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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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포뮬러 1의 애스턴마틴 세이프티 카.

Safety car. 줄여서 SC라고 많이 부른다.[1] 미국에서는 페이스 카(pace car)라는 말을 더 널리 쓰며 풀 코스 코션(full course caution, 전 구간 주의) 상태를 선언한다.

세이프티 카를 쓰는 이유

모터스포츠 레이스 도중 사고나 악천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서 정상으로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경기 자체를 중지시킬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레이스를 중립화[2]시키기 위해서 투입하는 차량. 레이스 중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레이스 디렉터가 경기위원장에게 발령 지시를 내리거나, 레이스 디렉터가 없으면 경기위원장이 직접 발령 권한을 가진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기를 중지시키고 위험 상황이 해소된 다음 다시 재개하는 것이지만 그러자면 시간을 엄청나게 까먹게 된다. 일단 경기를 중지하고 차량들을 세워야 하며, 위험 상황이 해소된다고 곧바로 경기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보통 레이스 출발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FIA 국제 경기는 보통 포메이션 랩 10분 전에 준하는 레이스 출발 절차부터 시작한다.[3] 레이스가 아닌 예선이나 연습주행 때에는 트랙 상황이 위험하면 그냥 깔끔하게 적색기 내서 세션 중단시킨 다음에 문제 해결하고 재개한다. 이쪽은 복잡한 절차 없이 그냥 피트 출구에서 트랙으로 나가도 좋다는 신호만 내면 바로 세션이 재개되기 때문.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적용하는 제한

경기 규정에 따라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이프티 카가 나오면 보통 다음과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

  • 세이프티 카가 나오면 전 구간에서 앞지르기가 금지된다.
  • 모든 마샬 포스트에서는 황색기를 흔들면서 'SC' 라고 적힌 보드를 낸다. 컨트롤 라인 위의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점멸된다. 아직 세이프티 카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 표시가 나가는 시점부터 앞지르기는 금지한다.
  • 모든 차량은 세이프티 카 뒤에서 일렬로 늘어서서 주행해야 한다. 규정에 지정된 차간 거리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 드라이브스루 벌칙, 또는 스톱-앤드-고 벌칙은 이 기간 동안 수행할 수 없다. 다만 이미 벌칙 수행을 위해서 피트로 진입했다면 예외.[4]

만약 세이프티 카 바로 뒤에 있는 차량이 레이스 선두가 아니라면, 예를 들어 SC와 경기 선두 사이에 선두보다 한 바퀴 이상 뒤처진 차량들이 끼어 있다면 세이프티 카는 이 차량들을 앞으로 보내서 한 바퀴를 돌아 대열 최후미로 붙도록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 경우 세이프티 카와 레이스 선두 사이에 있는 차량들은 모두 똑같은 신호를 받고 세이프티 카를 앞질러 갈 수 있다.

세이프티 카 기간 동안 피트 스톱이나 작업 허용 여부는 경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한 때 포뮬러 1에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었을 때 피트 진입을 금지시켰다가 몇 차례 문제가 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연료가 거의 바닥나서 급유를 해야든가[5] 파손 및 고장으로 정상 주행이 어려우면 그냥 벌칙을 감수하고 피트로 들어와야 했다. 결국 이 규정은 폐지되었다. 다만 벌칙 수행을 위한 피트 진입은 여전히 금지된다.

세이프티 카가 나왔을 때 경기 차량들이 주행한 랩도 계산에 들어간다. 다만 TCR처럼 세이프티 카가 나온 후 첫 두 랩은 포함시키지 않는 같은 변형이 있는 경기들도 있다.

언제 들어가는가?

원칙적으로 위험 상황이 사라졌다고 해도 모든 레이스 카가 세이프티 카 뒤에 일렬로 대열을 만들고 나서야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상황이 다 정리되었지만 세이프티 카 기간 도중 피트스톱과 같은 이유로 너무 뒤처졌을 경우에는 일단 순서만 맞춰지고 나면 대열에 뒤처진 차량들이 대열에 따라 붙기 전에 세이프티 카를 끝내는 경우도 있다. 세이프티 카를 출동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세이프티 카를 피트로 들여보내는 것 역시 레이스 디렉터, 디렉터가 없으면 경기위원장에게 권한이 있다.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 대열은 선두가 리드한 상태에서 컨트롤 라인까지 가야 하며, 선두가 출발선을 넘어야 앞지르기가 허용된다. 그런데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고 나서 컨트롤 라인까지 가는 과정에서 선두 차량이 너무 속도를 줄이거나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식으로 장난질을 하면서 뒤차의 빠른 출발을 방해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6] 지금은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속도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장난질은 금지했다.

만약 세이프티 카가 지금 돌고 있는 랩 마지막에 피트로 들어간다면 이를 알리는 신호로 경광등을 끈다.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간 후 경기 차량은 속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컨트롤 라인으로 진입하며, 컨트롤 라인[7]을 넘어선 순간부터 레이스가 재개된다. 원래는 컨트롤 라인을 넘기 전까지는 앞지르기를 할 수 없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선두가 일단 컨트롤 라인을 넘으면 나머지 뒤 차량들도 바로 레이스 모드로 들어가 버린다.

