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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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양갈비 구이.

[1]

말 그대로 의 고기.

양은 고기도 제공하는 데다가 양털까지 제공하므로 유목민들에게는 인기 있는 가축이었다. 따라서 양을 키운 역사도 오래 되었고 양고기의 역사도 오래 되었다. 반면 고온다습한 기후,[2] 쌀과 같이 생산력이 좋은 작물을 이용한 농경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양고기보다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더 즐겨 먹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 농경문화가 정착된 지역은 목화나 비단 같은 농경 기반의 다른 옷감 재료들도 있고, 특히 고온다습한 지역은 양털의 보온력이 그닥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의 필요성이 더욱 떨어졌다.

양고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린 양의 고기인 램(lamb), 그리고 다 자란 양의 고기인 머튼(mutton)이 있다. 양이라는 동물이 양털을 얻기 위해서도 많이 키우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털의 품질이 떨어지고 효율도 안 나오는 양, 즉 머튼은 잡아서 고기로도 먹었을 것인데,[3] 이게 육질도 질긴 데다가 냄새가 강해서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입에도 대지 못한다. 반면 램은 육질도 연한 편이고 냄새도 덜한 편이라서 먹기에 괜찮다. 고기가 가진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양고기 팬도 많다. 사실, 양고기가 가진 특유의 냄새는 개고기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 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도 개고기가 가진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양고기에도 호불호가 존재한다. 물론 양고기에 익숙하고 소고기돼지고기가 낯선 사람들에게는 양고기가 무슨 냄새? 하다가 소고기돼지고기를 맛보고 냄새 쉣~! 할 수도 있다. 개인차라는 게 있으니. 대부분의 고기는 어린 것보다 성체가 더 맛있다. 식감이 부드럽기는 어린 게 더 좋지만 조직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 감칠맛이 떨어진다. 양고기가 조금 독특한 경우로, 양고기도 머튼이 감칠맛을 비롯한 향미는 램보다 좋지만 노린내가 그러한 향미를 압도해 버리는 게 문제다.

반면에 양을 활용한 유목생활이 발달했던 몽골 쪽은 누린내가 강한 머튼도 잘만 먹으며, 오히려 이쪽에 더 익숙해져 있다. 게다가 몽골은 전통적으로 도축할 때 피를 안 빼기 때문에 이렇게 잡은 고기라면 피비린내까지 추가다. 몽골에 갔다가 손님 왔다가 대접하는 양고기가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입도 못 댔다는 사람도 있고, 비즈니스 때문에 갔다가 대접 받은 냄새 작살인 양고기를 어떻게든 맛있는 척 꾸역꾸역 먹으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서 일이 술술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힌두교에서는 안 먹는 소고기, 유대교이슬람교에서는 안 먹는 돼지고기와는 달리 닭고기처럼 대부분 종교에서 양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덜 까다로운 고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슬람교할랄 도축법으로, 유대교 역시 코셔 도축법으로 잡아야 한다는 제한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일단 유목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양고기 문화도 발달한 편이다. 중동의 소비량이 정말 많아서 호주뉴질랜드의 목축업에서 이쪽에 수출하는 양고기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쪽은 양고기 말고도 할랄 고기 수출도 많아서 반 이슬람 정책 이런 거 갔다가는 농축산인들이 들고 일어난다.

중동유럽을 잇는 다리라고 할 수 있는 튀르키예 역시 양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무엇보다도 대표적인 튀르키예음식케밥 하면 딱 생각나는 게 소고기 아니면 양고기다. 축산업이 발달하고 양모 산업이 발달한 호주뉴질랜드에서도 양고기 소비가 많고 정육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은 소고기보다 비싸다. 이 동네는 방목해서 풀 먹인 소고기돼지고기 양고기보다도 더 쌀 정도니 뭐. 중국이나 몽골 역시도 양고기 소비량이 많은 나라다.

램 랙.

