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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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도토리로 만든 .

도토리를 말려서 곱게 빻아 가루를 낸 다음 물을 붓고 약한 불에 끓이면 도토리에 들어 있는 풍부한 전분이 알파화되어 풀 같은 상태로 바뀐다. 눋지 않도록 계속 계속 저어준 다음 불을 끄고 식히면 알파화된 전분이 굳으면서 탄력 있는 묵이 만들어진다.

도토리 특유의 구수한 맛, 그리고 탄력 있고 젤리 같은 식감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물컹한 식감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있으며, 도토리타닌 때문에 떫은 맛이 나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토리를 물에 충분히 담가 두면 떫은 맛을 많이 빼낼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도토리묵은 농도가 묽은 편이고 따로 전분을 넣어서 도토리 특유의 맛이 덜하고 젤리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반면 집에서 제대로 만들면 젤리 같은 느낌이 적고 좀 더 두부 같은 식감이 나며 도토리 특유의 맛과 짙은 갈색이 더욱 도드라진다.

산에 가서 도토리를 듬뿍 주워와서 가루를 내어 집에서 묵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만들면 당연히 맛은 좋지만 약한 불에 놓고 눋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는 게 여간 중도농이 아니다. 게다가 도토리는 산짐승들이 겨울을 날 때 주식 중 하나라서 인간이 도토리를 싹쓸이 하면 동물들은 겨울에 먹을 게 부족하다. 도토리하면 흔히 다람쥐를 생각하지만 돼지, 그리고 멧돼지들도 도토리를 무척 좋아한다. 하몽이나 프로슈토를 만들 때에도 돼지들에게 도토리를 먹여서 키운다. 겨울에 먹을 게 별로 없을 때 멧돼지들의 양식 중 하나가 산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인데, 멧돼지들이 겨울에 도시로 내려오는 이유 중에 하나로 인간들의 도토리 싹쓸이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집에서 만들고 싶다면 전통시장에서 도토리가루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이걸 사서 할 수 있다.

반찬으로, 술안주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두부처럼 썰어서 간장 양념에 찍어 먹거나,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 여기에 상추를 잘게 찢어 넣고 , 마늘과 같은 양념 채소와 함께 잘 무친 도토리묵 무침이 주종이다. 특히 막걸리 안주로 인기가 좋아서 막걸리를 주종으로 하는 주점에서는 필수 안주이다시피 하다.

묵밥이라는 것도 있는데, 도토리묵을 좀 더 작고 길쭉하게 썬 다음 따뜻한 멸치육수[1]를 붓고 잘게 썬 김치, 참기름, 참깨, 김가루와 함께 밥을 말아서 먹는다. 특히 대전광역시 유성구에는 '구즉 묵마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름처럼 묵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모여 있다. 묵밥 말고도 묵무침, 묵국수와 같은 음식들도 있다. 원조는 '할머니 묵집'으로 지금은 작고한 강태분 할머니가 세운 가게다. 강 할머니는 17살 되던 해에 구즉마을의 이씨 집안으로 시집을 왔는데, "먹고 살 게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스무살 무렵부터 묵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2] 한창 번성했을 때에는 30여개 묵밥집이 마을에 모여 있었지만 2006년에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터잡고 있던 묵집들이 모두 자리를 옮겨야 했다. 원조집인 원조 할머니 묵집은 원래 자리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새로 문을 열었고, 다른 묵집들은 대부분 2㎞ 정도 떨어진 호남고속도로 북대전IC 부근에서 새로운 묵마을을 만들었다.[3]

각주

  1. 뜨거우면 안 된다. 따뜻한 정도가 좋다. 뜨거운 밥에 미지근한 육수를 넣으면 온도가 맞는다.
  2. "맛多이골목 - 대전 구즉 '묵마을'", <경향신문>, 2002년 2월 26일.
  3. "묵묵하게 지켜온 할머니 손맛… 소문난 맛의 고향", <대전일보>, 2018년 2월 13일.