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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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洱茶.

중국어 발음을 살려서 푸얼차라고 한다. 영어로도 Pu-erh tea라고 쓴다.

의 일종. 흑차에 속한다. 남자들만 마시는 boy차다.

우롱차, 홍차를 비롯해서 발효를 거쳐서 만든다고 알려진 차는 많다. 그러나 거의가 차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소의 작용으로 산화되는 것이지 발효, 곧 미생물의 작용으로 성질이 변하는 게 아니다. 그에 비해 보이차는 진짜로 미생물의 작용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차다. 전통 방식으로 제대로 만들려면 차 중애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발효 속도가 워낙 느리다 보니 원래는 몇 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차였다. 할아버지가 만들고 손자가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래서 오래 묵은 차일수록 좋은 골동품 차라는 말이 나왔다. 보이차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는 게 적다 보니 차를 축축하게 해서 나쁜 곰팡이가 핀 시커먼 썩은 차를 오래묵은 보이차라고 팔아먹는 악덕상인들도 많았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차 색깔이 까맣고 우려내면 짙은 갈색을 띠니 그게 보이차인 줄 알았던 것이다. 곰팡이는? 유익한 곰팡이라고 사기치면 알게 뭔가. 차 업계의 곰팡이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최근에도 노란곰팡이가 핀 차를 오래 묵은 귀한 보이차인 것처럼 속여 파는 상인들이 있는 모양이다.

1970년대 들어 보이차 산업계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되는데, 흑국균을 주입해서 속성으로 만드는 악퇴법이 개발된 것. 적당하게 온도와 습기를 맞추면서 잎차를 두엄 쌓듯이 쌓은 다음 흑국균을 주입하면 1~2달 안에 발효가 이루어진다. 지나치게 발효가 되지 않도록 적시에 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든 차를 숙차라고 한다. 몇 년이 걸리던 발효 과정을 단 한두 달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으니 생산량이 크게 늘은 것은 말 하나마나.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보이차는 숙차다. 생차는 구하기도 어렵고 너무 비싸다. 가짜가 많기도 하고. 적당한 가격의 인증 받은 숙차를 사는 게 낫다.

체지방 감소 효과가 알려지면서 감비차(減肥茶), 즉 비만을 감소시키는 차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히트를 쳤다.

특히 중국에서 사면 가짜가 많은 것으로 꽤나 악명이 높다. 알고 보면 썩은 차나 마찬가지인 것을 귀한 차인 것처럼 속이거나 유명한 제조사의 것인 양 포장하는 식이다. 제대로 감별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걸 사자. 옛날부터 가짜 보이차가 많았던 듯, 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대용도 그의 책 <담헌서>에서 "시중에서 보이차를 가장 귀하게 여기나 가짜가 많다."고 썼다. 개가 똥을 끊겠어.

보이차의 종류

발효시켜 만든다고 아무 차나 보이차라는 이름을 쓸 수는 없다. 중국 정부가 정한 지리표시산품 제도가 적용되므로 윈난성의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고 가공된 것만 보이차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그밖에도 다음 규정을 지켜야 한다.

  • 윈난성의 대엽종 찻잎으로 만들야 한다.
  • 찻잎을 반드시 햇빛으로 말려야 한다.