서양에서도 양고기는 인기가 많다. 특히 갈빗대가 붙어 있는 램 립(lamb rib)은 고급 고기로 여기에 양념을 발라 굽는 요리들이 발달했는데 이렇게 립을 구운 요리를 램 랙(lamb rack)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기름과 근막을 제거한 프렌칭(frenching)을 한 것을 프렌치 랙이라고 한다. 추가 가공 과정을 거치는 데다가 그만큼 버리는 게 많아지므로 값은 더 비싸진다. 양고기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스가 있지만 특히 민트 소스가 양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 돼지, 닭고기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지금도 양고기 수요는 이들보다 한참 뒤처진다. 일단 한국은 양을 거의 키우지 않으니 옛날에는 양고기 요리랄 게 없었고 지금도 양고기는 전부 수입이다. 한국에서는 80년대에 한때 저렴한 고기를 공급하는 차원에서 수입 양고기가 정육점에서 팔리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소고기돼지고기보다는 쌌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역시 맛이 없어서였는지 몇 년 못 가서 자취를 감추었다. 양고기를 사려면 그냥 정육점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서울 이태원 주변의 할랄 정육점이나 축산물시장 같은 곳에 가면 살 수 있다. 그래도 중국과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 문화들이 유입되면서 한국에서 양고기를 찾아보기도 점점 쉬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식 양꼬치가 혁혁한 공헌을 했다. 여기다가 칭타오맥주까지. 여기에 일본음식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일본식 징기스칸 음식점도 늘어났고, 한국식으로 양고기를 굽는 고기구이[4]도 늘고 하면서 양고기의 인기가 확연하게 올라갔다.

샤슐릭.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튀르키예도 양고기 요리가 발달했고, 튀르키예식 양꼬치 요리인 쉬쉬케밥 역시 인기가 많다. 이게 중앙아시아를 건너서 러시아까지 퍼져서 양꼬치 요리가 발달했다. 여기서는 샤슐릭이라고 부르며, 쉬쉬케밥과 샤슐릭 모두 중국식 양꼬치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고기 한 덩이 크기가 찹스테이크 수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식 양꼬치의 위세에 한참 눌려 있지만 쉬쉬케밥은 이태원을 비롯해 튀르키예 요리점이 있는 곳, 샤슐릭은 러시아인 또는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으며, 여기에 맛들리면 중국식 양꼬치는 쳐다도 안 본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징기스칸 방식으로 굽는 양고기.

옆나라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고기로, 특히 홋카이도 지방의 양고기 구이 요리인 징기스칸이 유명하다. 몽골의 칭기즈칸이 해먹었던 요리네 어쩌네 하는 루머도 있지만 헛소리고, 그냥 몽골에서 양고기 많이 먹는다고 하니까 갖다 붙인 이름이다. 두꺼운 철판을 화로 위에 올려 놓고 양고기와 채소를 올려놓고 구워먹는 요리로, 원래는 2차대전 때 군용으로 양모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홋카이도 쪽에서 양을 많이 길렀고 그러다보니 양고기 요리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된 것. 그때야 당연히 늙은 양을 잡아먹었으니 냄새는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물론 어린 양의 고기를 사용하고, 예전처럼 홋카이도에서 양을 많이 기르는 것도 아니라 주로 수입육을 쓴다. 요즘은 이게 한국에도 수입되어 일본식 징기스칸 전문점이 대도시에 여럿 생겼다.[5]

양의 창자는 소시지 케이싱으로도 인기가 높다. 돼지 창자와 비교해서 씹는 맛, 특히 씹었을 때 톡 터지는 느낌이 좋다.

각주

  1. 우리나라는 옛날에는 양을 기르지 않았으니 양고기도 없었다. 한국식 양고기 구이는 한국식 돼지고기소고기 구이법을 양고기에 응용한 것.
  2. 더운 기후라고 해도 건조하다면 농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중동에 유목문화가 발달하고 양고기를 많이 먹는 것도 그런 기후 때문.
  3. 닭도 달걀이 주 목적인 산란계가 나이가 들어서 알 낳는 효율이 떨어지고 알껍질도 약해지면 도축한다. 폐닭 혹은 노계가 이런 산란계 닭이다.
  4. 주로 갈비 부위를 많이 이용한다.
  5. 일본식 징기스칸이 본격 들어오기 전에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을 단 음식이 있었는데, 그냥 얇게 저민 소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 식으로 일본식 징기스칸과는 차이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