내주는 식감을 만들어내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크램블드 에그는 원래 말 그대로 풀어볶은 달걀로 미니멀리즘 요리에 가깝다. 크림과 버터를 때려넣어서 죽어라고 휘저어대면 스크램블드 에그라기보다는 뭔가 크림에 가까워진다. 다만 기름이 많이 들어갈수록 부드럽고 포슬한 식감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하므로 적절한 비율을 찾는 게 요리사의 과제다. 집에서 만들 때 버터프라이팬에 녹인 다음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보면 확실히 식감이 좋다.

사우어도, 스크램블드 에그와 버터.

아침식사에 빠지지 않는 요리 중 하나다. 호텔이나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물어보는 게 "달걀을 어떻게 해 드릴까요"다.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드 에그, 포치드 에그 중 하나인데[2], 다른 두 가지는 안 하는 곳도 있지만 스크램블드 에그만큼은 거의 100% 선택할 수 있다. 뷔페식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스크램블드 에그를 잔뜩 해 놓고 제공한다.

거품기나 주걱, 젓가락 같은 도구로 흰자와 노른자를 잘 섞어 놓아야 하는데 많이 만드는 곳에서는 좀더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쓴다. 큼직한 병에 달걀을 듬뿍 깨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에 칵테일 만들 듯이 마구 흔들어 주는 것. 집에서도 작은 우유병 같은 것을 활용하면 된다. 달걀을 깨넣으려면 주둥이가 넓은 병이 좋지만 프라이팬에 따를 때에는 주둥이가 좁은 게 양 조절하기가 좋다. 주둥이가 작은 병을 쓸 때에는 깔때기를 올려놓고 달걀을 깨 넣으면 된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는 달걀말이를 만들 때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듯이 조금 휘저어준 다음 말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오야코동을 비롯한 여러 일본식 덮밥 요리 중에는 달걀을 풀어서 약간 익힌 다음 위에 끼얹다시피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타마고토지(卵とじ)라고 하며, 조리 방법이 스크램블드 에그와 많이 닮아 있다.

판치에차오단.

중국에서도 많이 먹는다. 달걀 말고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특히 유명한 건 토마토를 웨지 모양으로 썰어서 넣은 스크램블드 에그인 판치에차오단(番茄炒蛋)으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재료비도 저렴하고 만들기도 간편한데 맛은 좋으니 집에서도 많이 만들어서 해 먹고 주머니가 가벼운 자취생들 역시 좋아한다. 필리핀에서는 양파를 넣고 만드는 스크램블드 에그가 널리 퍼져 있다.

한식에서도 안 쓰는 건 아니다. 스크램블드 에그만 단독으로 먹지는 않지만 계란국을 보면 그냥 국물 있는 스크램블드 에그다. 북엇국이나 만둣국 라면 같은 국물 요리에 종종 쓰인다. 단, 여기에 쓰일 때는 흰자와 노른자를 너무 고르게 섞어주지 않아도 된다.

각주

  1. 복수를 쓴다. 1인분이라고 해도 달걀이 여러 개가 들어가므로...
  2. 가끔 오믈렛도 가능한 곳이 있다. 주로 호텔 아침 뷔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