생차와 숙차

  • 생차 : 차를 따서 덖고, 비비고, 햇볕에 말린 것을 쇄청차라고 하는데, 이 상태에서 그대로 뭉치고 눌러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들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효시킨 것. 길게는 수십 년 이상을 발효시킨다.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고 손자가 마신다는 말은 이 생차를 뜻한다. 정말로 조부모가 만들고 손자가 내놓은 보이차가 한 덩이에 수십만 위안,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
  • 숙차 : 쇄청차 상태에서 미생물을 이용해서 몇 주 만에 빠른 속도로 발효시킨 악퇴 과정을 거친 후 살균 처리를 거쳐 뭉치고 눌러 단단한 덩어리를 만든 것. 하지만 발효가 이미 다 된 것이므로 그냥 잎차 상태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당연히 생차 쪽이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값도 비싸다. 그러다 보니 생차는 좋은 것, 숙차는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숙차도 잘 만든 것은 생차 못지 않게 훌륭하다. 달리 생각해 보면 오래 걸리고 비쌌던 보이차를 숙차 덕택에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생차는 만들기 힘들고 비싸다 보니 가짜도 많다. 괜히 속아서 가짜를 사느니 믿을 만한 차창에서 만든 숙차를 사는 편이 차라리 낫다. 우리나라에 정식 절차를 거쳐서 수입되는 것은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믿을 만하다.

건창차와 습창차

여기서 '창'은 창고를 뜻한다. 즉 건조한 (乾) 창고에서 보관했느냐. 습한(濕)한 창고에서 보관했느냐를 뜻하는 말이다. 사실 이 용어는 혼란이 꽤 많다. 이를테면 생차든 숙차든 좋은 조건에서 제대로 발효 및 숙성을 시킨 것을 건창(乾倉), 습하고 곰팡이 피기 좋은 곳에 보관해서 나쁜 곰팡이가 핀 것을 습창(濕倉)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쯤 되면 습창은 사람이 못 먹을 차다. 반면 습기가 적은 공간에서 천천히 발효시킨 것만을 건창이라고 하고, 숙차도 습창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에 따라서 용어의 뜻이 다르다 보니 숙차를 나쁜 습창차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숙차가 생차보다 빨리 만들고 값도 싼 것은 사실이지만 숙차 역시도 믿을 만한 제조사가 잘 만들면 좋은 차인 것은 분명하다.

노란곰팡이가 핀 것을 발효가 잘 된 보이차인 것처럼 팔아먹는 악덕 상인들도 있는데 이건 발효가 아니라 썩은 차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곰팡이를 발효에 많이 이용해 왔다. 메주도 그렇고 누룩도 그렇고 곰팡이균으로 발효하다 보니까 보이차도 곰팡이가 핀 것을 당연히 발효된 것인 줄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곰팡이곰팡이 나름이다. 썩은 보이차의 노란곰팡이아플라톡신을 비롯해서 해로운 물질들을 내놓는 나쁜 곰팡이들이 많다. 보이차의 발효흑국균을 비롯한 특정한 종류의 미생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아무 곰팡이나 핀 걸 발효차라고 착각하지 말자.

모양에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된 병차(餠茶, 떡 모양 차). 대다수 보이차는 모양은 다르지만 덩어리를 만들어서 말린 형태를 띠고 있다. 아무래도 장기 보존하기에는 이 방법이 좋으니 차가 수분이 있을 때 뭉치고 눌러서 만드는데 이를 통틀어서 긴압차(緊壓茶)라고 부른다. 하지만 덩어리로 만들지 않은 것도 있는데 산차(散茶)라고 부른다.

마시는 방법

먼저 덩어리 상태의 보이차를 약간 떼어서 다기에 담는다. 아주 단단하지는 않으므로 손으로 부러뜨려서 떼어 낼 수도 있지만 덩어리가 부스러지지 않도록 칼을 쓰는 것이 좋다. 제대로 하려면 떼어낸 차를 작은 단지에 넣고 입구를 열어둔 채로 하루 정도 놔두는데, 귀한 고급차나 이렇게 복잡하게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는 것이고, 우리가 흔히 사 마시는 숙차는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갈 필요는 없다. 보이차를 우리는 데 쓰이는 다기로는 장쑤성이 주 생산지인 자사호를 사용하는 게 정통인데, 이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한 번에 우려낼 수 있는 차의 양이 작은 편이므로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재탕해 마신다. 믈론 일반적으로 차를 내릴 때 쓰는 다기, 찻주전자, 프렌치 프레스 같은 것들을 사용해도 된다. 단, 이런 것들은 자사호보다 용량이 크기 때문에 양 조절을 잘 할 필요가 있다. 보이차는 적은 양으로도 진하게 우러나오기 때문에 용량이 큰 도구로 우려내면 너무 진하게 나오거나 너무 양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처음에는 '정말 이 정도만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은 양을 넣어보고, 이후 취향에 맞게 적당하게 차의 양을 조절해 보자.

