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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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동지방, 그 중에서도 위쪽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홍합(섭), 부추를 주 재료로 하고 밀가루 또는 찹쌀가루로 걸쭉한 국물에 고추장 양념을 풀어서 맵게 끓인 국. 고추장과 함께 된장을 조금 사용하는 집이 많으며, 달걀을 풀어주거나 밀대로 얇게 밀어낸 수제비를 넣어주기도 한다. 육수멸치, 다시마, , 파뿌리와 같은 재료들이 쓰이며 대체로 다시마는 꼭 들어간다. '섭'은 강원도에서 홍합을 이르는 말로, 제대로 된 집을 갔다면 양식산 담치[1]가 아닌 자연산 참홍합, 즉 섭을 썼을 것이다.

고성군에서 속초시를 지나 남쪽으로는 동해시에 이르는 동해안에서 곰칫국, 물망치탕과 함께 종종 만날 수 있는 국물 요리로[2], 그 중에서도 고성, 속초, 양양 쪽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양양군이 유명하다. 양양으로 가보면 섭국 말고도 섭과 물로만 끓여 만드는 섭탕[3], 섭부침개와 같은 섭 요리들이 있다. 양양의 몇몇 식당들이 자기가 개발한 요리라든가 자기가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예전부터 섭을 넣어서 끓인 국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조를 주장하는 가게 중에 지금과 같이 고추장을 메인으로 된장(막장)을 가미하고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묻힌 부추를 넣어 걸쭉한 국물을 내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섭국을 정립한 곳이 있을 수는 있다. 양양은 강원도 음식문화 치고는 좀 독특한 면이 있다. 강원도 음식들이 대체로 슴슴하고 매운 음식이 별로 없는 것과는 달리[4] 양양은 고추장을 사용해서 텁텁하고 얼큰한 매운맛을 내는 음식들이 여럿 있다. 양양을 대표하는 요리 중 장칼국수, 뚜거리탕, 섭국이 고추장을 주 양념으로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원도 토박이 음식칼럼니스트인 황영철은 그 이유를 이렇게 해석한다.

장국물 음식이 태어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어패류나 해산물의 비릿함을 감추기 위해서죠. 된장, 막장, 간장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맵고 얼큰한 고추장 국물이 해산물 음식조리에 최적화된 양념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어부들의 긴장감을 화끈하게 풀어주는 데는 맵고 얼큰한 고추장물이 딱이에요. 셋째로는 반찬 없이 비빔밥처럼 간단하게 먹기 위해서죠.[5]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고추장찌개 같은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고추장으로 양념하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다.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홍합 맛은 별로 안 나고 고추장부추맛만 난다고 깐다.

홍합으로 요리를 할 때에는 껍질째 요리해서 양이 많아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섭국은 껍질을 다 까내고 살만 넣어서 끓인다. 먼저 멸치, 다시마와 같은 재로 육수를 낸 다음 껍질을 깐 홍합의 살을 넣고 한소금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묻힌 부추를 넣는다. 입맛에 따라 팽이버섯, 파, 고추, 달걀 같은 재료들도 추가로 넣을 수 있다. 산초(제피)잎을 넣는 곳도 있는데 이런 섭국은 산초향이 확 들어온다.

밥과 함께 먹는 게 기본이지만 라면사리우동사리를 넣기도 하고, 쌀을 넣은 섭죽을 끓이기도 한다. 섭죽은 따로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서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쓰지 않는다.

집에서도 끓이기는 어렵지 않다. 섭은 보통 홍합(지중해담치)보다는 비싸고 구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으며, 그냥 홍합을 쓸 수도 있다. 고추장, 된장, 부추, 밀가루나 찹쌀가루는 흔한 재료다. 멸치, 다시마와 같은 육수 재료 역시 흔한 재료. 몇몇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바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레시피도 널려 있다.

각주[편집]

  1. 진주담치, 지중해담치라고 부르며, 우리가 먹는 홍합은 거의 이것이다. 20세기 초에 외국 배의 선박평형수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 물회도 국물이 있는 요리지만 재료를 끓여서 국물맛을 내는 요리라 같은 부류로 넣기는 뭣하다.
  3. 칼칼한 맛이 필요하면 청양고추를 넣는 정도. 그 흔한 마늘도 안 넣는다.
  4. 고춧가루를 쓰더라도 자극적이고 진한 남도 음식과 비교하면 별로 맵지 않다.
  5. "食客열전 제6회-강원 토박이 음식칼럼니스트 황영철", <영남일보 위클리포유>, 2016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