만약 세이프티 카 상태에서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8]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는 그 상태에서 끝난다. 이 경우, 마지막 랩의 말미에 세이프티 카는 피트로 들어가고, 차량은 컨트롤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는 여전히 앞지르기 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대열의 순서 그대로 컨트롤 라인을 통과해서 체커기를 받는다.

경기별로 독특한 세이프티 카

F1에서는 '가상 세이프티 카'(virtual safety car, VSC)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즉 실제로 세이프티 카가 나오지는 않지만 모든 차량에게 VSC 상황임을 알리고 전 구간에서 앞지르기를 금지시키고 속도를 제한하는 것. 속도 제한은 각 지정 구간에서 FIA 표준 ECU가 표시하는 최소 소요 시간을 넘겨야 한다. 일반 도로의 구간 단속과 비슷한 개념. 상황이 해제된 다음에는 바로 풀어주는 것도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F1 말고도 다른 카테고리의 경기에서도 가상 세이프티카 제도를 속속 사용하고 있다.

르망 24시는 서킷이 13.6 킬로미터에 이르다 보니 전체 코스를 셋으로 나누고 각 구간에 세이프티 카를 두었다가 SC 상황이 일어나면 구간별로 나와서 각각 대열을 잡는다.

2018년 슈퍼GT의 FRO.

세이프티 카와는 좀 다르지만 일본의 슈퍼GT에는 FRO(First Rescue Operation)라는 오피셜 카가 있다. 레이스 도중 사고가 일어났을 때 투입되며, 레이스 자체는 그대로 진행되지만 FRO 주행 구간에서는 앞지르기가 금지되고 FRO의 주행 라인을 확실히 피해 가야 한다. 세이프티 카보다는 닥터 카에 가끼운 개념이다.

그밖에

레이스 시작을 세이프티 카가 선도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기상상태가 나쁘거나 해서 정상 방법으로 레이스를 시작하기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레이스 컨트롤에서 세이프티 카 뒤가 선도해서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시할 수 있다. 일단 세이프티 카가 출발하고 대열이 출발선을 떠나면 레이스 시작으로 간주하는데, 보통은 처음 한 바퀴는 포메이션 랩으로 보고 그 다음 바퀴부터 레이스 시작으로 본다.

세이프티 카는 경기 차량만큼 퍼포먼스가 뛰어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비상 상황에서 빠르게 코스에 투입하고 대열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능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포뮬러 1에서 2018년 기준으로 세이프티 카로 쓰이는 차량은 메르세데스 AMG GT R로 577 마력을 자랑한다. 경기 때와 비교하면야 세이프티 카 상태에서 차량 대열의 속도는 확 떨어지만 그래도 정말 위험한 구간을 제외하고는 시속 80~120 km 정도를 유지한다. 오히려 계속해서 너무 느리게 달리면 F1 차량의 특성상 냉각수나 오일을 제대로 식힐 수 없어서 엔진이 나가버릴 위험이 생긴다. 세이프티 카는 특히 트랙에 나왔을 때 눈에 아주 잘 뜨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스폰서십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게 보통이고, F1 정도로 전 세계에서 많이 보는 경기라면 돈까지 얹어준다. 미국의 인디500에서는 1997년 이후로는 GM 계열이 쭉 페이스 카를 제공해고 2001년부터는 쉐보레 브랜드가 유지되고 있다. 카마로와 콜벳이 번갈아 페이스 카로 제공되었는데 2017년에는 쉐보레 콜벳 그랜드 스포츠가 페이스카로 뛰었다.

각주

  1. 경기 중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 나오면 모든 마샬 포스트에서는 황색기를 흔들면서 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SC'라고 쓰인 보드를 제시한다.
  2. 이는 FIA가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 'neutralise'로, 더 이상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경쟁을 금지시키고 천천히 주행하하는 것을 뜻한다.
  3. 이 때 포메이션 랩은 경기에 따라서 하는 경우도 특히 엔트리급 경기에는 생략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롤링 스타트로 돌릴 수도 있다. 세이프티 카 뒤에서 레이스를 재개한 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세이프티 카는 피트로 들어가고 레이스가 정상 진행된다.
  4. 이들 벌칙은 피트 레인에 속도 제한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불이익을 주는 건데 (스톱-앤드-고는 정지 시간까지 추가)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는 트랙 안 차량들도 전속력으로 달리지 못하므로 벌칙의 불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5. 지금은 F1에서 레이스 중 급유는 금지지만 과거에는 급유를 할 수 있었다.
  6. 이러한 행위를 흔히 ‘브레이크 테스트’라고 부른디.
  7. 한 랩을 완주하고 다음 랩을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지점에 그어진 선으로, 보통은 결승선 구실을 함께 한다. 출발선은 결승선보다 앞에 있는 서킷이 대부분이다.
  8. 규정된 랩 수를 다 채웠거나, 규정된 최대 시간을 다 채웠거나 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