먼저 다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적신 후 바로 따라내 버린다. 이 과정은 세차(洗茶), 곧 자동차를 씻는 과정이다. 차에 묻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후에 차가 잘 우러나도록 차를 적셔 적시는 과정이다. 그 다음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30초 정도 기다렸다가 따라서 마신다. 재탕을 여러 번 해서 마실 수 있는데, 그때마다 우려내는 시간은 조금씩 길어진다. 많게는 5~6번 재탕할 수 있다는데 실제로 해 보면 3~4번 정도가 한계다. 아무튼 여러 번 재탕할 수 있으니 한 번에 차를 너무 많이 쓰지 말자.

굳이 해 보고 싶다면 설탕을 넣을 수도, 밀크티를 만들어 괴차로 먹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차에 비해서는 별로다. 떫은 맛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편이기 때문에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별 부담이 없다. 그냥 마시자.

색깔은 짙은 갈색으로, 보기에는 우롱차와 무척 비슷해 보인다. 맛 역시도 녹차홍차에 비해서 부드럽다는 면에서는 우롱차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우롱차는 타닌이 어느 정도 있어서 떫은 맛이 약간 있는 반면, 보이차는 떫은 맛이 거의 없다. 오래 우리거나 몇 번 재탕을 해도 타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보이차와 건강

보이차가 인기를 끈 건 뭐니뭐니 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다. 감비차(減肥茶)라는 이름으로 팔릴 정도였다. 중국인들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를 마시면서 속을 달래고 지방 분해도 촉진하는 건데, 보이차가 소화를 돕는 효과가 좋고 지방 분해 능력 역시 좋다고 알려져 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위산 분비를 촉진시켜서 소화를 돕지만 한편으로는 위산과다로 속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보이차는 이런 부작용은 적은 편이다. 녹차와 마찬가지로 카데킨 성분이 카페인의 작용을 억제하기도 하고, 차를 씻어내는 세차 과정에서 카페인이 상당 부분 없어지기 때문이다.

불소중독증 논란

보이차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불소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차에는 원래 미량의 불소가 있는데, 보이차는 잎이 큰 대엽종을 쓰는 데다가 어린 잎이 아니라 성숙된 잎을 쓰므로 잎이 작고 어린 것을 쓰는 녹차보다 불소 함량이 많다. 여기에 악퇴 과정을 거치면 불소 함량이 더욱 높아진다. 보이차와 같은 흑차 종류를 많이 마시는 티베트 사람들 중에 이 불소중독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1] 불소중독증에 걸리게 되면 뼈와 관절을 약화시키고 심하면 걷기조차도 힘들 정도가 된다.

다만 이쪽 사람들은 차를 우려 마시는 게 아니라 아예 잎을 찬물에 넣고 끓여서 마시기 때문에 우려낼 때보다 불소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동네는 물처럼 아주 많이 마신다. 우려내는 방식은 불소가 적게 나오며, 보이차는 처음에 세차를 하므로 불소가 더 많 빠진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에 한두 번을 넘어서 물처럼 줄창나게 마시지는 말자. 마찬가지로 성숙한 대엽종 잎을 쓰는 홍차 역시도 녹차보다 불소 함량이 높지만 보이차 같은 흑차 계열은 그보다도 좀 더 높다고 한다. 하루 몇 잔 즐기는 정도로 불소 중독을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불소 때문에 걱정된다면 치약 쓰지 말고 소금으로 이 닦자.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