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바타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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ろばたやき(炉端焼き)。

해산물, 채소, 고기와 같은 재료들을 손님 눈 앞에서 직접 석쇠에 구워주는 일본식 요리, 또는 그런 요리를 주종으로 하는 일본식 요리점. 보통 바 좌석 앞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에 그 앞에 앉은 손님들은 눈으로 직접 재료를 보고 손으로 가리켜서 구워달라고 할 수도 있다. 반면 재료를 제공하면 손님이 직접 테이블에서 구워 먹는 셀프 로바타야키도 있다. 사실 한국은 고깃집은 물론이고 조개구이, 장어구이를 비롯해서 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먹거나 테이블에서 종업원이 굽는 것을 도와주는 음식점이 많은 편이지만 일본은 야키니쿠집 빼고는 테이블에서 직접 굽는 경우는 정말 드물고, 눈 앞에서 직접 굽는 경우도 많지 않다. 야키토리도 손님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굽긴 하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거나 투명 창으로 격리시키는데 반해 로바타야키는 정말로 굽는 곳 바로 앞에 손님이 앉을 수도 있다.

로바타(炉端)라는 말은 원래 '화롯가'를 뜻한다. 즉 화롯가에 둘러 앉아서 이것저것 구워먹던 게 로바타야키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숯불에 음식을 구워 먹는 문화는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해 오던 문화였지만 '로바타야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에 토미야라는 사람이 1950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차린 향토음식점 이름이 <로바타(炉ばた)>였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건 아마에 토미야는 원래 요리사가 아니라 아동문화 연구가, 일본 동북지방 향토사학자로 알려져 있었던 사람이다. 즉 학자가 음식점을 차렸는데 그게 음식 이름의 유래가 된 것. 손님 앞에서 직접 음식을 구워서 내 주었던 이유는 손님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 요리 때문에 자리를 떠서 대화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마에 토미야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여러 분야에 정통한 학자였기 때문에 이야깃거리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인근의 돈 많은 사람들이나 지식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주인장과 얘기하는 재미가 워낙에 쏠쏠했기 때문에...

이러한 내력 덕분에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가 로바타야키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문화는 일본의 식문화와도 꽤 잘 맞았기 때문에 센다이 바깥으로 퍼져 나가기도 쉬웠다. 게다가 원조격인 <로바타(炉ばた)>의 첫 제자가 오사카로, 둘째 제자가 홋카이도로, 셋째 제자는 후쿠시마 쪽으로 진출하면서 빠르게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다만 이미 교토를 중심으로 간사이지방 일대에는 비슷한 형태, 즉 개방된 주방과 카운터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캇포'요리점이 퍼져 있었는데, 로바타야키는 캇포요리 중에서도 구이를 중심으로 하는 음식점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로바다야끼'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일본식 술집을 주로 이자카야라고 부르지만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에는 주로 '로바다야끼'라고 불렀다. 실제로 센다이식의 구이를 위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1990년대에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일대에 로바다야끼가 늘어나면서 당시 이른바 젊고 돈 많이 쓰는 일명 '압구정동 오렌지족'을 상징하는 말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의 이자카야가 그리 싼 건 아니지만 당시에는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으니 정말 비쌌다.[1] 그래서 나름대로 돈자랑하기 좋은 곳이기도 했고, 처음 가 보는 사람들은 낯선 일본식 술집 문화에 신기해 하기도 해서 자연스레 오렌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때부터 영업하던 로바다야끼 중에는 지금도 압구정에서 장사 잘 하고 있는 가게들도 있다. 이제는 지역의 어엿한 노포가 된 셈.

각주

  1. 압구정동에 처음 맥도날드가 들어왔을 때에는 거기도 나름 고급 취급을 받았다. 인근 지역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거기서 할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