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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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기 전, 녹색 상태의 고추를 뜻하는 말. 풋고추라는 품종이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라 '풋과일'처럼 설익은 고추를 뜻하는 말이다. 고추장에 찍어서 그냥 먹기도 하고, 찌개나 요리에 재료로 넣기도 한다. 청양고추처럼 아예 풋고추 상태의 매운맛을 노린 품종이 아니면 풋고추는 좀 복불복스럽게 매운 것과 안 매운 것이 섞여 있는데, 끝이 찌그러진 것은 맵다, 단단한 건 안 맵다는 식으로 매운 고추인지 여부를 겉모습으로 판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긴 하지만 딱 정확하지는 않은 데다가 서로 상반된 주장들도 있어서 믿을 건 못 된다.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매운 거 잘 못 먹는 사람이 한방 딱 깨물었는데 확 매운 거라면... 게다가 끝부분은 안 매운데 꼭지 쪽 부분만 매운 것도 있어서 처음 먹을 때에는 안 매운 고추라고 안심하고 먹다가 마지막에 제대로 걸리는 일도 심심치 않다.

익지 않은 푸른 상태의 고추라면 다 풋고추라고 할 수 있지만 청양고추나 꽈리고추처럼 사실상 풋고추 상태에서만 먹는 건 딱히 풋고추라고 하지 않고 익지 않은 보통의 고추만 풋고추라고 부른다. 물론 청양고추도 고추인만큼 익으면 빨간 색이 된다. 매운 고춧가루 원료로 쓰이긴 하지만 우리가 빨갛게 익은 청양고추를 볼 일은 드물기 때문에[1] 보통 사람들은 딱히 청양고추를 풋고추, 빨간 고추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꽈리고추야 닥치고 풋고추로만 먹으니까 그런 구분도 별로 없고.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을 두고 괴랄하게 여기는 시각이 있다. 외국인이 본 엽기 음식 문화로 꼽히기도 하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독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먹는 민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로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적다. 매운 거 잘 먹는 사람들은 청양고추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맵지 않은 풋고추는 피망이나 파프리카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다른 채소처럼 고추장에 찍어먹는다고 해서 딱히 독하거나 매운 게 아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고추장보다는 덜 매운 쌈장을 선호한다.

영양 면에서 보면 비타민 C가 끝내주게 많다. 무게 대비 함량으로는 사과나 귤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두 개만 먹으면 일일 권장량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다만 피망이나 파프리카에도 비타민 C가 풍부하므로 굳이 매운맛을 감수하고 풋고추를 먹을 필요 까지는 없다.

그냥 찍어 먹는 것 말고 요리의 재료로도 쓰이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추장아찌. 풋고추를 간장 또는 식초간장을 혼합한 액에 절여 만드는 방법도 있고, 된장에 박아서 절이는 방법도 있다. 송송 썰어서 찌개, 전골과 같은 국물 요리에도 많이 넣는다. 빨간 고추와 풋고추를 함께 썰어 넣어서 알록달록한 색깔을 주기도 한다.

풋고추가 인기가 많다 보니 풋고추의 식감을 맛나게 하면서 매운맛은 덜 나게 하는 품종개량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게 오이고추나 아삭이고추인데, 껍질이 보통 풋고추보다 두껍기 때문에 먹을 때의 아삭한 느낌이 증폭된다.

각주

  1. 청양고추를 사다가 보관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빨갛게 익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