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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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중화요리의 하나로, 해산물채소를 재료로 국물과 건더기를 만들고, 중화면을 삶아 국물에 말아내는 요리다. 중국집 우동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국물에 물전분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드는 것으로, 대부분 중국집에서 우동과 울면의 차이는 사실상 여기에 있다.

해산물로는 오징어새우가 쓰이고, 채소로는 가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양파, 배추, 대파, 당근, 목이버섯, 마늘이 주로 쓰인다. 마지막에는 달걀을 풀어서 넣는다. 겉모습을 보면 마치 중국집 계란탕을 떠올리게 한다.

'울면'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가장 유력한 설은 원루몐(温卤面, 온로면)에서 왔다는 것이다. '원루'는 우리말에서는 자음동화 현상으로 '월루'로 발음하기 쉬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루'가 탈락했고, 마지막으로 '월'이 '울'로 바뀌면서 울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원루몐→월루면→월면→울면과 같이 변했다는 것이다.[1] 뭔가 억지스럽긴 하지만 딱히 더 나은 설도 없다. 여경래 셰프는 원루몐→운맨→울면이 아닐까 추정했다. 卤(염발 로)라는 글자는 중국요리에서는 육수에 녹말을 풀어서 걸쭉하게 만든 국물을 뜻하는데, 즉, 温卤面은 따뜻하고(温) 걸쭉한 소스(卤)에 먹는 국수(面)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는 '温卤面'이라는 요리는 없다. 바이두백과에도 '温卤面'란 표제어는 없으며, 표준중국어 위키백과에는 아예 温卤面이 한국의 울면을 뜻하는 거라고 되어 있다. 다만 녹말로 걸쭉하게 만든 국물을 사용한 국수 요리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런 종류의 국수를 중국에서는 卤面 또는 打卤面 정도로 부른다.[2]

중국집 우동과 마찬가지로 고춧가루고추기름으로 매운맛을 내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재료가 나쁘면 비린맛이나 잡내를 가리기가 힘든 요리다. 예전에는 중국집에 가면 우동과 함께 메뉴에 거의 필수로 올라있을 정도였지만 둘 다 중국집에서는 점점 보기 힘든 요리가 되어 가고 있다. 중국집에 갔는데 메뉴에 울면이 떡 올라와 있다면 괜찮은 재료를 쓴다고 기대해 볼만 하다.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실기시험에는 오히려 짬뽕은 없고 울면이 들어가 있다. 식사류 과목에는 울면과 함께 유니짜장면새우볶음밥이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국물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걸쭉하지면 먹다 보면 점점 묽어진다. 이는 침이 국물로 들어가서 아밀라제 때문에 녹말이 당분으로 바뀌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짜장면을 먹다 보면 국물이 흥건해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국물이 묽어지는 게 싫으면 먹을 때 쓰는 것과는 다른 젓가락으로 다른 그릇에 건져서 먹어야 한다.

인스턴트 라면으로도 나온 적이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라면 역사 초기의 일이다. 삼양식품에서 1975년에 내놓은 '삼양중화울면'이 유일한 인스턴트 울면.[3] 신문과 TV에 광고까지 내면서 적극 밀어주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 당시에는 중국집 요리로 울면이 인기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나가사키 지역 중화요리사라우동이 녹말을 풀어 걸쭉하고 매운 맛이 없는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다는 점, 그리고 해산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울면과 여러 모로 닮아 있다. 다만 이쪽은 자매품인 나가사키 짬뽕처럼 돼지뼈와 닭뼈를 섞은 육수를 사용하며 고기 건더기도 들어가고, 달걀을 풀지 않는다. 또한 '사라(皿)'가 일본어로 접시를 뜻하는 만큼, 접시에 담아서 내는 음식이라 국물의 양이 자작하다. 국수는 얇은 면을 한번 튀겨서 쓰거나 삶은 면을 쓰더라도 중화면보다는 조금 얇은 국수를 사용한다.


각주

  1. "울면", 중부매일, 2005년 4월 22일.
  2. 생각해 보면 이런 종류의 국수에 굳이 温자를 붙일 필요는 없다. 녹말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든 국물은 식으면 굳어서 영 먹기 힘든 음식이 되어 버린다.
  3. "삼양중화울면개발", 매일경제, 1975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